새로운 안경을 쓰는 순간들

by 감사렌즈

사차선 신호등 앞, 차들이 멈춰 선 아침이었다.
시멘트 바닥이 깔린 회색 공간이던 곳에 어느새 붉은 꽃과 초록 식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바라보며, 알 수 없는 힘이 마음속에서 차오르기 시작했다.
잠깐이지만, 그 풍경이 숨을 고르게 해주었고 다시 하루를 살아갈 여유를 건넸다.

출근길,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가는 그 중간에 작은 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 장면은 그저 조경을 넘어서 위로처럼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는 땀을 흘려 이 공간을 가꾸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많은 이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자연의 숨결 속에서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간도 얻게 된다.

그 순간 문득, '일'에 대한 생각이 따라왔다.
돈을 많이 벌면 좋겠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걸까.
세상에는 수입이 크진 않아도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 있다.
누군가의 일자리를 함께 고민하고, 다시 세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곁에서 돕는 일처럼.
그 길을 함께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하나.
작가라는 삶도 떠올랐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글로 풀어내고, 누군가에게 작은 쉼을 건네는 일.
읽는 이의 마음에 조용히 다가가, '나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글을 쓰기 전에는 늘 많은 것들을 체화하려 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어떤 이야기를 듣거나 책 한 권을 마주할 때
그것이 곧바로 문장이 되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마음속에서 소화시키고 나서야
서서히 기존의 관점이 느슨해지고, 전혀 다른 시선이 열리기 시작한다.
익숙했던 안경을 벗고 새로운 안경을 쓰는 느낌.
바로 그때, 글은 한 줄씩 피어나기 시작한다.

글을 쓸수록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 할지를 묻는 시간이 늘어난다.
글쓰기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 되고, 더 바람직한 삶을 살고 싶다는 다짐도 생긴다.

서툰 문장일지라도, 진심이 담긴 글이 누군가에게 작지만 따뜻한 위로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마치 신호등 앞 정원처럼, 잠깐이라도 누군가의 마음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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