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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들

'나는 절대 ~할 거야'라는 말은 쉽게 하지 않아야 한다


"나 담배 끊었어, 절대 안 필 거야."


실현된 거 본 적 있는가? 누군가는 있을 수 있지만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매년 초에는 수많은 다이어리들이 팔리고, 문고에는 자기 개발서가 수없이 팔려대며 헬스장과 필라테스장에 미친 듯이 사람이 늘어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줄어드는 것은 어느 나라나 똑같은 현상(?)이다. 나 역시도 다이어트를 미친 듯이 다짐하지만 40년 동안 성공하지 못한 것을 보면 사람의 다짐이 참 쉽고 가볍게 사라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대단한 거다. 벌써 100글자를 넘게 읽고 있으니 말이다.




37살에 풍운의 꿈(?)을 안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물론 내가 가진 업무와 전공과는 전~~~ 혀 관계가 없는 경영전문대학원이었는데 많은 돈을 내고 가서 신나게 놀았(???)지만 지금도 후회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이곳에 있다가 보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약속이 늘어나게 되는데 전에는 일주일에 1~2번의 약속 정도만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정하기가 매우 쉬웠다고 하면 이곳에 와서 다이어리를 쓰는 습관을 기르게 되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약속(거기다가 하루에도 2~3개씩 잡혀서...) 이 생겨서 시간 사이사이에 약속을 막 끼워 넣는 생활을 하게 된다.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 세상 참 힘들게 산다는 느낌이었다.


"야, 또 늦었어?"

"아, 미안, 정말 미안"


약속에 늦는 경우가 정말 '일반적인' 사람들이 있다.

사실 이런 사람들을 아예 안 만나면 좋을 수도 있지만(근데 그러면 만날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러는 와중에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 난 진짜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키지 않은 적이 없어, 좀 일찍 나와."

"알았어, 미안해..."

"난 시간이 남아 돌아서 그러는 줄 아나 매 번 늦어."




위의 대화 같은 내용을 쉽게 들어봤을 것이다. 아, 참고로 내가 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약속이라는 것을 어기는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나쁘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한 번 진행하는 약속을 웬만하면 절대 먼저 취소하는 경우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도 보통 자기 개발서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20분 정도 전에는 가서 기다리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을 해서 미리 나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사실 최소 20분 이상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니 상대방이 늦어지면 기다리는 시간이 더 늦어지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상대방이 그렇게 늦지 않은 것 같아도 그냥 정각에 안 오는 것 자체가 짜증 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체 왜 늦는 거야? 나처럼 일찍 나오면 되지.'

'늦는 이유를 모르겠네, 사람이 좀 빨리빨리 나오면 되지.'


마음속으로도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약속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절대 지켜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와, 이 시간에 절대 도착을 못하겠는데?'


약속시간 30분 전, 지하철 4개 남은 상태, 그런데 지하철이 멈춰서 안 움직이는 그런 상황. 상황 설명을 하면 되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매 번 늦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든 오면 되지 왜 못 오냐라고 노래를 불렀는데 이걸 어째야 하나... 지하철 고장인지 알 수 없어서 일단 밖으로 나가보지만 차량도 꽉꽉 막혔다. 안 늦을라고 지하철을 탄 건데 당연히... 안 되겠지.


"미안한데, 내가 좀 늦을 거 같아."

"늦는다고? 진짜? 정말?"

"응......"

"와, 천하의 네가 늦는 걸 다 보겠네? 왜?"

"지하철이 멈춰서..."

"그래? 어떻게든 와야 되는 거 아냐?"




아, 내가 했던 말이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내가 연락했던 저 친구는 그전에 몇 번 나에게 아쉬운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 심지어 이미 도착을 했다고 하니 이 당황스러움을 이루 말할 수 있으랴... 혼자 가면서 입술을 때려 본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아주 그냥.....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이런 추태는 안 당할걸.


"미안, 전에 내가 했던 말도 미안, 사람이 절대~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니구나."

"됐어 됐어~ 네가 늦게 온 적도 없는데 뭘,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어서 와~"




더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쿨하다, 뭐, 본인이 늦어봤으니 더 잘 알 거다. 늦었을 때 누군가 재촉하면 정말 다음에는 보기가 싫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의 잘못에 대해서 관대하다기보다는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아무도 잘못을 하지 않았다면 판사, 변호사, 검찰, 경찰 등등은 다 굶어 죽지 않았을까? 40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던 것 중 하나는 '나는 절대 ~ 할 거야'라는 말은 쉽게 내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 내가 그렇게 될지 모르고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겸손의 의미라기보다는 '굳이?' 그런 말을 해서 나의 실수조차 상대방이 이해를 해 주지 않는 경우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된다.


아, 참고로 아무렇지 않게 도착해서 식사와 술 한 잔을 했고 앞으로는 다른 사람에게 좀 더 관대해지기로 했다. 조금 늦으면 아쉽지만 좀 어떤가, 나 혼자만의 시간을 늘린다고 생각해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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