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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이 되어서야 알게 된 것들

걱정했던 것보단 쉬웠고 의외의 것들이 문제가 더 많았다(2)


나는 아침잠이 별로 없다.

그런데 그날은 아침잠뿐만 아니라 새벽잠도 없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눈을 떴더니 새벽 4시. 평소 같으면 잠을 다시 자겠지만 절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어차피 눈은 떴고 그냥 가볍게 세수를 해 본다.




"잘하겠지?"

"잘할 수 있겠지?"


사실 내가 다짐한다고 해서 잘 될 것은 아니다. 비록 3일간은 짧은 연습 기간이 있었지만 그때 발생했던 각종 케이스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고(커피도 흘리고, 커피 주문 잘못 받고, 당시에는 고작 세 가지밖에 안 되는 샌드위치 메뉴를 혼동하는 경우도 발생이 되었고...) 처음에 쉽게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다소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생각도 계속 교차를 했던 것 같다. 내가 들인 돈이 얼마인데! 무조건 잘해야지! 돈 벌어야지!


출근을 하고 보니 너무나 당연하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회사에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상황이라서 하소연을 할 때도 없었고 내가 카톡이나 전화를 하기에도 뭔가 정신이 없을 텐데 연락을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혼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누군가 자영업을 처음 하게 되면 이러한 과정을 겪지 않았을까? 싶지만 우리 가족들 중에는 자영업을 했던 사람이 없어서 그런 부분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첫 손님 왔음'


짤막한 카톡이다. 그래도 뭔가 뿌듯하다. 8시부터 가게가 오픈이었는데 7시 40분에 이미 첫 손님이 왔다고 한다. 우리는 딱히 광고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왔을까? 당시 남들은 다 한다고 하는 전단지 배포조차 민망한 나머지 하지 않았는데(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굳이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뭐라도 해 보는 것은 경험 쌓는 데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결국 민망해서 안 했다) 소비자들은 원하면 마케팅 없이도 오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딱 내가 가게를 차린 시점에 발맞추어 방송에서 대만 샌드위치 붐이라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마누라님 최고!'

'..................'






답을 보냈지만 읽지 않는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났다. 아, 얼마나 답답했는지 모른다. 3시간 동안 무슨 일이 어떻게 있었을까? 한편으로는 3시간 동안 너무 바빠서 그런 거겠지?라는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아니면 뭔가 다른 일이 생겨서 연락이 오지 않았나?


'끝'

'?????'


뭐가 끝이 난 걸까?

궁금한 나머지 바로 연락을 했다.


"끝이 뭐야? 오전이 끝나서 쉰다는 건가?"

"다 팔았어"

"다 팔았다고? 400개를?"


내가 초기에 발주한 물량은 400여 개였다. 사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샌드위치를 막 10개, 20개를 먹고 그러지는 않지 않는가? 그러니 2개씩 먹어도 사람이 200명은 넘게 와야 하는데 그렇게 많이 왔다는 건가?





"사실 지금도 사람이 밖에 많은데 다들 불만이 많아."

"왜?"

"없으니까..."

"사람이 그렇게 많이 왔어?"

"사람도 많은데 한 명이 막 50개씩 사가고 그래서 물량이 없어..."

"내가 걱정한 거랑 너무 다르게 진행되는데?"

"그리고 어머님도 진짜 긴장을 많이 하셨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하셔, 숫자 한 번 틀린 적이 없어."

"그것도 예상 밖이고... 정말 신기하네?"


내가 걱정했던 부분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종목 선택은 당시에는 탁월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일손이 많이 필요 없으니) 막상 실제로 연습을 할 때는 문제점이 너무 많아서 이게 실제로 제대로 돌아갈 지에 대해서 걱정을 했었는데 판매도, 종업원(?)도 의외로 대성공이다. 이 정도면 거의 퍼펙트한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데?'

"자꾸 어머님이 봉투를 공짜로 줘, 우리 이거 돈 주고 사는 거고 앞에 법을 어기면 벌금이라고 적혀있는데 자꾸 인심 쓰듯 주셔."

"응??"


앗, 이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문제다. 비닐봉지 가격은 50원. 사실 그냥 줘도 되긴 하지만 쌓이면 그것도 돈이다. 거기다가 누군가가 공짜로 봉투를 준다고 신고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나(실제로 영업이 종료될 때까지 아무도 신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법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나왔다. 그렇지만 뭐, 성공적인 스타트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문제 삼을 만한 문제는 아니었다(물론 나중에 이거 가지고 어머니와 신나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다 팔아서 기쁘다."

"그러게,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는데."

"나도 잠 제대로 못 잤는데!"

"당신은 코 골고 잘 자던데?"

"...... 코 고는 척한 거야!"





네이버 쓰레기통 이미지!


...... 당연히 그럴 리 없지. 푸하하

나이가 40이 되어서 알게 된 것은 간단하다.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세상은 수월하게 잘 풀렸다. 비록 그게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가게 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의외로 전혀 걱정하지 않았던 부분이 항상 머리를 아프게 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고민으로 생각이 복잡해질 때는 종이와 펜을 들고 써 내려가 본다. 이 문제가 나에게 가해질 피해, 문제, 그리고 결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이상의 고민은 하지 않고, 문제가 될 것 같은 것이 내가 뭔가 한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도 그냥 포기하고 넘기기로 했다. 이 복잡하고 험난한 세상에 고민으로 해결이 된다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살아보니 알지 않겠는가? 나의 걱정은 해결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그 종이를 조용히 버리면서 생각한다. 고민도 같이 쓰레기통으로 버리고 있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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