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입사를 해서 정말 성실(?)하게 다녔고 회사의 녹을 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랐다. 아마 당시에는 회사에서 죽으라고 하면 죽는시늉이라도 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 삶에서 회사가 전부였던 시기였고 하루에도 최소 12시간 이상을 회사에 있으면서 그 외에는 다른 것을 생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자의 반, 타의 반의 상황이었다고 할까? 누구나 그렇듯 적응하기 시작했더니 항상 이렇게 하는 것이 편했고 당연했으며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10년쯤 지났을까?
그러는 사이에 나라는 사람의 인생은 다양하게 파도쳤다. 물론 여러분도 많은 삶의 파고를 겪어 왔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내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정말 많은 역경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시리즈의 다른 글에도 계속 나의 이야기를 설명하겠지만 딱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삶을 재정의할 필요성을 느꼈다. 지금까지 회사에서 돈을 번 것은 바로 이때를 위해서인가?라는 정의였다.
그저 운이었다.
2014년에 서울 아파트를 살 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손님, 이 아파트는 정말 좋아요. 역세권에, 대단지, 이곳은 특히 초등학교 학군이 좋고, 사람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 나가려고 하지 않아요."
"사장님, 저는 장점은 제가 봐서 알겠고 단점이 좀 궁금하거든요. 여기 살아보시니 어떠세요?"
"단점 그런 거 없어요."
"에이, 단점이 없는 게 어딨어요. 여기가 강남도 아닌데."
"강남보다 싼 게 장점이에요."
"아, 그런 거 말고 또 뭐가 없어요?"
"또 장점이 있네요, 여긴 외환위기 때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생을 했을 때도 가격이 거의 안 떨어졌어요."
"정말 단점이 없어요?"
"그게 단점일 수도 있겠네요. 떨어지지 않는데 오르지도 않는다는..."
내가 장사꾼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란 거겠지? 결국 매수는 했지만 마지막까지 저 단점 외에는 듣지를 못했다. 그런데 그런 곳이 2년이 지나니까 30%가 넘게 오르더라. 내 주식도 그렇게 오른 적이 별로 없는데 신기했다. 그렇게 가격 상승을 보고 나서 내가 눈이 휙 돌아가버린 것일까? 결과적으로는 괜히 그렇게 했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사고팔고를 몇 번 시도하고 나니 현금이 좀 생기게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삶의 재정의는 다음과 같았다.
'아니, 회사 다니면서 몇 년을 벌어도 이 돈이 안 나오는데 정말 짧은 시간에 이렇게 돈이 되네? 난 뭘 한 거지?'
아, 혹시 여기까지 읽고 저자가 부동산 예찬론을 피기 위한 내용인가 싶었다면 오해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사가 너무 많기도 하고 다양하게 손을 대고자 하는 게 많아서 그렇지 부동산 내용은 이것으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어찌 됐건 이렇게 어느 정도 현금이 확보가 되었고 마음(?)은 훈훈해졌으며 그동안 회사에다 부동산에다 시간을 쏟았었는데 아내에게 무엇인가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내 배가 따뜻하면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아름다운 마음?
"당신은 뭔가 사고 싶은 거나 하고 싶은 거가 있어?"
"왜?"
"돈도 좀 생기긴 했고, 그간 당신이 애들 보느라 고생한 것도 있으니까...?"
"나, 하고 싶은 게 있어."
"오, 뭔데 적극 지원해 줄게."
"일하고 싶어."
그렇다. 아내는 결혼하고 가정주부가 되었다. 개인적인 가정사 문제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가정에만 있었는데 이제는 외부로 나가서 일을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그렇다고 일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던 것은 아니었다. 연애 시절에는 아내가 직장인이었고 내가 학생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10년을 일을 안 했으니 경력단절이 발생되었고 회사로 들어가는 과정은 많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10년 가정주부를 사용해 줄 사장님은 사실... 부모 찬스 아니면 없겠지...
"그래? 그럼 내가 생각해 둔 것이 있는데 하나 해 볼 생각 있어?"
"뭔데?"
"자영업 한 번 해 볼래?"
이렇게 말을 했던 이유는 동네에 항상 망하던 가게 위치가 있었는데 갑자기 샌드위치 가게 하나가 들어오면서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조금 시들해졌지만 2018년에는 대성황이었던 대만 샌드위치(나름 원조) 가게였는데 당시 사전 조사를 위해 대량 구매 후 아내의 친구들에게 뿌려보기도 하고 내 주변 친구들에게 뿌려보기도 하면서 가게 운영을 하기도 편해 보이기도 해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이런 고민을 하면 항상 아내랑 이야기를 먼저 했었는데 그동안은 구상만 하고 실행을 했던 적이 없었는데(결국 사람이 없으니) 이번에는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응? 그... 래?"
이렇게 쉽게 답이 나올 줄 몰랐다. 우리 부부가 사실 현실감각은 좀 떨어지는 무조건 '가즈아!' 스타일이긴 한데 당장 본인이 해야 하는데 쉽게 대답을 할 줄은 몰랐다. 자, 이제 이다음부터는 내가 해야 할 일. 꿈을 꾸었으면 이제는 실현을 하기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실현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당시 계획했던 것은 다음과 같았다.
1. 프랜차이즈 대표에게 문의한다. 금액과 가입 방법을 확보한다.
2. 금액과 부동산 위치 그리고 월세 계약
3. 특별한 노하우가 필요한가? 내 눈에는 특별히 보이지 않는데, 혹시나...
4. 누가 시간을 할애할 것인가? - 우리 부모님에게 문의해보자. 그리고 주변 친척. 친구를 모두 활용해 보자
구글 이미지에서 가져왔어요 ㅋㅋㅋ
나는 불도저 같은 사람이다.
목표가 결정이 되면 정말 사정없이 뛴다. 한동안 회사에서도 머릿속에는 이런 것만 있었던 것 같다. 제일 걱정을 했던 것은 사람에 대한 문제였는데 아침이나 저녁 늦게의 경우 아내와 내가 번갈아가면서 하면 되지만 중간을 책임져 줄 믿을만한 사람을 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오전 타임은 우리 부모님이 머릿속에 생각이 나서 건의를 했고 오후는 당시에 편의점을 접고 잠시 공부 중이었던 친구를 설득했으며 비어있는 시간대는 아내의 사촌동생을 활용하게 되었다. 사실 젊은 사람이야 그리 걱정되는 부분은 아니었는데 부모님이 솔직히 크게 걱정이 되긴 했다.
"우리 부모님이 과연 고객응대를 잘할 수 있을까? 내 친구나 당신 사촌동생이야 원래 고객 접대 업을 해 봤으니 문제가 없지만..."
"사실 나도 그게 좀 걱정이야. 커피라도 내려달라고 하면 해 줄 수 있을까?"
"부모님이 하실 때는 그냥 커피를 팔지 말라고 할까?"
"그것도 방법인 것 같아."
사실 이렇게 말을 하게 된 이유는 내부에서 3일 정도 우리들끼리만 시뮬레이션을 해 본 날이 있었는데 샌드위치와 음료 주문을 다양하게 했을 경우 부모님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진짜 식은땀이 쭉쭉 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역시도 처음 해보는 과정이라 뭔가 도움을 드리기가 좀 애매한 감이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우린 초보니까 어쩔 수 없어'라고 생각을 해도 고객들이 과연 이해를 해 줄까?라는 생각을 해 보면 아찔했다. 이 3일 동안은 밤에 정말 잠을 한 숨도 자지 못했다. 머릿속으로는 이해되지만 내 가슴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 차라리 이런 상황에서 굳이 커피까지 부모님께 팔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결국 우리가 쉬어야 할 시간에 이것을 하기 위해서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이 교차했다.
'내가 왜 이렇게 일을 벌여서 혼자 고민을 하고 있지? 그렇다고 이제 뒤로 돌릴 수도 없고...'
매일 밤에 누워서 고민을 거듭했고, 이제 모든 키를 쥐고 있는 아내와 우리 부모님의 첫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