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 못 자는 이유

훌라후프는 늦은 밤에도 시끄럽지 않다.

by 강동희


많은 실패를 맛 본 여자 유정은 새벽 세시의 줄넘기 소리에 경악하며 이불을 걷고 줄넘기하는 사람에게 한 소리 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후드를 뒤집어쓰고 넘치는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 달밤의 줄넘기 중인 패기의 남자 영재와 유정은 서로에게 이를 드러내며 만나게 된다. 악연으로 시작된 두 사람은 술 한잔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인연이 되어간다.



훌라후프는 늦은 밤에도 시끄럽지 않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이유로 잠들지 못한다. 부모님의 대한 죄책감, 자신의 생각에 대한 불안감, 세상에 던져지는 두려움, 떨쳐도 도저히 떨쳐지지 않는 걱정들이 온통 마음 안에 뒤섞여 혼란스러운 마음에 쉽사리 잠이 오질 않는다. 그래도 늦은 밤 훌라후프 하나로 웃고 떠들며 위로받을 수 있는 서로가 있어서 좋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서로에게 다가갈수록 상대방이 보이고, 상대방에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자 그 모습에 초라함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마음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현실과의 거리도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현실 속에서 비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외면할 수밖에 없는 슬픈 모습들 뿐이다. 이젠 늦은 밤 훌라후프 하나로 웃고 떠들며 서로에게 위로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분명 찬란한 순간들이 더 많았다. 처음으로 술을 마시던 날 마음만 꼭 붙잡고 있으면 다 털린 게 아니라던 영재의 말과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던 훌라후프를 닦으며 웃음도 짓고, 성벽에 앉아 선물을 받고, 수줍은 데이트 신청과 망쳐버린 데이트. 서로를 알아가며 느끼는 작고 소중한 감정과 그 사람.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더할 나위 없이 찬란한 순간들을 보내게 되지만 현실을 마주하자 그동안의 모든 순간들이 환상이 되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사람은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과거는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고 현재는 지금도 지나치고 있다. 다만, 존재하는지 알 수 없는 미래는 우리를 기대하게도 하지만 실망시키고 좌절하게 만들기도 한다.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현재를 끊임없이 준비하며 지나치고 있다.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계획하고 계산하며 재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게 꼭 더 나은 미래를 만들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없을 것 같다는 마음에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현재는 미래를 위한 순간일 뿐이다. 하지만 그 순간의 두려움은 우리의 미래마저 흔들어 버린다. '우리가 못 자는 이유'는 그 순간을 이겨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 하나를 알려주는 아주 중요한 순간을 담은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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