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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향기 Feb 05. 2023

대보름날에

시와 글

젊은 세 년     


동네 젊은 새댁 세 년이 바람이 났나.

외국 배 타러 나간 남편들은 우짜노.

밤이면 밤마다 마실 간다 하네.

저것들이 제대로 미쳤는갑다.   

  

새로 생긴 청사초롱 나이트클럽에

곱게 분칠하고 다닌다는 소문 돌고

쪽진 머리 비녀 꽂은 동네 할매

흘겨보며 도끼눈을 했단다.   

  

소문일랑 아랑곳 않고 매일 밤 간다 하제?

체력도 좋네, 낮에 식당 일로 피곤할낀데

언제까지 젊은 줄 아는가.

새끼들이 알면은 우짤라꼬!  

   

도끼눈 할매가 젊은 색시 미행하다

첫째 날은 색시들이 갑자기 사라져서 실패하고

둘째 날은 잠깐 피곤해서 졸다 놓치고

셋째 날은 나이트 입구에서 사람들이 쫓아내고

    

드디어 넷째 날!

주방으로 통하는 개구멍을 발견하여 들어서는데

한 년은 과일 안주 만들고,

또 다른 년은 남은 맥주를 새 병에 따르고,

나머지 한 년은 설거지하고 있더란다.     

 

“할매! 여기 일하러 왔십니꺼?”

젊은 새댁 세 년이 동그란 눈으로 쳐다보니

도끼눈 할매는 민망하고 미안해서

늙으면 죽어야지. 이게 뭐꼬?     


젊음을 팔며 사는 것들,

젊음을 누리며 사는 것들,

시끄럽고 신나는 두둥 소리에

모두 모여 하나 되어 춤을 추는데  

    

 젊음으로 버티며 사는 것들 보며

“ 오늘은 내가 도와줄 테니

  너거도 저 가서 춤 한 번씩 추고 온나!”

주방에 두런 앉아 엉덩이를 실룩인다.  

   

평상에 모여 앉아 두런두런 입방아

젊은 새댁 지나가니 누군가가 입을 연다.

“저 색시도 춤 바람났다 하제?”

“니가 봤나? 속 모르는 소리 마라!”    

 

동네 젊은 새댁 세 년이 돈독 올랐나.

나중에 늙어 병들고 아프면 우짜노.

밤이 돼도 쉬지 않고 일한다 하네.

저것들이 제대로 미쳤는 갑다.      

    

 보름이라 친정엄마를 뵈러 갔다. 엄마는 대보름이 되면 맛있는 나물 반찬을 하고 자식들을 부른다. 마트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는데도 꼭 손수 장만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오곡밥을 먹으며 옛날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동네 쪽진 머리에 비녀를 꽂았던 도끼 할매에 대해 이야기했다. 도끼 할매가 엄마와 우리에게 왜 살갑게 해 주었는지 알게 되었다. 엄마는 도끼 할매 이야기를 했지만 나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속이 상해 감정이 북받쳤다. 그러나 애써 감정을 감추며 손뼉 치고 호응 하며 오지랖 도끼 할매 흉을 같이 보았다.


 보름나물은 보약이란다.

 나도 자식들에게 보름나물을 해 주며 보약을 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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