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스터와 학교

(2023.12.20.)_ 아이들과 헤어지기 전 D-10

by 박진환

아침 일찍부터 울린 대설주의보로 신경이 곤두선 채 부리나케 일어났다. 아산에 대설주의보가 내렸는데, 아이들 등교는 가능한 건지 학교 톡으로 었더니 교장선생님은 생각보다 적게 내렸다고 가능할 것 같다는 답이 왔다. 집 밖을 내다보니 거리는 그런대로 무난히 차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강추위에 지난 주와 다른 아침 분위기이다. 어제 아들 녀석 마지막 훈련코스인 20KM 야간 행군은 무사히 마쳤는지. 하필이면 이 날씨에 행군이라니. 그나마 마지막이라 이를 악물고 잘 버텨냈으리라.


학교로 출근을 하니 도로는 빼고는 인도에 쌓인 눈이 발목을 덮을 정도였다. 걸을 때마다 신발 틈사이로 들어오는 눈이 차가운 기운을 더했다. 우산을 쓰고 도착한 학교. 눈이 하얗게 쌓인 현관 앞을 지나 교실로 들어서니 아이들이 나를 맞는다. 어김없이 삼총사들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다. 곧이어 추위에 아랑곳 하지 않 듯 신나게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들. 이 아이들과 이제 헤어질 날도 딱 열흘 남았다. 아침은 그저 늘 하던 대로 책 읽고 어휘를 익히고는 곧바로 연극과 낭독극 연습으로 들어갔다.


참, 연극과 낭독극 연습을 하기 전에 어제 늦게 완성이 된 아이들 때문에 하지 못한 문집표지공모전 결과 투표를 했다. 해마다 문집을 만들면서 표지를 공모하여 아이들에게 맡겨 왔는데, 이걸 하게 된다는 건 그만큼 학년을 마칠 때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문집을 얇게 세 개의 꼭지로 만들어 보려 하는데, 가능할지 모르겠다. 아이들 투표로 오늘 세 아이가 선정이 됐다. 이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표지그림으로 들어간다. 나머지 아이들도 버리는 게 아니라 문집 곳곳에 집어 넣어 줄 생각이다.


이제 연극을 준비하는 아이들은 동작과 동선, 위치를 바꾸고 관객을 보는 시선, 다른 배우를 바라보는 시선까지 매우 자연스러웠다. 1학년이 이 정도면 됐지. 더할 나위 없었다. 낭독극을 하는 아이들은 대사 읽는 것만 집중을 해서 동작과 시선, 발음상태와 소리크기까지 지도를 했다. 그랬더니 그동안 보고 듣고 익힌 것이 많았던 탓인지 금방 소화를 하며 잘도 해낸다. 그래 이 정도로만도 충분하다. 이제 학급마무리 잔치 차례에 맞게 아이들만 안내만 하면 될 것 같다.


이어지는 시간은 <맨 처음 글쓰기>의 주제어 그림씨 '달다'. '길다'에 이은 '달다'에 관해 파생어를 확인하고 받아쓰고 주제어에 얽힌 삶들을 떠올려 보게 했다. '길다'에서는 골똘이 생각하다 경험이 딱히 없다고 하여 물체나 보이는 물건이나 건물, 길만 긴 게 아니라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도 '길다'고 표현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역시 어린이 글쓰기는 아이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지점이 있다. 그래서 어른들의 도움, 특히 경험 있는 교사의 도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글을 써야 하는 경험도 있어야 하는데, 그 지점까는 교사는 드물다. 그래서 초등에서 쓰기교육은 한계가 분명하고 사교육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공교육의 교육과정도 교사도 학교도 실질적으로 아이들의 언어교육을 책임지기에는 시스템과 내용면에서 한참 부족하다. 이런 상태에서 학력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내년에 새교육과정이 들어오고 1학년 국어 교육과정을 봤는데, 변화는 보이지만 한계도 뚜렷하게 보였다. 한숨만 나왔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난데없이 랍스타가 등장했다. 다른 언론에서만 들었던 급식식단에 랍스타라니. 학교측의 도움을 받았지만, 열을 다해 움직이는 영양교사의 힘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식단이었다. 랍스타에 대한 호불호가 있긴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맛있다며 점심시간을 즐겼다. 이렇게 학교와 교사가 마음을 모아 함께 하면 아이들을 위한 학교는 어렵지 않다. 그런데 이런 가능성을 외부의 세력들이 막거나 훼방을 놓는다. 아래로부터 자발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교사들과 학교의 움직임을 지원하는 것.


이것이 교육청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는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시를 수행하는 말단기관으로서 학교의 역할만 강조돼 왔다. 그것을 수행하려는데 급급한 대다수 낡은 관료주의에 빠진 관리자로 인해 학교는 내가 발령 받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근본적으로 달라잔 것이 없다. 랍스타 하나로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데.... 이게 다른 데서는 쉽지 않다는 게 우리나라 교육현실이다. 요즘은 하루 일기를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때나 쓰는 것 같다. 헤괴한 소리 더 하기 전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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