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문집이 나왔다. 모두 모아 36, 37, 38호. 나를 거쳐간 아이들과 만든 문집의 수가 38권이라는 이야기다. 그 중 세 권이 지난해 1학년 아이들에게서 나왔다. 해마다 저학년을 하면서는 보호자분들에게 문집도우미 작업을 부탁드렸는데, 덕분에 세 권을 펴낼 수 있었다. 2023년 한 해를 살아 온 우리 새싹이들의 흔적.
1학년 2학기 때부터 시작한 문장공부에서 글쓰기까지. 그 성장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 권의 문집에는 어린 아이들의 삶이 담겨 있다. 글쓰기를 기능적으로만 보는 이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보지도 않는 아이들의 삶. 우산을 펼치는 모습을 꽃에 비유도 하고 글쓰기가 싫은 마음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온갖 세상 걱정을 하고 자연을 살펴본 이야기, 동물을 살펴본 이야기, 부모들에 대한 원망과 사랑, 이런 저런 속상한 마음까지.
나이는 어리지만, 문집에는 그들도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들만의 원칙이 있고 눈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제 2학년으로 올라가는 아이들에게 문집 세 권이라는 작은 선물을 건넬 수 있도록 도와주신 애써 주신 일곱 분의 보호자분들에게 다시금 고마운 맘을 전하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아이들 교육은 담임 혼자서는 결코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이따금 나름 멋지게 지내며 자기 생각을 보여주는 졸업생들이 학교의 영향에 대해 언급하지만, 난 단지 학교의 역할만으로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대안학교에 아들을 보내고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대안학교의 보호자로서 살아보고 대안학교에서 기숙사를 운영하며 10년동안 학생들을 지켜보던 나의 경험을 떠올려 봐도 학교는 부모의 교육관과 선택을 지지하고 확장시켜주는 곳이지 절대적인 곳이 아니었다.
지난 3년, 여러 보호자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 건, 보호자의 교육관과 선택이 결국 아아이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그런대로 만족하는 부모도 있었지만, 후회를 하는 부모도 적지 않았고, 노여움을 표출하는 부모도 있었다. 교사로서 부모로서 이 모든 과정을 겪은 나로서는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가 있었다.
아이들의 풋풋한 성장은 보호자의 교육관과 선택, 태어나고 자라며 지니게 된 아이들의 기질과 배움의 정도, 이 과정을 돕고 확장시키며 제대로 역할을 하는 학교가 잘 결합이 되었을 때라야 비로소 가능했다는 것이다. 학교가 모든 결 해결해 줄 수 없지만, 지나친 학교에 대한 기대와 보호자의 방심 혹은 무책임은 결국 학교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못한 것이 돼 버리는 경우를 만들 수 있다. 코딱지만한 문집 세 권을 펴내면서 새삼 이런 성찰을 해 본다.
돌이켜 보면, 1학년 새싹학년을 맡으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각기 다른 색깔로 보호자분은 아이들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계셨다. 그 길에 거산이라는 곳이 선택이 되었고 그 지점에 학교와 교사인 내가 어우러지고 아이들마다 자기 기질을 담임인 나와 잘 융합시켜 울퉁불퉁, 좌충우돌하며 일년을 지냈다. 그 결과에 너무도 소중한 세 권의 문집이 있다. 우리 새싹 아이들 자신의 기질을 맘껏 뿜어내고 배움의 즐거움과 힘든 과정을 잘 이겨내며 부모님의 선택과 결정이 옳았다는 걸 잘 증명해주길 부디 바랄 뿐이다.
고맙다 열 셋 새싹이들. 그동안 수고했어~ 별난 선생님과 사느라고... 그리고 세 권의 문집이 나오기까지 애써주신 7인의 문집 도우미 보호자님들과 이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새싹학년 보호자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난 일 년 함께 해주셔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