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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n 05. 2024

또 놀고 싶어요

(2024.6.5.)

올해 아이들은 펑펑 논다. 지난해 아이들은 기질이 막 돌아다니는 편은 아니었지만, 학교 공사로 돌아다닐 곳도 마땅치 않았고 공간도 없어서 한정된 곳에서 지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해 했다. 이제 공사가 끝난 상태에서 입학을 한 아이들은 아직은 다락방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여유로운 교실 뒷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고 텃밭은 물론 교실 옆 너른 공간과 놀이터, 무엇보다 지난해에는 없었던 운동장까지 종횡무진 우리 아이들은 뛰어다닌다. 심지어 학교 밖까지 나가려해서 도우미 선생님이 제지를 하고 그럴 의사를 나에게 말해서 단호히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우리 아이들은 중간놀이 시간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오늘은 수요일 중간놀이의 마지막 날. 사실 우리 학교는 수요일 중간놀이를 생략하고 일찍 마쳐 교사 연수와 아이들은 방과후와 동아리 활동으로 보낸다. 1학년도 다르지 않은데, 나는 마냥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이라 여겨 지난 석달은 중간놀이를 즐기도록 해주었다. 아이들도 이제는 조금씩 안다. 원래 수요일은 중간놀이가 없는데, 선생님의 특별(?) 배려로 지난 석달을 즐겼다는 걸. 그러나 이제는 수업시수도 시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들어선 아이들이라 이 과정도 챙겨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6월 오늘을 마지막으로 수요일 중간놀이는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했다.


그래서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오늘은 중간놀이와 3-4교시 사이에 쉬는 시간, 그리고 밥을 좀 일찍 먹은 탓에 남은 점심놀이 시간까지 아이들은 충분히 즐기고 놀았다. 그런데도 땀을 흠뻑 적시고 들어온 아이들 중 재*이는 더 놀면 안 되냐고 짜증을 냈다. 어이가 없어 하니, 주변 아이들 중 다*이가 한 마디 거든다. 그러니 맞장구를 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재*이는 그래도 놀고 더 싶다고 항변한다. 오늘 꼭 알아야 할 수학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다른 친구들 보다 좀 더 붙잡혀 있어 그랬는지 마냥 더 놀고 싶다고 투덜댄다.


"야, 오늘 선생님이 세 번이나 놀게 해줬는데, 뭘 또 놀아."

"맞아, 오늘이 제일 많이 놀았어."

"난 그래도 또 놀고 싶단 말이야."


점점 이 아이들은 바깥 놀이와 중간 놀이 시간을 마구 즐기고 있다. 집에서 게임과 유튜브를 한다는 아이들이 꽤나 있어 이렇게 노는 게 어쩌면 이게 다행이기도 하다. 게임과 유튜브 보다 더 재미난 게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는 것. 그 가운데 책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바람이다.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수학과 국어로 시간을 보냈다. 수학은 수학익힘 문제를 주로 다루었는데, 꽤 연습했다 싶은데도 여전히 가르기 모으기를 쉽게 잊고는 헷갈려 하는 아이들이 있다. 수세기 칩과 식만들기 상황으로 연습을 시켰는데 학교에서 한 것만으로는 숙달되기가 어려운 아이들 몇몇이 보여 6월에는 반드시 보강이 되어야 할 듯했다. 국어는 이제는 꽤나 속도가 나고 있다. 일정한 패턴이 되풀이 되면서 아이들도 안내만 제대로 해주면 쉽게 해결해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제 속도를 조금 더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날이기도 했다.


오늘도 또 지나갔다. 이제 나흘간의 연휴다. 방학을 앞두 마지막 연휴. 다음주에는 100일잔치도 해야 하고 현장학습도 다녀와야 하고 거산북스타트 행사도 치러야 한다. 바쁘다. 돌아서면 일이고 돌아서면 일이다. 마지막 연휴를 나 또한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94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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