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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Jul 05. 2024

7월, 처지는 날

(2024.7.5.)

올해는 야근이 많다. 학급 일도 학급 일이지만, 학교 일을 처리하려는 데, 도무지 집에서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거산 이곳에서 남은 일을 마무리 하고 내가 뜻했던 바가 이곳에서 실현이 되려면, 내가 없어도 작동이 되려면 미리미리 해두어야 할 일이 많다. 더구나 학교 도서관 없이 2년 동안 독서교육이라는 교육과정의 한 축이 무너지지 않고 학생들의 삶을 도우려면 어차피 내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그러러면 준비가 필요하고 게 중 한 사람은 희생을 해야 한다. 뒤 사람이 불평 불만 없이 일하기 위해서는 앞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거산에 온 이상, 내가 저지른 일이니 책임을 져야 하고 또 이 과정이 가치가 있다면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올해 야근이 많고 앞으로 도서관과 독서교육 관련 교육과정, 그리고 거산의 문화가 안착이 될 때까지는 난 야근을 해야 할 지 모른다. 그래서 어제도 난 야근을 해야 했다.


지난 몇 달 잦은 야근과 개인적인 일이 겹쳐 흐른 탓일까. 오늘은 아침부터 몸이 처졌다. 거기다 세 아이가 몸이 안 좋아 오늘 결석을 하는 바람에 오늘 교실은 8명의 아이들로만 수업을 진행해야 했다. 다행히(?) 1학기 다모임 마무리를 한다고 1학년도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수업 대신 우리 아이들은 1교시부터 음악실로 갔다. 그곳에서는 지난 한 학기 각 학년이 어떻게 살았는지 발표를 했고 각자 연습한 악기공연도 선보였다. 분위기도 좋고 즐길만 했다. 다만 좀 길었다. 1학년 아이들은 어느새 지루해 하기 시작했고 에어컨 바람이 춥다고도 하고 뒤편에 앉아 있던 나는 앞에 있던 아이들을 하나둘씩 불렀다. 몸이 좀 처지기 시작한 나는 자리에 앉았고 아이들은 이 틈을 비집고 내게 몰려들어 안고 주무르고 눕고 난리부르스를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은 어느새 중간놀이시간을 침범했고 1학년 아이들은 불만이 여기저기서 튀어 나오기 시작했다. 중간놀이 시간이 거의 사라질 무렵, 나는 아이들에게 10여분 동안 밖에서 놀다 와도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고맙다고 나를 끌어 안더니 밖으로 쏜살 같이 튀어 나갔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아이들은 그 10분 사이에 이미 지쳐 있었고 3-4교시 수학시간 내내 몇몇 아이들은 멍을 때리거나 초점을 잃은 눈으로 수업을 받는 등, 오늘은 그야말로 수업이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겨우겨우 깨워가며 수학 50까지의 수 단원 중 10이상의 수에서 가르기를 하는 법을 익혀 나갔다. 대부분이 아이들이 적응을 하지만, 한 두 아이가 좀 헤매었다. 온채움교사가 옆에서 집중적으로 도움을 주었지만, 연습이 필요하고 주의 깊게 관찰할 아이가 드러났다.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지점이었다.


아, 7월이라서 학기말이라서 그런가, 장마철이어서 그런가, 아님 정말 야근이 잦아서 그런가. 어쩔 수 없이 방학을 기다려지는 오늘 하루였다. 방학이래야 여름은 3주밖에 안 되고 그중 절반이 연수와 출장이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호흡은 가다듬을 수 있으니...수업이 끝날 무렵 쌩쌩해지는 아이들 얼굴. 금방 회복되는 아이들 체력이 오늘따라 유독 부럽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124일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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