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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Nov 04. 2024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

(2024.11.04.)

오늘은 새롭게 학교를 짓게 된 축하 잔치, 일종의 준공식이 있는 날이었다. 충남교육감과 아산교육장을 비롯한 총동문회장과 각계 인사들이 모여들었다. 그 맨 앞자리를 우리 1학년 아이들이 차지했다. 밴드의 축하 노래와 연주가 있으면 박수를 치고 있다가도 어른들의 지루한 인삿말이 있으면 딴짓을 피우다가 자기들끼리 킥킥 웃으며 장난을 치는, 그래도 되는 오늘은 지난 2년간 고생 끝에 마침내 학교 건물 짓기의 마지막을 알리는 축하의 날이기도 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끝을 맺고 지난 4년을 돌아본다. 벌써 4년.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 우여곡절과 가슴 아픈 여정들이 있었던 나날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 불과 1년 밖에는 남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는데...


월요일 아침, 오늘 첫 만남은 지난 주말 마침내 아이들에게 나눠준 일기장을 받는 것으로 시작을 했다. 한 아이는 가져오지 못하고 다른 두 아이는 아예 쓰지를 않았고, 또 다른 아이는 쓴 게 제대로 마무리가 안 돼 보완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해서 오늘 겨우 겨우 받은 건 12명 중 10명. 그렇게 아이들 글을 읽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내가 기대를 낮춰 잡은 탓도 있지만, 지난 두 달의 노력이 헛수고는 아니었다는 생각에 만족했다. 이렇게 시작을 하면 남은 두 달 동안 엄청난 변화가 있을 거라는 설렘도 품게 된 오늘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1학년 아이들이 보여주는 기본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작년 아이들 11월 수준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이제는 표현이고 자세한 관찰 내용이 얼마나 남길 것이냐가 관건일 듯했다.


첫 수업은 <한밤중 달빛식당>으로 감상문을 쓰는 시간. 감상문을 쓰기에 앞서 정지 동작활동을 해 보았다. 4명씩 짝을 지어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나 만들어 보고 싶은 장면을 정지동작으로  표현해 나중에 대사도 말해 보는 활도이었는데, 나름 괜찮게 이유를 달아 연출을 해주었다. 정지동작을 바라 보는 아이들도 맞히는 재미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다음으로 이어진 감상문 수업. 사실 어떤 학년에게도 감상문은 쉽지 않다. 한 줄 쓰기 정도만 해도 좋은데, 그 이상을 쓰게 한다는 게 가당찮은 접근일 수도 있다. 더구나 책을 읽고 글로 쓰는 감상은 대게 아이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그러나아이들과 책 속 이야기를 나누고 상황에 대한 안내를 충분히 하면 어느 학년 못지 않게 1학년도 자기만의 감성을 감상글에 담아낼 수 있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감상문을 쓰기 전에 생각한 것, 느낀 것, 궁금했던 것을 떠 올려 메모를 간단히 하게 했다. 일단 오늘은 그것으로 하고 내일 그것을 바탕으로 글을 써보자 했다. 일단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말로 하고 글로 쓴다는데 의미를 두려 한다. 내일은 그 결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지 않는가.


다음으로는 수학시간. 오늘은 여러 가지로 뺄셈을 할 수 있는 식을 살펴보고 답이 어떤 식과 관계가 있는 지를 살폈다. 같은 답이 어떤 계열의 뺄셈식과 관련이 되어 있는지를 말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고 접근을 했다. 두 아이가 여전히 10을 이용한 뺄셈에서 헤매고 있어 도우미 선생님을 활용해 맡기고 나는 진도를 나갈 수가 있었다. 모든 아이들이 어쨌든 뺄셈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방학 때 충분히 숙달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아이들도 그 과정에서 성장하고 변화하길 바랄 뿐이다. 어느 학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해당 학년에서 충분히 익히고 넘어가야 그 다음을 즐길 수가 있다. 아이들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도 내가 해야 할 역할을 해야 한다. 국어나 수학이나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다.


오늘은 끝과 시작이라는 말들이 자꾸 나오게 되는 날이었다. 1학년의 끝은 우리 아이들에게 2학년의 시작을 알린다. 그리고 이별과 또 다른 만남도... 어느 쪽이든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한다. 인생이 본디 그런 것이고 아이들도 매해 겪으면서 그렇게 자라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47일째 되는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질 날을 59일 남겨 둔 날이기도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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