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7.)
"선생님, 입동이 뭐예요?"
"응, 겨울로 이제 들어가는 날이라는 뜻."
"아하~"
북스타트 공책 달력에 입동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본 아이들 몇몇이 입동이 뭐냐고 묻는다. 입동인 오늘 아침에 정말 차가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가 비치면서 낮에는 청량한 가을 하늘 날씨로 바뀌었다.
오늘도 아침에 책을 읽으며 시작을 했다. 그리고는 첫 두 시간은 아이들 속도에 맞게 진행되고 있는 글쓰기 상황을 살폈다. 어떤 아이는 감상문을 다 쓰고 <맨 처음 글쓰기> 공책을 해야 하는 상태였고 또 다른 아이는 쓴 감상문을 책등팝업에 옮겨야 하는 상태였다. 또 다른 아이는 <어린이 시 따라쓰기>를 하면 되는 상태였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친 아이는 다음 주에 있을 신축도서관 행사로 진행하는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을 주어진 틀에 제목과 그림, 인상 깊은 문장과 소개하고 싶은 까닭을 채우게 했다. 각자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아이들마다 아침 컨디션이 달라 하품하고 멍하니 있는 아이,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도가 나가지 않는 아이들을 일일이 깨워가며 시간을 보냈다. 겨우 그럭저럭 속도차이에서 빚이어지는 격차를 줄여 나갔다.
중간놀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도무지 맥락이 없어 재미도 없고 딱히 집중도도 낮아지는 통합교과 '약속'의 마지막 단계를 거쳤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영상으로 실제로 지구가 어떤 상태인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이런 영상조차 흥미거리일 뿐이다. 어른들도 체감을 잘 하지 못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겠는가. 오히려 내가 더 걱정스러워지는 장면들을 거쳐 팝업북을 만들며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살펴보았다. 나무를 심고, 자동차보다는 자전거와 걷기, 전기 아껴쓰고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않기. 음식 쓰레기 남기지 않고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걸 일단 지식으로라도 습득하게 했다. 그런 뒤, 지구게에 간단한 편지를 쓰는 걸로 대신했다. 수업이 끝난 뒤 급식실에서 아이들은 오늘만큼은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 애를 써 주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려니 한 통의 문자가 날아왔다. 시인이자 초등교사인 방**선생님이었다. 동시 <내가 왔다>로 등단하고 널리 알려진 그는 경기도에서 수석교사로 활동중이다. 올해 줌으로 내게 국어 교과 강의를 듣고는 큰 도움을 받았다며 더 일찍 이런 내용을 배우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며 그동안 감사했다는 엽서 한 통과 선물이 학교에 도착했으니 확인하라는 내용이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 무엇으로 답장을 보낼까 하다가 점심 먹으러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 산책로로 안내를 했을 때, 우리 학교의 상징이다 싶은 은행나무의 노란 잎들이 곳곳에 그림처럼 쌓여 있는 모습과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내드렸다. 그러니 '아이들과 함께 가을가을한 날씨'라며 반가워 한다. 그랬다. 오늘은 노란 잎에 머문 우리 아이들 모습이 한없이 가을가을한 입동날이었다.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