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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환 Nov 18. 2024

되풀이(?) 되는 하루

(2024.11.18.)


"안녕하세요?"

"어, 재*이 머리 깎았네."

"네. 깎았어요."


재*이는 머리카락이 치렁치렁 길어져 움직이다 땀이 나면 긁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구나 머리에 상처가 난 데를 긁다가 세균이 번지는 일까지 생겨 어머님이랑 상의를 해서 이번 참에 짧게 깎기로 했었다. 본인은 우리 반 수*처럼 상*처럼 머리를 기르고 싶어했다 한다. 둘을 좋아하면서도 같이 어울리기엔 늘 무언가 부족함을 느꼇던 재*이는 머리를 또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지 오늘 하루 종일 뭔가 다른 느낌으로 살아주었다. 하루 종일 집중도 잘하고 내 말도 잘 따라주고. 저러다 내일이라도 당장 달라질 것을 알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래서 칭찬도 많이 해주고 수업 마치고 갈 때는 사탕도 두 개 쥐어 보냈다. 신 나라 뛰어나가는 녀석이 오늘부터 달라지길 바라는 건 기대하지 말아야겠지?


재*이와 달리 지*이는 한동안 그럭저럭 잘 따라주다 오늘 하루 종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주말 후유증인지, 월요병일지 모르나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만 보여줬다. 본디 1학년 아이들 중 관심을 주어야 하는 아이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재*이와 지*이 둘이 다 같이 하루를 내 마음 편하게 보내게 한 적이 단 한 번이 없어 신기할 따름이다. 한 녀석이 잘하면 그 다음날은 다른 녀석이...번갈아가며 집중을 못하며 딴짓을 하던 두 아이. 오늘도 어김없이 이런 엇박자는 되풀이 되었다. 그렇게 번갈아 보낸지가 어언 261일째 되는 날.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를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를 뚫고 들어온 아이들의 얼굴은 그래도 밝았다.


첫 시간은 주제어 '보다'로 시작했다. 세상을 보는 눈의 움직씨 '보다'. '보았다.' '보니, '보았습니다.'로 채운 움직씨로 아이들은 단문을 익히며 또 다른 움직씨(동사)를 공부했다. 이제 쓰는 건 어려운 게 아닌데, 제대로 쓰는 게 문제인 상태이다. 속도가 문제가 아니라 돌아보는 일이 중요한데, 앞으로만 가고 그냥 가끔은 혹은 자주 쓰는데만 집중을 하는 모습이라 이것도 또 다른 되풀이 유형 중의 하나가 돼 가고 있다.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 일기도 마찬가지다. 이제 한 4주째로 접어드니 평범한 일기들이 많다. 자기 삶을 잘 돌아보고 차분하게 쓰거나 자세히 쓰고 그 지점에서 깨달은 점이 툭 튀어나오면 좋으련만.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일찍 마무리한 아이들을 데리고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책 상자를 들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읽는 것을 오늘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신나게 도서실로 향했다. 그리고 각자 고른 책을 나에게 와서 검사를 받고서 스마트 대출기에 가서 대출을 받게 했다. 남자 아이들은 절반이 곤충과 동물 칸에 머물러 있었다. 세 권 중 한 권은 꼭 동화책을 읽게 안내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중간놀이 시간 이후 수학시간. 먼저 10을 이용해 더하고 빼는 활동을 말로 하게 하는 걸 확인하고 지난주에 배운 덧셈으로 가로셈과 세로셈하기를 확인한 뒤에 익힘책으로 복습을 하게 했다. 수학익힘책이 워낙 글이 많아서 쉽지 않았다. 이번 교육과정은 다른 것도 마찬가지만 수학도 1학년 아이들에게 뭘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갓 한글을 익힌 아이들에게 가득한 글로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라니...이것도 되풀이 되는 건, 아니 악화된 것은 다르지 않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61일째 되는 날이었고 헤어질 날을 45일 남겨둔 날이기도 했다. 생각보다는 그렇게 춥지 않은 날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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