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9.)
날씨가 훨씬 괜찮아졌다. 오늘 저녁에는 올해 마지막 1학년 교사-보호자 다모임도 있는 날이어서 며칠 전부터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오늘은 가볍게 11월 읽은 책을 정리하게 하고는 곧바로 다목적실로 향했다. 오늘은 내년에 우리 학교를 책임질 학생대표를 뽑는 날이기도 했다. 다목적실로 들어선 아이들은 먼저 지난 번 알뜰시장에서 모아 둔 소득을 어떻게 쓸 것인가로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의 의견은 유기견 보호하는 곳, 동물을 치료하는 곳, 애육원 등 약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보내는데 의견을 모아갔다. 아이들 입에서 이런 제안이 나온다는 것도 대견했는데, 지난해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그렇게 시작한 내년 대표 선거. 시작은 후보들의 발표가 있었다. 아쉽게도 이번 내년 대표를 뽑는 과정은 눈에 띄지 않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 아이들이 대표를 스스로 마들어 내는 과정이 도드라지지 않아 아쉽기만 했다. 작은 학교라 할 게 정말 많고 일이 많고 올해 특히 학교 건물을 짓는 과정과 정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다. 눈코 뜰 새 없다는 말이 딱 적당하다. 우리가 정말 학생들의 자치를 고민한다면 내년에는 정비된 환경에서 어떻게 균형점을 찾으면서도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형식과 내용을 채울 것인 가에도 고민이 필요해 보였다.
그럼에도 첫 투표를 경험하는 1학년 아이들의 표정에는 들뜬 모습과 어색한 모습이 겹쳐 있었다. 서툴지만 6학년 도우미의 안내로 무난히 투표하고 결과까지 지켜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내년 대표를 뽑고 발표하고 자리를 옮긴 뒤에는 중간놀이 시간에 환경 관련 그림자극을 관람했다. 우리 학년을 맡아주셨던 연극샘 주관으로 준비하여 주변 학교를 돌며 공연하는 극이었다. 내용은 유익했으나 모든 아이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중간놀이 시간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아이들. 자신들의 선택이어서 딱히 할 말 은 못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통합교과 움직임 시간. 오늘은 컵 쌓기 달리기와 훌라후프로 재미난 이어달리기를 만들어가며 즐기는 시간으로 보냈다. 두 말하면 뭘 하나. 다들 이 시간을 즐기며 웃고 뛰어 놀았다. 점심시간이 되고 이제 아이들을 보낼 시간. 하교 시간은 뻔한데, 교무실에서는 갑자기 협의를 하자는 메시지가 오고 오늘 도서관 책장 하나가 들어오게 돼 있어 그거 처리하려니 몸이 하나라 나는 가정 먼저 아이들 하교를 우선했다. 서둘러 아이들을 돌려 보내고 도서관 책장을 받아 도서관으로 안내하고 행정실에 소식을 전하는 것을 두 번째. 마지막 협의 시간은 참석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에 참 많은 일을 해야 했었는데, 그 시간에 꼭 협의를 해야 했을까 싶다.
오후에 조퇴하는 교사들이 많아서 그런가 본 데, 정당한 행위지만 점점 조퇴가 많아지는 분위기도 아쉽고 그래서 점심시간에 협의를 하자는 것도 우습고. 학교가 왜 이렇게들 돼 가야 하는지...11월의 끝자락에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 지어야 할 듯하다. 오늘은 아이들과 만난지 272일째 되는 날이었고 아이들과 헤어져야 할 날을 34일 앞둔 날이기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금요일 오늘 나는 저녁 9시에 퇴근해야 하네. 내게 조퇴는 먼 나라 얘기일 뿐... 하~ 요즘 내 글이 날린다 날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