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어둠이 내려앉는 저녁까지, 테니스공의 잔털이 허공에 흩날린다. 몇번이나 공을 바꿔 다시 쳐 보지만, 방향성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무릎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팔꿈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한 동반자가 되어 버렸다.
그럼에도 라켓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공이 날아오를 때마다 나는 또다시 스텝을 내디디고, 허공에 작은 궤적을 그린다. 순간의 충돌음 속에서 어설픔과 미련이 한데 섞여도, 그 소리는 나를 살아있게 한다.
늦은 배움은 더디고 서툴다. 그러나 바로 그 느림이 내 삶을 붙들어준다. 젊은 날엔 미쳐 보지 못했던 바람의 흐름, 공의 회전, 내 몸의 작은 떨림까지 이제는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저녁이 깊어 갈수록, 공은 자꾸만 그물에 걸리고 어둠 속으로 흩어지지만, 마음은 오리려 밝아진다. 나는 알아간다. 잘 치는 것보다 오래 이어가는 것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공을 따라가는 발걸음은 결국 내 삶을 따라가는 길과도 같아서, 서툰 스윙조차도 하나의 문장이 되고, 작은 호흠이 되어 오늘을 채워준다.
라켓을 내려놓는 순간, 나는 이미 내일을 기다리고 있다. 내일도 또다시 허공으로 공을 띄우며, 나의 미숙한 궤적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