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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와 누 Oct 08. 2023

제28회 BIFF
23년 10월 5일에 본 영화들

<가족의 탄생>, <유령들의 초상>, <패스트 라이브즈>

<가족의 탄생>(고란 스톨레프스키, 2023, 107분)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영화였다. 담백한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2018, 121분)?




<유령들의 초상>(클레버 멘도사 필루, 2023, 93분)

난 같은 감독이 찍은 <아쿠아리우스>(2016, 140분)를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바쿠라우>(클레버 멘도사 필루, 줄리아노 도르넬레스, 2019, 131분)는 <아쿠아리우스>에 견줄 수 없다고 여긴다. 이게 비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바쿠라우>의 경우에는 현실 참여적인 성질이 <아쿠아리우스>에 비해 강해 <아쿠아리우스>가 보여줬던 클레버 멘도사 필루 감독의 독특한 감각, <유령들의 초상>의 마지막 드라이브 신이 보여줬던 것과 같은 감각이 다소 죽었고, 그래서 <바쿠라우>는 비교적 흔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어쨌든 감독을 좋아하니 <유령들의 초상>을 기대했는데 …… 안 보는 것을 추천한다.




<패스트 라이브즈>(셀린 송, 2023, 105분)

영화제 약 한 달 전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서 디아스포라 주제를 본 뒤에, 해당 주제에 약간의 신물을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보기 망설였지만 어째서인지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관에 앉아있었고, 영화를 보고 나니 디아스포라 주제에 대한 짜증이 아니라 ‘디아스포라 2에 사랑 이야기 8인데 이게 왜 디아스포라냐?’라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영화를 놓고 보자면 크게 두 줄기의 생각이 떠올랐다. 첫 번째,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두 배우 유태오와 그레타 리가 대학생 연기를 하는 것을 보고 있으니 웃겼다. 물론 소년 시절 - 대학 시절 - 성인 시절로 구성된 이 영화에서 성인 시절에만 두 주연배우를 등장시키고 대학 시절엔 다른 배우를 출연시키면 몰입감이 떨어질 테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는, <미나리>(정이삭, 2020, 115분)를 볼 때도 느꼈던 것인데, 소위 ‘교포 발음’을 구상하는 사람과 평범한 한국어 발음을 가진 사람이 한국어로 대화하는 장면을 듣고 있으면 양자의 발음이 모두 이상하게 들린다는 것이다. 뭐라고 해야 할까, 작위적인 대사집을 들고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는 초보 배우들을 보는 기분이다. 두 개의 발음이 곱해져 제3의 발음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저 서로에게 물드는 것일까.


물론 <패스트 라이브즈>의 대사는 작위적이지 않고, 배우도 초보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핵심 대화인 ‘인연’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나눈 대화,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다음에 봐.”라고 말하기 전 유태오가 발언하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는 시쳇말로 ‘오그라들’ 수도 있는 대사이지만, 그럼에도 가능한 한도 내에서 정제된 대사들과 배우의 연기가 그렇지 않게 만드는 데 공헌을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 개의 발음이 마주치는 순간에도 자신의 패이스를 잃지 않은 대사와 배우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대단할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두 개의 발음의 마주침은 글을 적는 지금도 계속 생각난다. 겨우 "2"밖에 안 되는 디아스포라 때문에 집착하는 것으로 보일 것 같은데, 앞으로 두 한국어 발음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는 영화를 더 보면 생각이 구체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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