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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Aug 09. 2024

21세기를 살아가는 자세

공원에서 작은 길을 따라서 걷고 있었다. 오전에도 더운 날씨였지만, 조금 전에 내린 가냘픈 소나기 덕에 대기가 어느 정도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반대편에서 자연학습을 나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삼삼오오 걸어왔다. 학생들은 무슨 벌레를 채집했는지 작은 통에 담아서 손에 들고 있었다. 맨 앞서 걸어오고 있는 여자애 두 명이 갑자기 필자에게 다가왔다. 작은 통을 내밀며, "보세요, 우리가 무당벌레를 잡았어요"라고 외쳤다. 다른 생각에 잠겨있었던 필자는 갑작스러운 상황이 어색하였지만, 작은 통 속을 들여다보았다. 아주 작은 벌레라고 생각하고 통 속을 들여다보았는데, 생각보다 커다란 벌레가 무척 선명하게 보였다. "와, 이렇게 큰 벌레를 잡았네"라고 감탄하자, 아이들이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한 아이가 "윗면에 돋보기가 부착된 특수한 상자라서, 벌레가 크게 보여요"라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자세히 보니, 특수한 돋보기 때문에 마치 현미경을 통해 보는 것처럼 벌레가 실제보다 크고 선명하게 보였다.

그때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점을 배웠다. 우리가 사는 디지털 시대는 필자가 어린 시절에 겪어보지 못한 다양한 기술을 아이들의 학습도구에까지 접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각자가 어려서부터 배우고 경험한 내용이 언제나 세상에 적용되리라 믿고 살아간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우리의 경험은 극히 개별적이고, 동시에 특정 시간대에 구속되어 있는 포로의 신세이다. 사실 우리의 신념이나 가치관이란 과거에 사용된 낡은 잣대이다. 물론 시대를 초월한 변하지 않는 가치도 있다. 사랑, 용서, 희망, 치유, 배려 등이다. 문제는 개인의 판단과 성격을 지배하고 있는 선입견을 어떻게 현시대상황에 맞게 조정하느냐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한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과거 생산목표를 정하고 인적노동의 비중이 컸던 산업화시대에는 열심히 일하는 자세가 독려되었고 성공에 도움이 되는 요소였다. 그러나 지금은 인간의 노동력뿐만 아니라, 지식까지도 기계에 뒤진 상태이다. 과거에는 5분짜리 연설문을 작성하는 것이 큰 수고를 필요로 했다. 지금은 챗지피티에게 이러이러한 주제와 요소가 담긴 5분짜리 연설문을 작성하라고 요구하면, 불과 5초 이내에 근사한 연설문 초안이 나온다. 기계가 제시한 초안을 조금만 손보면 된다. 물론 영어나 외국어로 작성도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인공지능이 시와 소설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작곡도 한다. 주식도 사고팔아준다. 의사, 변호사, 요리사, 운전사 등 수많은 손기술이 인공지능에 의해 점점 대체되어가고 있다. 놀라운 속도로 인간의 지적작업과 손기술을 대체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아직도 인간을 따라잡지 못하는 분야가 많다. 오직 인간만이 가진 특성이다.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 어떤 생각을 실천하는 의지력, 세밀한 감정의 표현력,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믿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력, 협동심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이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있지만, 그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가 의미가 있는지, 여러 정보를 체계적으로 통합하는 능력은 아직까지도 인간에게만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인이 돼라"라는 말은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하라는 말이다. 우리의 인식체계는 아직도 19세기적인 상호비교, 교만, 지적, 가르치려는 태도, 비현실적인 판단으로 가득 차 있다. 자율주행차가 움직이고, 드론이 원격배달을 하는 시기에 아직도 부모의 직업이나 아파트 평수 크기로 다른 사람의 가치를 따지는 이상한 정신구조 속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기계가 있는데, 세상과 연결된 창인 스마트폰을 주로 게임이나 드라마 시청에만 사용한다. 변하는 세상을 이해하고, 나의 오래된 낡은 판단기준을 객관적인 상태로 수정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남이 먼저 나에게 다가오기를 바라는 자세를 바꾸는 것이 좋다. 이 세상은 내가 사는 곳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먼저 움직이고 내가 먼저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먼저 다가가서 고백한다. 용서를 구할 일이 있으면, 먼저 사과한다. 인간은 늘 움직이고 창의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는 생명력이 탑재된 자동차와 같다. 움직이지 않으면 녹슬고 고장 난다. 모든 질병은 적극적으로 움직일 힘이 없을 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삶에서 사소하더라도 매일 의미를 찾고, 주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은 질병도 피해 간다. 무조건 애만 쓰지 말고, 변화된 환경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나아갈 목표를 정한 다음, 여러 옵션 중에서 가장 현명한 방법을 골라 행동에 옮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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