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에는 아흔을 앞두거나 훌쩍 넘기신 두 할머니들을 기준으로 가족들을 만났다. 한 송이 꽃처럼 가녀린 그녀들이 지만 그 한 명 덕분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인다.
매번 해외를 나갈 때마다 이제 가면 또 언제 볼 수 있을까, 볼 수는 있을까 했던 할머니들. 그럴 때마다 나는 내년에 오면 또 만날 수 있지라고 얼버무렸는데, 이번에도 내가 말했던 대로 그분들을 감사히 만났던 새해.
어릴적부터 명절이면 언제나 배를 타고 가던 할머니네 섬이었지만 이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지 않아 처음으로 섬에 들어가지 않은 내 생애 첫 명절. 매번 배를 타고만 지나갔던 등대를 차를 타고 멈춰서서 섬들이 펼쳐진 바다를 바라보았다.
한 할머니는 갑자기 팔이 부러져 병원에 입원하시고 다른 할머니는 이제 밖에 눈보라가 몰아쳐도 알 수 없는, 날씨없는 요양원에 살고 계시지만, 이제 마흔이 가까워오는 나이에 그분들이 살아내신 아흔이라는 세월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아직 다가오지도 않은 마흔이라는 나이도 새삼스러운 나는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바다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