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클럽하우스를 설명했더니

슬기로운 클럽하우스 사용법

by 따뜻한 선인장

외국인 남편에게 클럽하우스를 아는지 물어봤다. 한국에선 인터넷이고 페이스북이고 브런치까지 지난 한 주간 온통 클럽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로 북적였지만 이게 정말 세계적인지 궁금했다.


아무래도 아이폰만 다운로드할 수 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을 쓰는 사람들에겐 덜 알려졌겠지만, 아이폰을 갖고 있는 남편도 아직 클럽하우스는 모른다고 했다.


"클럽 하우스가 뭔데? 클럽이야?"


라고 물어보는 남편에게 나도 아직 써보지 못한 앱이라 뭔가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웠지만, 대충 지금까지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요약해서 상상할 수 있게끔 설명했다.


"아직까진 애플 용품을 쓰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는 앱이라는데 모든 사람들이 스피커일 수 있는 TED Talk 같은 거래. 유튜브는 영상까지 찍어서 올려야 되는 부담이 있고, 팟캐스트는 일방적으로 혼자 이야기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클럽하우스는 방을 만들어서 영상이 없이도 여러 명이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던데?"


그러자, 갑자기 눈이 반짝이면서 들뜬 목소리로 남편이 물었다.


"오! 진짜? 그럼 우리 둘이 방을 만들어서 같이 놀까?!"


그게 아니잖아 ㅋㅋㅋㅋㅋㅋㅋㅋ

여러 명이 같이 놀 수 있다는데 무슨 앱에서까지 우리 둘이 같이 놀자는 거야 ㅋㅋㅋ

집에서나 먼저 같이 놀아달라고ㅋㅋㅋㅋㅋ

남편이 클럽하우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했는지 잘 모르겠다^^;


결국 한국에서 한참 이슈가 되었던 지난주, 내가 우선 클럽하우스에 초대를 받게 되었고, 일주일 동안 사용해본 느낌은 전 세계 시장판 같다는 것:) 영어로, 독일어로, 한국어로, 일본어로, 시간대에 따라 한국의 밤이 깊어지면 한국어 방은 줄어드는 대신 영어나 독일어, 아프리카 방이 늘어났고, 한국의 아침이 밝아오면 새벽부터 부지런히 클럽하우스 방을 여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세간의 화제가 되었듯이 정말 여러 방들을 기웃거리다 보면 티브이에서만 보던 연예인이나 비즈니스맨들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와 신기하기도 했고, 온갖 모든 흥미와 주제들이 가득했던 대학 동아리방처럼 정말 철학부터 주식까지 아주 형이상학적인 이야기부터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거의 모든 이들의 생각과 고민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이야기 주크박스 같았다.


그렇게 가만히 이 혁신적인 앱이라는 클럽하우스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며칠 동안 대화들을 들었고, 그 끝에서 아주 어릴 적 읽었던, 바닷속 깊은 곳에서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는 소금 맷돌 이야기가 떠오르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흥부놀부와 아주 비슷한 프레임으로 구성된 소금 맷돌 이야기에는 아주 가난한 동생과 부자인 형님이 나온다. 설날, 동생은 배가 고파 형에게 쌀을 얻으러 간다. 그런데 욕심꾸러기 형은 오히려 동생을 심부름이라는 명목으로 도깨비 소굴로 가게 하는 위험에 빠뜨린다. 그런데 도깨비를 만나기 직전, 동생은 흥부에게 제비가 그랬듯 그를 도와주는 한 노인을 만났고 덕분에 위험 대신 도깨비의 맷돌을 갖게 된다. 단순한 맷돌이 아닌 원하는 것을 말하면 무엇이든 나오는 마법의 맷돌. 이를 알게 된 형은 동생에게 잠시 빌려간다고 하며 맷돌을 훔쳤고 멀리 달아날 생각에 배를 탔다. 그는 맷돌을 시험해 볼 요량으로 맷돌에게 소금을 달라는 주문을 걸었고, 쏟아지는 소금에 너무나 기쁜 나머지 형은 그만 소금을 멈추는 법을 몰랐고, 결국 그는 배와 함께 가라앉고 말았다. 그렇게 멈추지 못한 그 맷돌이 지금까지도 바닷속에서 돌아가고 있어 여전히 바닷물 맛이 짜다는 전래동화. 나는 어린시절, 할머니 댁에 가는 배에서 진짜 지금도 그 맷돌이 어딘가에서 돌아가고 있는건가 가끔씩 떠올리곤 했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 클럽하우스를 들으며 그 잊고 있던 맷돌이야기가 떠오른 것이다.


클럽하우스 안팎으로 앞으로 이 앱이 어떻게 발전하거나 혹은 악용되거나 사라질지 등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을 들었지만 나에게 가장 와 닿는 느낌은 소금 맷돌과 같은 느낌이었다. 쌀이 필요하면 쌀을 먹을 만큼만 돌려 먹고, 옷감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만 사용했던 동생에게는 이 맷돌이 정말 도깨비들이 만든 것처럼 특별한 마법 맷돌이 되었고, 클럽하우스도 그렇게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필요한 것들이 있을 때에 필요한 만큼만 사용한다면 누군가에겐 요술 맷돌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스스로 멈추지 않으면 절대 멈추지 않았던 마법의 맷돌의 또 다른 모습처럼 그저 이유나 목적 없이 계속 클럽하우스를 틀어 놓는다면 정처 없는 마음을 낚을 무언가가 끊임없이 흘러나와 형의 시간을 잠식했던 소금 맷돌처럼 누군가의 시간도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던 사이에 사라져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게 이유나 목적 없이 가만히 무언가에 빠져 있거나 그로 인해 무언가를 잊고 싶은 사람들에겐 24시간 열려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을 하지 않고 듣는다면, 아주 조금씩, 의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소금이라는 욕망을 원했던 형이 결국 바닷속에 사라져도 여전히 혼자 잘 돌아가던 소금 맷돌처럼, 우리의 소중한 시간이 잘 채워지든 사라지든 상관없이 잘 돌아갈 이 앱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클럽하우스라는 앱이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잘 꺼내어주던 마법의 맷돌이 될지, 끊임없는 욕망이나 공허함을 쫓다 시간을 앗아가던 소금 맷돌이 될지는 동생과 형, 지극히 사용자의 용도에 달린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이 앱을 통해 무엇을, 얼마나 원하는지.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이 앱을 사용할 땐 특히나 필요한 질문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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