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부럽네라는 말 한마디

by 따뜻한 선인장



일을 하지 않은지 어느새 3년이 되었다. 그동안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새로운 학문들이라고 하더라도 인문사회과학은 언제나 나의 흥미를 불러 일으켜 어떻게든 이해하고 해내게 만들었는데 컴퓨터와 수학은 머리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닌 듯 느껴졌다.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신기하게 나와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나 둘 찾아나갔고, 이제는 그렇게 원했던 그 일에 대해 불만들이 쌓아가는 넋두리를 들려주곤 했다.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을땐 나도 공감을 하고 다 지나갈거라고 토닥였겠지만 나에겐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힘들긴 하겠지만 그런 일도 잡지 못했을때 그들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지금의 내마음이 어떤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친구들의 마음과 내 마음도 집기 위해 말을 아꼈다.


그러다가 한 친구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 친구와 친구의 남편은 졸업과 동시에 둘 모두 일을 구하게 되었고, 게다가 그 일은 둘 다 리모트잡이라 겨울엔 음침한 독일을 벗어나 태국이나 발리 등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고 올거라는 소식이었다. 분명히 좋은 소식인데 마음 한 켠이 슬퍼졌다. 지금껏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내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나의 선택들이 현실적이지 못했던 것일까. 친구의 이야기를 들은 것 뿐인데 되돌이켜 보게 되는 건 내 상황뿐이었다.


남편도 리모트잡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일은 리모트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대학원 2학년때 즈음 깨달았다고 했다. 나만큼이나 남편도 정말 순수하게 자신이 배우는 학문을 좋아했던 듯 했다. 코로나로 왠만한 직업 조차도 홈오피스로 전환하던 때에도 남편은 코로나 이전처럼 매일같이 회사에 나가야 했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의 일은 홈오피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은 리모트잡에 대해 꿈꾸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나는 남편에게 친구의 겨울 플랜을 들려줬다. 이야기를 듣고 남편은 짧게 한마디를 했다.


“부럽네.”


남편의 직접적인 표현에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 살짝 놀랐다. 내 감정에 휩싸여 했던 말인데 남편의 부럽다는 말에 괜히 남편까지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을 전한 건 아닌가 싶었지만 이미 말을 뱉어낸 뒤의 늦은 깨달음이었다. 마음을 망친 것 같아 돌아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을 읽어도 마음은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던 순간, 갑자기 등 뒤의 남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가 보는 소셜미디어에 뭔가 재밌는 동영상이 있는지 그는 웃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부럽다던 사람이 이렇게 양말 뒤집듯 금방 웃을 수 있다니. 부럽고 슬프고 뭔가 복잡했던 내 마음은 도대체 이 생명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넌 부럽기만 해?”


남편에게 넌지시 물었더니 그는 쌩뚱맞은 질문을 했다.


“그럼 부럽기만 하지 다른 게 더 필요해?”


생각해보니 그랬다. 어쩌면 나는 그는 그렇게 쉽게 나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한마디 ‘부럽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괜히 나를 비교하며 지금까지의 나에 대해서까지 헤집어 놓고 있었다.


“아니,, 나는 그냥 리모트잡은 커녕 그냥 평범한 일도 못찾는데 같은 시기에 와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비교가 되서. 부러운거보다 나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고, 나는 왜이렇게 어렵나 그런 생각이 더 들었거든.. 그래서 부럽다를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고 또 그게 다라고 말하는 네가 진짜 신기해서.”


남편은 웃었다.


“부러운건 부러운거지. 그거면 충분하지. 다른게 뭐가 더 필요해. 그냥 모두 다 자신의 삶을 살고, 우리는 우리의 삶이 있는건데. 다들 리모트일만 하며 살 순 없고, 또 꼭 사무실에, 연구실에,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 일도 필요한거구. 우리는 그런 일을 좋아했던거라 그냥 우리의 업무환경이 그런거 뿐이지. 그냥 다른거 뿐이니까 부러운 감정말고 어떤게 더 필요하겠어.”


누군기는 부러우면 지는거라고 했지만 사실은 부러운건 그냥 부러우면 되는 것이었다. 부러움을 감출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괜히 부러움을 감추고 애꿎은 나의 상황을 심지어는 지금까지의 모든 선택들을 끄집어 내 흔들어내려고 했던 것 같다. 부러운건 부럽다고 인정하되 그 이상의 다른 감정털이를 할 필요는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남편은 SNS에서 찾은 귀여운 수달 영상을 보여주며 물었다.


“귀엽지?:)”


수달처럼 해맑게 웃는 남편을 보며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다.


“그래 귀엽다. 그리고 나는 너를 많이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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