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바꾸지 않아도 괜찮아
10년 동안 인테리어 일을 하며 참 많은 공간을 설계했다.
한때는 모든 걸 바꾸는 일에만 집중했다. 오래된 것을 걷어내고, 새로운 마감과 가구, 조명을 더해 처음부터 다시 짓는 일.
디자인은 완성도고, 완성도는 예산이라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다른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예산이 넉넉하진 않아요. 그래도 뭔가 따뜻하게 바꿔보고 싶어요.”
예전의 나는 그럴 땐 늘 조심스러웠다. 완벽하지 않으면 추천하지 않는 게 오히려 예의라고 믿었으니까.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변화가 아니라, 가능한 선에서 따뜻함을 전해줄 수도 있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 아닐까?
그래서 모든걸 접고 새로 시작했다.
2천만 원, 3천만 원, 4천만 원.
2가지, 3가지, 4가지만 바꿔서 공간의 공기를 살짝 바꿔주는 인테리어.
잊지 말고자 직관적으로 네이밍 했다.
어떤 집은 조명과 싱크대만 바꿨고, 어떤 집은 욕실 하나만 새로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집들은 다시 살고 싶어지는 집이 되어 있었다.
예산은 숫자지만, 온기는 감정이다.
고객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서 공간이 받아야 할 감정을 읽게 되었다.
그 감정을 너무 많은 디자인으로 덮지 않기로 했다.
아주 조금의 변화로도 ‘지금 나에게 맞는 집’을 만드는 일.
지금의 나는, 그게 오히려 더 어려운 일이란 걸 안다.
"많은 걸 바꾸지 않아도 괜찮아요" 소비자에게 하는 말이자 나에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