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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Mar 13. 2023

민항 조종사들의 비행 준비

2016년 3월.

그 해 후반기 기장승급훈련 대상자였다.

나이 48. 知天命이 다 되어가는 나이였는데 아직 혈기가 왕성했었나 보다.

이런 글을 썼고,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 건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글로 인해 그룹의 오너이자 CEO와 엮이면서 전국적인 뉴스의 당사자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회사의 요주의 대상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시리즈로 쓰려던 글을 꺾게 될지도 몰랐다.



그래도 여전히 '가오'는 지키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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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기 조종사들은 비행전에 뭘 볼까요?


어느 분이 한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 받으면 불평등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비행 전에 뭘 준비하는지? 뭘 보는지? 알아보죠.


제가 다니는 회사같은 경우 국제선은 비행 1시간 45분전까지 출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출근 장소는 인천공항 인근의 빌딩 일부를 임대한 Inchon Operation Center입니다.


도착하면 컴퓨터로 출근했다는 확인을 하는 show up을 하고, 젭슨도서실에서 그날 운영할 비행편이 지나가는 지역의 주요 공항/항로 정보가 담겨있는 Jeppesson Manual을 최소 두권 많으면 세권까지 수령합니다.(사진 속의 진청색 두꺼운 책)


그리고는 지상직원들이 근무하는 카운터로 가서 해당편 비행계획서 폴더를 수령합니다.


비행계획서(flight plan) folder안에는 computed flight plan 3부(1부는 회사 제출을 위한 master plan으로 그날의 임무 지휘 기장이 반드시 확인 후 서명을 해야 합니다. 나머지 2부는 기장/부기장용), ATS FLIGHT PLAN(코드화된 약어로 적혀있는 관제기관 제출용), NOTAM(Notice to Airmen) 3부, 기상정보(METAR/TAF), COMPANY SPECIAL NOTICE 등이 있습니다.


플라이트 플랜에는 편명/기종/탑승객/기체번호/비행시간/비행경로/예상출도착시간/각경로상 waypoint에서의 예상고도와 속도 상층풍 난기류 정도 최저안전고도등 정보/refile waypoint 및 refile 공항까지의 항법계획과 예상연료/착륙적합공항이 드문드문 있는 오지나 대양 상공 비행시 필요한 EDTO 절차 수행시는 EDTO 대체 공항의 접근 예상 시간 블럭과 거리, 경로상 각지점에서의 고도별 상층풍 풍속과 방향 온도 등의 정보(CAT : 청천난류 존재 여부 예상과 순항고도 변경 시 중요)/각종 무게(기체기본중량, 화물무게, 이륙중량, 최대허용이륙중량, 예상착륙중량, 최대허용착륙중량, AGTOW(Allowable Gross Take off Weight : http://m.blog.naver.com/fltops/112637861) 등등등등/각종법정탑재연료량정보(ramp out fuel, take off fuel, taxi fuel, contingency fuel, tankering fuel, landing fuel 등등 등등)/2차 예상 순항고도로 비행시 예상 소모 연료량 및 무게 변화시 파운드 당 연료소모량 등등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가령 이륙중량이 최대착륙허용중량보다 무겁다면 이륙직후에 비상이 발생하고 이륙공항으로 회항이 필요시 연료를 외부로 버려서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야 하고 그에 따른 공항별 절차를 확인해야 합니다. 만일 시간이 없을 경우는 overweight landing을 해야 하고, 이 경우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일단 플라이트 플랜을 보고 기상정보를 확인해서 오늘의 이륙시 착안사항(이륙활주로까지의 예상 taxi 경로, 소요시간, 소모 연료, 공항 복잡시 추가 지연 시간 및 예상 연료-북경공항의 경우 유도로에서 1시간씩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이니까요, 계기출항절차의 종류 예상 및 이 절차에 맞는 착안/제한사항, 강풍/강우/강설/안개등으로 인한 저시정시 대응절차 등을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항로상 예보를 보면서 난류/뇌우/비행에 지장을 주는 적란운 예상지역 비행절차 및 회피, 비정상 상황시 divert할 항로상의 공항별 예보를 확인하고 착륙접근 제한치 미만일 경우 운항관리사와 협의하여 대체공항 선정, 착륙공항 및 착륙 예비공항 예보를 확인하여 예상 착륙 활주로 및 접근 절차/ 도착시간대에 따른 착륙지연 예상시 허용연료 등을 검토합니다.


그리고는 NOTAM( https://namu.wiki/w/NOTAM)을 확인합니다.

NOTAM은 통상 3개로 구성됩니다.

첫번째는 이륙공항/착륙공항/착륙예비공항/항공보안등급정보,

두번째는 경로상 예비공항정보,

세번째는 경로상 통과하는 FIR( Flight Information Region : 비행 중에 있는 항공기에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항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항공기 사고가 발생할 때에는 수색 및 구조업무를 책임지고 제공할 목적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분할 설정한 공역)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정보는 공항별 이착륙 기상제한치/활주로 및 유도로 공사에 따른 사용금지 및 사용제한정보/이착륙 절차 변경정보 등으로 내용이 많은 경우는 1개 공항 당 A4지가 빽빽하게 20장 가까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것도 영어로 순 코드화된 약어로 쓰여져 있습니다.

FIR 정보의 경우 해당 관제권 내 영구/임시비행제한/금지구역/항로상 허용고도 및 관제권 In/out bound시 고유 절차 등이 담겨 있습니다. 만일 오늘처럼 비엔나로 올 경우 FIR 정보는 대한민국/중국(대련/베이징)/몽고/러시아(이르크추크/노보시비르스크/크라스노야르스크/츌멘/우랄/모스크바)/벨로루시(민스크)/바르샤바/프라하/비엔나가 포함되고요, 마드리드로 간다고 하면 모스크바 이후 상페체르부르크/발트3국/코펜하겐/스웨덴/프랑크푸르트/스위스/파리/보르도/마드리드 FIR 의 정보를 봐야합니다. 그 양은 A4지 20~30장 정도는 기본이지요.


이밖에도 확인해야 할 자료들은 각공항의 고유절차와 운영관련 정보를 담은 K-file(회사에서 만든 참고자료로 법적 필수자료는 아님), company notice, fleet notice, special airport information, 객실과의 합동브리핑을 위한 정보, 항공기 장착 장비 중 고장이 난 장비에 대한 정보와 대응 절차를 담은 MEL(안전비행은 가능하나 기능 사용의 제약이 따르는), 각 기체마다의 특성정보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면 임무 편조끼리 상호확인 및 임무 분배, 정보 교환 등을 하고, ID CARD/여권/비자/각종자격증(면장, 무선통신사, 건강증명서, CRM 교육증명, CAT-2/3 자격증 등)/비행경력시간에 따른 초보기장, 부기장 제한사항 확인 등을 하고 나면 객실 승무원들과 1시간 20분전에 만나서 합동브리핑을 10분간 여기 언급된 모든 것들은 이야기하고 55분전에 공항 도착, 검색대 통과/출국절차 등을 수행하고 비행기로 갑니다.


이 많은 정보를 여러분이 숙련된 조종사라면 몇분 만에 보실 수 있을까요?


보통 많은 조종사들은 그래서 하루 전에 미리 K-file/젭슨/NOTAM 등은 집이나 호텔에서 미리 보고 비행일에는 최소 2시간 반 전에는 비행 브리핑실에서 이 모든 document 들을 확인합니다.

30분 가지고는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다음에 시간이 되면 비행에 도착해서 이륙할 때까지 뭔일을 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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