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 화가 많다. 생각이 흘러가게 내버려 두면 어느새 과거에 사무쳤던 기억들로 잠식돼 스스로 원망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길 대로 가지 않고 너무나도 헤매고 있다는 자책감에도 빠지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도 젊은 날에 내가 했던 고뇌를 하다가 방랑자의 삶을 산다. 데이비드 소로의 삶을 실천하기 위해 월든 호수로 떠나거나, 갠지스강의 작은 배 위에 누워 무념무상해보고, 히말라야 트레킹, 고산 부족과의 생활 등등 목적은 알 수 없으나 힘든 길만 골라서 가는 것 같아 보였다. 우려와 달리 그에게는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한 '쉼' 의 순간이자, 가장 진실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퀘렌시아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그가 긴 방랑에서 터득한 잠언 성격의 문장들은 많은 위로가 되었다 '때로는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삶은 안전지대를 벗어나는 순간부터 시작', '신은 길을 보여주기 위해 길을 잃게 한다' 그랬던 그도 신비로움을 기대하고 처음 방문한 인도에서는 호객꾼으로 그득한 종교성지와 세수조차 하지 않는 현실도피자들을 보면서 많은 실망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랑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행이란 원래 고난travail 을 내포한 것이기에 그냥 가서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가고, 또 가고, 또 다시 가라. 그러면 장소가 비로소 속살을 보여줄 것이다. (…) 우리가 삶을 사랑하면 삶 역시 우리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사랑하면 비로소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세상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남들 보기에 쉬워 보이는 것들도 이면엔 남모를 고통이 배여 있는 것이고 열매를 맺으려면 혼을 다해 바쳐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는 끝 모를 여행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여행 중에 길이 아닌 우회로를 밟다 보면 거기서 뜻밖의 선물을 발견하거나 예상치 못한 만남을 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여 나를 만들어간 것이 아닐까 싶다.
그의 글들을 곱씹어 보면 과거에 대한 무게로 힘겨워 하는 것이 참 덧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삶은 내 마음이 만들어낸 것 만큼 그리 심각하지도 않고, 현실과 동떨어진 상념에 파묻혀 현재를 빼앗겨서도 안될 것이다. 지금 손에 든 무거운 돌들 내려놓고 현재를 사랑하자.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