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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Jun 09. 2022

빙도노채와 빙도 5채

이름만 빙도차와 '빙도 5채' 중 '빙도노채'

보이차를 마신 지 16 년이 되다 보니 그동안 귀한 노차도 마실 기회가 많았다. 한 편에 일억 이상 호가한다는 홍인은 물론이고 호급차도 마셔보았다. 홍인과 같은 시기에 생산되었다는 남인을 함께 마셨던 다우는 종종 그 향미를 잊지 못한다고 얘기한다.


지금은 고수차가 보이차의 대세라서 해마다 새로운 차 산지가 발굴되듯이 소개된다. 고수차로 벌어지는 보이차 춘추전국시대로 북 빙도, 남 노반장이 맹주가 되어 시대를 이끌어 간다. 빙도, 노반장을 마셔보지 못했으면 고수차의 珍味진미를 안다고 하지 말라고 한다.


빙도와 노반장을 왜 진미라고 얘기하는가? 우선 차값이 다른 산지의 고수차에 비해 수십 배 차이가 난다. 생산량은 한정 되어 있는데 구매자가 너무 많다보니 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노반장은 200~300만원, 빙도는 300~500만원이니 다른 차산의 고수차가 10만 원~50만 원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고수차로 벌어지는 보이차 춘추전국시대, 북 빙도와 남 노반장이 맹주로 시대를 이끌어 간다


그런데 빙도, 노반장을 마셔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말이 틀린 게 아니라고 할 만큼 누구나 빙도, 노반장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봄철이 되면 빙도, 노반장에는 한정된 생산량을 먼저 차지하려는 구매자의 행렬이 이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누구나 빙도, 노반장을 마실 수 있는 것일까? 빙도차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자면 서반산의 남박, 지계, 빙도, 동반산의 나오, 파왜의 다섯 산채를 묶어 빙도 5채라고 한다. 엄밀하게 따지자면 빙도5채 중의 '빙도노채'만 빙도라는 이름을 써야 하는데 나머지 네 곳의 차도 빙도차라고 해도 된다는 얘기다.


또 고수차라는 이름으로 생산되지만 수령이 100년 이하이거나 늦은 봄, 여름에서 가을까지 채엽한 잎으로 만든다. 거기다가 다른 산채의 모차와 섞어서 만들어져도 빙도 차엽이 들어가기만 하면 이름을 써도 무방하다고 한다. 우리가 마시기 어려운 빙도차는 빙도노채의 수령 백 년 이상, 첫물차로 만든 차라는 얘기이다.


우리가 마셔본 빙도차에 대해 두 가지로 시음평을 들을 수 있겠다.

첫째는 "내가 마셔본 그 어떤 고수차보다 좋은 이 향미, 과연 빙도차네!!!"

둘째는 "빙도? 이 정도의 향미로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네. 실망이야."


내가 마시고 있는 빙도차에 대해 어떤 시음평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에 첫 번째 평을 내리면서 호감을 가진다면 누가 뭐라고 해도 만족한 빙도차를 마시는 것이 되겠다. 그렇지만 두 번째 반응을 보인다면 차라리 같은 값의 다른 차산 고수차를 마시는 게 좋을 것이다.


빙도 5채 중 가장 차값이 비싼 빙도노채 고수차
빙도 5채 중 나오, 나오라고 표기하지 않고 빙도로 이름을 써도 문제가 없는데 당당하게 산지를 밝히고 있어 신뢰가 간다


빙도5채 각각의 산채를 밝히면서 출시되는 차를 잘 보지 못한다. 남박, 파왜, 나오, 지계라는 산지를 당당하게 밝히며 나오는 차라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름만 빙도라는 빙도차에 현혹되지 말고 빙도 5채의 각 산지 고수차의 향미에 젖어보면 좋겠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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