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Aug 30. 2022

보이차를 대하는 마음

이웃 같은 숙차, 손님 같은 고수차

근 십 년을 숙차만 마셨지만 근래에는 거의 생차를 마시고 있다. 숙차는 이웃을 대하듯 앞집 옆집 사람을 구분 없이 만나듯 그냥 구분 없이 편하게 마셨다. 그런데 생차는 어떤 차든지 집에 찾아온 손님을 맞이해 대접하듯 어렵게 대하게 된다.


근래 보이차 시장이 고수차가 주류가 되면서 숙차도 편하게만 마시지는 않게 되었다. 보이차가 싸고 좋은 차라는 인식도 이제 다 그런 건 아닌 상황이 되었다고 본다. 고수차가 주류가 되면서 숙차도 모료 등급을 올리고 발효 환경도 개선해서 깜짝 놀랄 가격대의 고급차가 많이 나오고 있으니 함부로 살 수 없게 되었다.


대지차 주류였던 숫자급 생차는 신차로 구입하면 부담 없는 가격대였지만 고차수 모료를 쓰면서 산지 별로 차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채엽 시기도 차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데 첫물차인 조금만 이름이 난 산지는 명전차를 만나기는 어렵다. 고수차는 수령이 100년은 넘어야 하는데 고수차 아닌 차가 없을 정도니 곡화차가 아니면 그냥 봄차라고 알고 구입하게 된다.


숙차는 이웃처럼 앞집 옆집 구분 없이 만나듯 그냥 편하게 마시는 차
생차는 집에 찾아온 손님 맞이 하듯이 어렵게 대하며 마시는 차


만약 수령 100년 이상 고수차, 유명 차산에다 첫물차(명전차)라면 2015년 이후 생산된 차는 소장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다. 2010년 이후 고수차로 보이차가 중국인들의 투자 대상이 되어 한국까지 들어올 양이 없기 때문이다. 진품 고수 명전차라면 들여올 양이 있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높아서 우리나라에서는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에서 판매 돠는 보이차 포장지에 고수차라고 인쇄되어 시판되고 있는 차의 가격이 십만 원 이하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30만 원 이상 백만 원이 넘는 보이차라면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싶다. 보이차를 공급하는 입장에서 소비층만 두텁다면 유명 차산의 명전급 고수차를 들여오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 소비층이 두텁지도 않다 보니 홍차나 청차류도 고급차는 아예 시장이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8g 정도의 소포장이 되어 유통되는 고급 홍차나 청차 하나에 만 원 이상이라고 하면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357g 병차 한 편에 십만 원이 넘으면 비싸다며 구입을 주저하는 게 우리나라의 차 소비층의 분위기다 보니 차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는 후진국이라 할 수밖에 없다.  


좋은 이웃과 같은 숙차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함께 하고 
기다려서 반기는 손님과 같은 고수차는 날을 정해 선택해서 마신다


다시 보이차로 돌아와 글 서두에 숙차는 옆집 사람 같고 생차는 손님과 같다고 했다. 이웃이 좋으면 일상이 즐겁고 반가운 손님이 자주 오면 집 안에 좋은 기운이 흐른다고 한다. 좋은 이웃과 같은 숙차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함께 하고 기다려서 반기는 손님과 같은 생차는 날을 정해서 마실만큼 기대하며 선택하게 된다.


중국 현지에서 모차를 구입하여 자체 브랜드로 우리나라에 직접 고수차를 공급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고수차를 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가 많아야 유명 산지의 제대로 된 고수차가 우리나라에 공급될 수 있다. 이제 우리도 가성비를 내세우며 마실만한 차를 찾지 말고 제 값을 치르고 수령 백 년 이상의 첫물(명전)차를 사면 좋겠다.


고수차의 정상에 있다는 빙도노채, 이 차의 판매가는 편당 300만 원인데 명전차라면 이 가격의 곱절이 넘어야 할 것이다




그냥 편하기보다 좋은 이웃 같은 숙차, 찾아오면 귀찮은 게 아니라 언제 올까 기다리며 방문해 주기를 바라는 손님 같은 고수차,

우리가 보이차를 대하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차생활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보이차를 어떻게 대하고 있으신지요?



무 설 자    

매거진의 이전글 할아버지, 차 마실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