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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다우와 나누는 茶情다정

글로 주고받는 대화도 정은 깊어진다네

by 김정관

2006년은 내가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해이다. 그해는 사무실 문을 닫아야 할지 버텨낼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내 인생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던 때였다. 그 시절 정부가 내린 부동산 금융 규제로 건축업계는 일감이 아예 없어져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우연하게 접하게 된 보이차를 마시며 하루종일 인터넷을 뒤져가며 차공부를 해가면서 아는 만큼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늘은 견딜 수 있을 만큼 시련을 준다고 하더니 다 지나간다는 말처럼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다시 조금 나아진 일상으로 돌아오니 보이차는 내 곁에 익숙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차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여러 경로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시공을 초월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면서 글을 써서 올리기만 하면 댓글이라는 대화의 수단으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만나게 된다. 지금도 글을 쓸 때마다 얘기를 주고받을 분들이 기다려지고 내 글에 빠지지 않고 댓글을 주시는 몇 분은 얼굴도 모르지만 오랜 벗처럼 편안하다.

부모형제도 명절이 되어야 겨우 보고 사는 게 요즘이지 않은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정겨운지 모른다. 글로 주고받으면서 쌓인 정은 어쩌다 만날 기회가 있어 차를 나누면 십년지기나 다름없이 어제 만난 사이처럼 편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힘들었었던 때에 인연을 맺게 된 보이차는 내 인생에 다시없는 득템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과 사위와도, 이제 두 돌이 지난 손주도 혈연에 더해 차를 마시는 다우로 정이 깊어진다. 학연의 친구도, 직업으로 만난 동료도 내가 보이차를 전하면서 더 자주 만나게 된다.


며칠 전에도 온라인 인연으로 글로만 소통하던 다우가 찾아와 귀한 첫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두어 시간밖에 안 되는 짧은 찻자리라 아직 그 다우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댓글의 심도는 십년지기 이상으로 깊어진 듯하다. 보이차를 매개로 맺어지는 인연은 노차보다 더 진한 삶의 향미를 음미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에서 만나던 다우가 찾아와서 귀한 찻자리를 가지고 난 뒤의 흔적




세계적 갑부였던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임종을 앞두고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한탄했다고 한다. 친구가 없는 건 내가 다른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차를 마시며 틈틈이 차 이야기를 글을 써서 올리며 댓글로 만나는 벗이 적지 않으니 내 일상은 얼마나 귀한 삶인가.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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