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관 Nov 14. 2023

온라인 다우와 나누는 茶情다정

글로 주고받는 대화도 정은 깊어진다네

2006년은 내가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한 해이다. 그해는 사무실 문을 닫아야 할지 버텨낼 수 있을지 고민하던 내 인생 최악의 위기 상황에 처해 있었던 때였다. 그 시절 정부가 내린 부동산 금융 규제로 건축업계는 일감이 아예 없어져 사무실에서 하루를 보내는 게 너무 힘들었다.


우연하게 접하게 된 보이차를 마시며 하루종일 인터넷을 뒤져가며 차공부를 해가면서 아는 만큼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늘은 견딜 수 있을 만큼 시련을 준다고 하더니 다 지나간다는 말처럼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다시 조금 나아진 일상으로 돌아오니 보이차는 내 곁에 익숙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보이차를 마시면서 차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여러 경로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시공을 초월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세상이 열리면서 글을 써서 올리기만 하면 댓글이라는 대화의 수단으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만나게 된다. 지금도 글을 쓸 때마다 얘기를 주고받을 분들이 기다려지고 내 글에 빠지지 않고 댓글을 주시는 몇 분은 얼굴도 모르지만 오랜 벗처럼 편안하다.

 

부모형제도 명절이 되어야 겨우 보고 사는 게 요즘이지 않은가? 거의 매일이다시피 온라인에서 주고받는 대화가 얼마나 소중하고 정겨운지 모른다. 글로 주고받으면서 쌓인 정은 어쩌다 만날 기회가 있어 차를 나누면 십년지기나 다름없이 어제 만난 사이처럼 편한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힘들었었던 때에 인연을 맺게 된 보이차는 내 인생에 다시없는 득템이다. 하나밖에 없는 딸과 사위와도, 이제 두 돌이 지난 손주도 혈연에 더해 차를 마시는 다우로 정이 깊어진다. 학연의 친구도, 직업으로 만난 동료도 내가 보이차를 전하면서 더 자주 만나게 된다.


며칠 전에도 온라인 인연으로 글로만 소통하던 다우가 찾아와 귀한 첫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두어 시간밖에 안 되는 짧은 찻자리라 아직 그 다우에 대해 아는 게 없지만 댓글의 심도는 십년지기 이상으로 깊어진 듯하다. 보이차를 매개로 맺어지는 인연은 노차보다 더 진한 삶의 향미를 음미할 수 있게 한다.


온라인에서 만나던 다우가 찾아와서 귀한 찻자리를 가지고 난 뒤의 흔적




세계적 갑부였던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임종을 앞두고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걸 한탄했다고 한다. 친구가 없는 건 내가 다른 사람의 친구가 되어주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차를 마시며 틈틈이 차 이야기를 글을 써서 올리며 댓글로 만나는 벗이 적지 않으니 내 일상은 얼마나 귀한 삶인가.


  

무 설 자

매거진의 이전글 보이차, 아직 생차를 묵혀야 마시는 차로 알고 있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