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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Oct 08. 2021

단독주택에서 마당은 '도' 아니면 '모'

백년가로 살 '우리집' 얼개 짜기-담으로 둘러싸인 마당까지 다 집인데

 아파트가 갑자기 미친 듯이 매매가가 치솟아 올라 투기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데도 단독주택을 지어서 살아 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쪽은 집을 재산으로 보고 또 다른 한쪽은 그야말로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이 아닐까 싶다. 재물은 끝없는 욕심을 부르니 행복과는 무관한 것일 터 아파트에 살면서 만족함이 있을까?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꼭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조상들이 짓고 살았던 옛집의 조영 기법이다. 집의 구조 방식이나 마감 재료, 주거 형식은 거의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인이라는 우리 몸속에 담긴 유전자가 바라는 변하지 않는 집의 맥락은 있다.

     

 그래서 옛집의 주거 특성을 찾아서 반영해야만 편안한 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다. 오랫동안 우리는 아파트에서 편리한 생활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얼마나 편안하게 살고 있는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중에서 아파트에는 없는 마당은 집을 짓고 남은 땅에 잔디를 까는 공간이 아니라는 걸 살펴보고자 한다.

     전통건축에서 중국집은 중정中庭, 일본집은 庭園, 우리 한옥은 마당이라는 외부공간의 특성이 있어 완전히 다르게 쓰고 있다

전통건축에서 중국집은 중정中庭, 일본집은 庭園, 우리 한옥은 마당이라는 외부공간의 특성이 있어 완전히 다르게 쓰고 있음을 주목해 보자. 한옥에서 마당은 집의 영역별로 내부 공간의 기능을 보조하거나 보완하고 있다. 그래서 한옥에서 건물이 대지의 가운데 앉혀지며 담장을 경계로 각 영역의 마당이 실내와 집 밖의 완충공간이 된다.

     

중국집은 건물이 담장의 역할을 하거나 건물이 없는 자리는 높은 담장을 설치하여 외부와 단절한다. 일본집은 내외부의 공간 연계성을 가지지 않으므로 건물의 현관이 주출입구로 내부에서 각 실의 동선을 해결한다. 한옥은 건물을 둘러싼 각 영역의 마당에서 내부 공간으로 출입하고 담장은 키높이 정도로 시선이 열려 개방적이다.     


 한옥에서 담장은 마당이라는 '지붕 없는 공간'의 외벽이 된다. 따라서 한옥의 특성은 마당에 쓰임새가 부여되어 있으므로 대지 영역만큼 꽉 채운 큰 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한옥은 중국이나 일본보다 내부 공간의 크기를 적게 쓰면서도 마당과 하나 되는 큰 공간 구성을 통해 자연과 합일되는 주거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한옥에서 담장은 마당이라는 '지붕 없는 공간'의 외벽이 되고, 여러 종류의 마당은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므로 집은 대지 영역 전체라고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단독주택은 이러한 한옥의 전통을 이은 ‘마당’이라는 외부공간을 제대로 구성해야 ‘우리 집’이 될 수 있다. 조선시대 한옥에서 그쳐버린 우리나라 단독주택의 얼개를 이 시대에 다시 여는 열쇠가 바로 마당이다. 내부 공간과 외부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집, 내부 공간의 각 영역의 쓰임새를 보완하고 풍부하게 할 다양한 마당을 찾아보자.     

필자 설계 양산 심한재 배치도-다양한 마당이 실내 공간과 이어진다


  Public Zone/사랑채와 사랑마당-거실 영역과 마당     

 

필자 설계 경남 양산 심한재 마당 전경

 한옥의 사랑채 역할은 이 시대의 주택에는 거실 영역이 될 것이다. 공적 영역-Public Zone으로 거실과 주방 식당에 식구들이 모이고 손님을 응대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과 관련되는 외부공간은 거실에서는 큰마당, 주방은 안마당, 식당은 테라스나 작은마당이 짝이 된다.

    

 거실이 데크를 거쳐 큰마당으로 이어지는 건 일반적이다. 하지만 주방과 안마당, 식당과 작은마당이 짝지어져야 하는 걸 간과하기 쉽다.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장독에 오래 묵히는 장醬이 있고 매실청도 있다. 주방과 이어지는 정지마당의 역할을 살려야 단독주택에 사는 재미가 더해진다. 안마당과 이어지는 텃밭도 제자리를 달라고 요청하는 걸 놓쳐서는 안 된다.

    공적 영역-Public Zone으로 거실과 주방 식당에 식구들이 모이고 손님을 응대하는 공간이며 이 공간과 관련되는 외부공간은 거실에서는 큰마당, 주방은 안마당, 식당은 테라스나 작은마당이 짝이 된다


거실채와 이어지는 넓은 데크는 처마 아래 공간으로 실내 공간과 함께 다양한 쓰임새를 가진다


 식당과 하나 될 작은마당은 특히 언급하고 싶다. 식당이라는 구획된 공간을 따로 두지는 않더라도 테이블을 놓는 자리를 찾아내는 건 아주 중요하다. 요즘 거실이 TV를 시청하는 자리로 전락하다 보니 식구들이 얼굴을 마주 볼 기회를 잃어버렸다. 거실에서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 이외에는 다른 행위가 이루어지는지 생각해 보자.  

   

 식탁은 주방 가구의 하나지만 테이블은 공적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독자적인 가구가 된다. 테이블에서 와인 잔을 세팅하는 시간을 가지며 노트북을 놓고 글을 쓰기도 할 것이다. 또 테이블이 있어서 커피나 차를 옆에 두고 책을 읽는 일상의 여유도 가지게 되지 않겠는가? 이 테이블에는 유리를 얹으면 안 된다. 원목 테이블이라면 나무가 주는 촉감을 느끼는 것이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중요한 테이블이 놓이는 자리는 어디가 좋을까? 그 자리와 이어지는 작은마당이나 데크가 있어야 햇살이 비치는 봄, 달빛이 내리는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으리라. 멀리 산이 보이거나 가까이 피어있는 꽃도 볼 수 있어야 하겠다.


  private Zone/안채와 안마당 혹은 뒤뜰-서재와 정원


     

심한재 한실 서재와 이어지는 달빛 정원, 작은 연못을 두었다

 한옥의 안채는 주인 영역-Master Zone에 대입할 수 있다. 집주인인 부부가 쓰는 사적인 공간을 안방이라 한정하지 않고 영역을 따로 구분하여 독자적인 공간을 구성한다. ‘부부의 집’이 아니라 식구 모두를 위한 ‘우리집’으로 설정하자면 집주인인 부부가 쓰는 영역이 독립되어야 한다,  

   

 부부의 영역이 독립되게 되면 다른 식구들의 공간도 존중받을 수 있다. 아파트 평면을 들여다보면 부부의 집일 뿐 다른 식구들은 현관 근처에 문간방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부모님을 모시기 어렵고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 학교 앞 원룸촌으로 독립하려고 하는지 모른다.

    

 주인 영역-Master Zone은 침실, 욕실, 서재로 구성하면서 서재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게 한다. 서재와 이어지는 외부공간은 정적인 분위기가 되므로 마당보다는 작은 정원으로 구성하면 좋겠다. 거실이 식구들이나 손님과 함께 보내는 동적인 공간이라면 서재는 부부나 남편의 위한 정적인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한옥의 안채는 주인 영역-Master Zone에 대입할 수 있고 서재와 이어지는 외부공간은 정적인 분위기로 마당보다는 작은 정원을 둔다

 자식들이 출가하여 사위나 며느리가 아이들과 함께 부모를 찾아오면 그들에게 편안한 집이 되어야 한다. 이 독립되어 있으면 손님들은 그들의 영역-Guest Zone에서 머무르기가 편안해진다. 자식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오더라도 독립된 주인 영역-Master Zone이 있으니 그들의 방문에도 지장을 받지 않으니 주인과 손님 모두 다 좋은 ‘우리집’이 된다.

     

 한옥에는 안채와 사랑채가 영역이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었다. 이러한 영역의 구분은 사랑채에 손님이 오더라도 안채의 식구들이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했었다. 우리 조상들은 집의 모든 식구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한옥에서 배우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이 시대의 집에도 담아내면 한국 사람이라는 유전자가 능동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는가?

         

  아파트는 부부의 집, 단독주택은 식구들의 우리집

      

 우리나라의 주택이 아파트로 대표되면서 삼대三代가 한 집에 사는 아름다운 주거문화가 무너져 버렸다. 아파트에서는 부부와 자식들이 함께 살기에도 버거워서 아이들은 대학생이 되면 집을 떠난다. 일인가구가 대도시에서는 곧 전체 가구의 30%를 넘을 것이라는 통계를 접한다.

    

 외부공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음은 발코니를 잃어버린 아파트의 폐해가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다. 아파트의 발코니는 공중에 떠 있는 집의 최소한의 외부공간이다. 발코니가 있으면 내부 공간은 문으로 열린 집이 되지만 발코니를 없앤 집은 창으로 닫히고 만다.


외부와 단절되어 폐쇄된 내부 공간에서 사는  아파트는 편안한 ‘우리집’이 되기 어렵다
   

 발코니가 있는 집은 철마다 꽃이 피는 정원을 둘 수도 있고 봄가을에는 거실 문을 열어두고 살 수도 있다. 15층을 넘어 80층까지 하늘을 찌를 듯 초고층으로 지어 올린 집은 창문마저도 열지 못한다. 외부와 단절되어 폐쇄된 내부 공간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아파트가 ‘우리집’이 될 수 있을까?


 삼대三代가 함께 살 수 있으며 출가한 자식들의 식구까지 기꺼이 품을 수 있는 ‘우리집’이라야 집은 사람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주택에서 묘안妙案은 ‘부부의 집’이 아닌 식구와 손님 모두가 편안한 ‘우리집’이 되는 데 있다. 우리 식구가 모두 만족하려면 구성원이 자신의 영역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며 그 소스에 내외부 공간이 하나 되는 얼개로 마당의 역할에 필요하게 된다.


     ‘마당’이라는 우리 한옥만의 독특한 외부공간의 쓰임새는 이 시대 단독주택의 연원淵源을 한옥에서 찾을 수 있는데 우리 몸속에 조상으로부터 이어온 유전자가 기억하는 주거 습성에서 찾는다


 집을 짓는 목적은 그 집을 쓰는 구성원 모두가 바라는 공간을 충실하게 확보하는 데 있다. 부부의 집인 아파트 얼개로 단독주택을 지어서 산다면 외로운 삶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우리집’은 자식과 손님까지 배려한 한옥에서 이어지는 얼개를 가져야 하리라.

    

 이 시대 단독주택의 연원淵源을 한옥에서 찾아야 함은 우리는 몸속에 조상으로부터 이어온 유전자가 기억하는 주거 습성 때문이다. ‘마당’이라는 우리 한옥만의 독특한 외부공간의 쓰임새는 집 안의 각 실과 이어져 하나로 완결되는 되는 저마다의 특성이 부여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집’은 한옥에서 계승된 다양한 마당이 거실과 테이블의 공간과 주방과 서재와 어우러져야 백년가百年家로 지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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