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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Nov 12. 2024

차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

다연회 2024년 만추다회 후기

차 이야기보다 사는 이야기     


지난 시월 다회는 넷이라서 진한 차향에 젖을 수 있었죠. 11월 다회는 에피소드인커피 차실 정원을 채우는 인원으로 여덟 명이 앉았습니다. 결석 벌칙으로 다식을 챙겨 온 다우들 덕분에 풍성한 찻자리가 되었습니다.


    

11월에 준비한 차는 빙도노채와 노반장, 프리미엄 숙차인 육성차와 노차로 90년대 8582입니다. 이 정도 차면 고급 다회에 밀리지 않는 라인업이지요. 그런데 이 차들은 집중해서 마셔야 하는데 넘치는 다식과 다담이 끊이지 않을 분위기라 어쩌지 염려하며 찻자리를 시작합니다.     


먼저 다회에 참석하는 의미에 대해 팽주가 말문을 열었습니다. 다연회 다회는 차를 가리지 않고 두루 마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류는 보이차인데 아무리 다양한 종류로 마셔도 해변에 모래 한 줌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팽주는 그 달에 마실 차를 선정하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합니다.

    

다연회 다우는 보이차를 마신 지 오래된 사람과 이제 차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반반입니다. 보이차를 오래 마셨다고 해도 각자의 취향은 제각각이지요. 생차를 즐기는 다우와 숙차 위주로 마시는 다우는 차를 마시는 취향이 다릅니다. 이제 막 보이차 생활을 시작한 다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회 찻자리는 모두에게 열린 분위기라야 합니다. 아직 차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다우는 매달 마시게 되는 차를 통해 향미를 알게 됩니다. 본인이 마시고 있는 차와 다회에서 마시는 차가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차 생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먼저 차 생활을 시작한 다우에게 평소에 궁금했던 점을 물어도 좋겠지요.  

   

차는 가능한 매일 마시는 게 좋지요. 차 마실 시간이 없을 수도 있지만 틈을 내고 시간을 쪼개가면서 습관을 삼는 게 좋습니다. 차 마시는 그 시간이 오롯이 나를 돌아보는 자리이기 때문이지요. 차에 브레이크가 없으면 고장 난 상태이고, 신호등이 없는 도로를 달릴 수 없듯이 나를 멈출 수 있는 시간에 차를 마시는 것이지요.


    

부부나 아이들과도 차를 마시지 않으면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30분이라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그 시간을 가지지 않고 지낸다면 가족이라 해도, 부부로 살면서도 남보다 못한 사이로 지내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혼자 지내는 시간도 멈춤이 없으면 일상에 지쳐 갈피를 잡지 못할 겁니다.   

  

다회에 참여하면 차 생활을 지속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어쩌다 시간이 나면 마시는 차가 아니라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다반사로 마시는 차가 됩니다. 혼자 마시는 차가 되고 나면 가족이나 부부가 마시는 차가 되어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지낼 수 있으니 행복이 따라오게 됩니다. 한 달에 한 번 참석하는 다회 찻자리는 차 생활을 지속하게 하는 마중물이라 하겠습니다.     


넘치는 다식과 다담 속에 차를 마십니다. 오늘 마시는 빙도노채는 다시 마시기 어려운 귀한 차랍니다. 2009년에 구입했던 차인데 지금은 당시 구입가의 백배 정도로 거래가 된다고 합니다. 이 차에 대한 사연을 얘기하고 빙도노채의 시음평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월다회에서 노반장이 호평 일색이었는데 ‘역시나’와 ‘글쎄요’가 반반이네요. ‘글쎄요’를 말하는 다우는 역시 맹해차구 차에 호감을 가지는 편이라고 합니다.

    

보이차를 마시는 찻자리는 민주적이라 표현해 봅니다. 내 입에 맞는 차라고 해서 다른 사람도 좋다고 할 수 없는데 동의할 수 있지요. 임창 차구 차를 좋아하는 내 취향을 맹해나 이무 차구 쪽 취향과는 거리가 있지만 노반장은 노반장의 향미로 마시고 석귀는 석귀의 그것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육성차를 마시고 나니 벌써 다회 시간이 채워졌네요. 노반장과 90년대 8582를 마셔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렇지만 다연회 찻자리는 차만큼 다우들이 나누는 다담을 소중하게 여기지요. 오늘 마시지 못한 차는 다음 다회에서 마시면 되니까 아쉬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빙도노채는 이제 다시 마시기는 어렵겠지요.     


다음 다회는 송년 찻자리가 됩니다. 신년 다회를 가진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송년 다회라니요.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은 아무리 붙잡으려고 해도 무심하게 흐릅니다. 올해 다우들과 함께 보낸 시간을 돌아보는 송년 다회에는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길 바라며 11월 다회 후기를 마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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