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산 '호태호' 백앵산 고수 단주차를 마시면서
차나무 한 그루에서 소량으로 채엽했다는 호태호 백앵산 고수 단주차를 마셨습니다.
단주차는 차나무의 수령이 최소 300년 이상 되는 고차수(古茶樹)의 찻잎이지요.
단주차는 아무나 마실 수 있는 차가 아니라서
이번에 이 차가 내게 온 것은 선택받은 기회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처음 마셨을 때는 뚜렷하게 다가오는 그 차만의 뚜렷한 향미가 없어 당황하기조차 했었습니다.
이 차는 다른 차와 함께 받았었는데 3.98kg이라고 적혀 있는 단주차를 먼저 마시기로 했습니다.
고차수 한 그루에서 찻잎이 4kg보다 적은 3.98kg을 따서 만들었으니 얼마나 귀한 차입니까?
그런데 기대를 안고 마셨는데 제 입맛에 다가오는 단주차의 향미는 미미하고 싱거워서 실망이었지요.
쓴맛이 거의 없는 건 좋았지만 단맛도 별로 느낄 수 없었으니 단주차라 해도 받아들일 향미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백앵산 단주차인데 거친 제 입맛만 탓할 수 없어 집에서 집중하며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단주차를 마신다는 차부심(茶負心)으로 마음을 가다듬어
새해 첫날 길어온 통도사 안양암 영천약수로 우려 보았습니다.
차 마시는 시간도 밤 시간을 택해 고요한 나만의 분위기를 잡아 정성을 다했답니다.
단맛 쓴맛이라는 고정관념 없이 천천히 음미하니
햅쌀로 갓 지은 밥의 향과 부드러운 후운, 단전으로 내려오는 기운이 너무 좋았습니다.
보이차는 오래 마시고 꾸준하게 마시다 보면 차맛이 단계별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래, 꾸준하게 마시다 보니 입맛 다음으로 목 넘김에서 느껴지다가 몸으로도 차를 받아들이게 되네요.
보이차를 접하고 십 년을 숙차만 마실 때는 향미를 음미했다기보다 차 마시는 그 자체가 좋았지요.
생차를 마시기 시작한 지 다시 십 년이 지나니 지금 받아들이는 보이차의 향미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