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차량 공유 모바일 서비스 경험기
사람이 직접 톨비를 계산하는 톨게이트, 내비게이션 없는 택시가 있는 인도네시아 풍경은 90년대 서울과 비슷하지만 Uber, Grab, GO-JEK 등 차량 공유 서비스들을 보면 한국보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더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여행을 떠나기 전, 미리 설치하면 좋을 교통 관련 앱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택시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서울은 오렌지색, 대전은 검은색 등 일반 택시 차량 색이 지역마다 다르다. 인도네시아는 신기하게도 인도네시아 전역을 운영하는 택시 회사-블루버드 그룹(BlueBird Group)이 있어 차량 색이 푸른색이면 대체로 블루버드 그룹 택시라고 보면 된다. 차체만 푸른색으로 칠한 유사 택시가 많으니 블루버드 그룹 택시인지 정확히 확인하려면 앞 유리에 BlueBird Group이라 쓰여있는지, 새 로고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면 된다. 전 지역에서 운영되는 블루버드 그룹 택시 덕분에 인도네시아 어디를 가든 바가지 걱정 없이 택시를 탈 수 있다.
공항에 오면 블루버드, 실버버드(블루버드의 고급 버전, 우리나라의 카카오 블랙, 모범택시 종류라 보면 됨)인지 확인하고 택시를 타면 된다는 조언을 듣고 자카르타 공항에서 in 하고 나서 블루버드, 실버버드 택시를 엄청 찾았다. 그런데 막상 공항에 도착하니 입국할 때 지나치는 택시 예약 카운터에도 블루버드가 없고 워낙 소위 삐끼 택시 기사들이 많았다. 당연히 블루버드 택시가 크게 있고 나머지 기타 택시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블루버드가 아닌 택시들만 잔뜩 늘어져있어서 당황했다. 공항 종업원에게 물어보면 쉽게 블루버드를 찾을 수 있었겠지만... 한국과 다른 습한 날씨 속에서 삐끼 아저씨들을 상대하려니 차분하게 누군가를 붙잡고 물어볼 상황이 아니었다. (이 사람이 공항 직원인지, 택시 기사인지 구분도 되지 않았었음) 공항에 도착했을 때 택시를 부르는 것에 당황하지 않으려면 미리 my blue bird 앱을 설치하면 좋다.
이메일, 비밀번호, 휴대폰 번호만 입력하면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다. 가입한 뒤 앱을 켜면 근처에 블루버드 택시가 어디에 있는지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택시를 타면 내비게이션 있는 택시를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날로그 방식인데 택시 위치 확인, 부르기는 굉장히 쉽고 간편하게 되어있다. 블루버드가 인도네시아에서 거의 독보적인 no.1 택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는 Uber, Grab과 같은 서비스와 경쟁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너무 덥고 습해서 바깥에 오래 있기 힘들고 신호등 체계가 엉망이라 여행자가 걸어 다니기에 좋은 관광지는 아니다. 택시 정류장 같은 게 없고 교통이 복잡해 쇼핑몰이 아니면 블루버드 택시 잡기가 쉽지 않다. (유명한 쇼핑몰은 블루버드 택시를 붙잡아 주는 종업원이 있을 정도로 안심하고 블루버드 택시를 탈 수 있음) 자카르타 시내를 이동할 때 도움이 많이 되었던 앱은 Uber 였다. Uber, 특히 인도네시아는 Grab을 통해 차량을 운영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Uber만 있어서 Uber를 주로 사용했는데, Grab과 Uber의 이용 가능한 차량을 보면 Grab이 압도적으로 많다. Grab을 이용하면 금방 택시를 잡을 수 있어서 땡볕에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Uber나 Grab을 이용하면 택시비도 블루버드보다 저렴하고 목적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요새 인도네시아가 모바일 데이터가 잘 터지고 Uber를 많이 쓴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호텔 주소를 구글 지도를 캡처해서 가져갔는데, 실버버드를 탔지만 내비게이션도 없고 위치가 시내가 아니다 보니 지역 이름만 파악하고 출발했다... 예를 들어 호텔 주소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52번지 00 호텔'이라면 '분당'만 보고 분당에 간 것이다. 택시 기사가 분당에 도착했다고 이야기하는데 인도네시아 처음 오는데 당연히 난 이 곳을 처음 와보고 어딘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다행히 길가에 쇼핑몰 주차 직원 같은 사람한테 물어봐서 호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어쨌든 Uber나 Grab을 통해 목적지를 미리 설정하면 이런 난감한 상황에 놓이지 않아도 된다. 또, 인도네시아는 톨비를 손님이 직접 내는데 처음 온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 택시 기사들이 낸다. (특히 공항에서 탈 경우) 블루버드, 실버버드라도 톨비를 덤터기 씌우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를 지날 때 꼭 'How much is it?'이라 물어보고 톨비를 줘야 덤터기를 피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Uber, Grab 같이 자동차 공유 서비스뿐 아니라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가 굉장히 잘 되어있다. 인도네시아가 아니어도 동남아시아를 가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현지인을 많이 볼 수 있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오토바이 타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인도네시아인들도 많이 보게 된다. 현지인들은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이기도 하고 오토바이 택시가 많아서 그런지 Uber도 Uber motor를 제공하고 Grab도 Grab bike를 제공한다. 구글 맵에서도 우버 탭을 보면 Uber Motor, Grab bike가 디폴트인 만큼 현지인들은 자동차보다는 오토바이 공유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것 같다.
GO-JEK은 오토바이 공유에 초점을 맞춘 공유 경제 서비스다. 도로를 보면 뒤에 GO-JEK으로 쓰인 녹색 재킷을 입고 달리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쉽게 볼 수 있다.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택시를 타면 옆으로 쌩쌩 달리는 GO-JEK, Grab, Uber 오토바이를 보면 오토바이로 이동하고 싶은 충동이 든다. 짐만 없으면 타볼까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한국에서도 오토바이를 타본 적이 없어 무서워서 이용해 보진 못했다.
Uber motor, Grab bike, Go jek을 보며 참 현지인에게 필요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단 느낌이 들었다. 인도네시아는 오토바이를 소유한 사람이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보다 많을 것이고 어렸을 때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익숙하다. 또한 자동차보다 훨씬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저렴하게 이동할 수 있다. 어쩌면 오토바이 공유 경제 서비스가 생기는 건 너무 당연해 보이기도 할 정도다. Uber가 미국에서 제공하듯 Uber Pool, Uber X만 제공했다면 Uber가 활성화되었을까?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글로벌한 서비스가 되려면 현지 상황, 현지인의 삶에서 어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잘 파고들어야 한다.
인도네시아에 특화된 오토바이 공유 경제 서비스를 보며 우리나라는 어떤 공유 경제의 흐름으로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새로운 공유 경제 서비스가 출시되어도 규제 때문에 서비스 운영이 어려운 것을 보면 우리나라만의 차별된 경험을 제공하기 전에 넘어야 할 산이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Uber가 우리나라에서 우버 이츠(Uber eats)를 론칭 준비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처음 국내에 Uber를 론칭했을 때 택시 조합의 어마어마한 반발을 겪었음에도 다시 국내에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걸 들으니 우리나라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인 것 같단 생각이 들면서도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규제를 넘어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지만 미국과 다른 한국의 배달 서비스 문화를 어떻게 파고들지 궁금하다.
USIM 구매
인도네시아의 데이터 제공 방식이 우리나라와 좀 다르다. USIM을 별도로 구매하면(10,000 idr) 그 안에 데이터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Telkomsel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USIM을 구매한 다음에 데이터를 충전하면 된다. 대충 90,000 idr 어치 충전해 달라고 하면 5일 동안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가 다 떨어지면 편의점이나 대리점 가서 다시 데이터를 충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