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nker Hatfield와 Nike 기술 개발팀의 협업을 보며 느낀
넷플릭스 인기 다큐멘터리인 Abstract의 2화 [팅커 햇필드 : 신발 디자이너] 편을 보았다. 햇필드는 나이키에서 에어 조던, 에어 맥스 등 나이키의 대표 신발 라인을 디자인한 유명한 디자이너다. 다큐멘터리를 보며, 디자이너의 작은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혁신을 가져다준다는 생각, 새로운 디자인을 대중에게 설득하려면 디자인에 담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의 철학에 감동했다. 또, 그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주는 Nike 디자인 연구소의 기술 개발팀과의 협업이 인상 깊었다.
사실 그동안 나이키를 패션 브랜드 중 하나라고 생각했지 나이키의 디자인 철학, 방식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영상을 통해 나이키가 운동을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하도록 돕는 신발들을 제작하기 위해 계속 선수들의 운동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기량 향상을 위한 인사이트 수집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신발 디자인은 사람들이 신발에 대한 구매력을 느끼도록 사용성, 외관을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했지, 사람들이 신발을 신는 맥락을 고려해서 신발을 이루는 요소, 사용 가능한 기술까지 생각해서 신발 디자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영상을 보면 팅커 햇필드가 참여한 [Back to the future] 영화에 등장한 자동으로 신발 끈을 조여주는 운동화 에피소드가 나온다. 햇필드는 ‘2015년에는 내 발을 운동화가 먼저 알아보고 내 발에 착 감기는 운동화가 있었으면 좋겠다.' 란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운동화를 진짜 현실 세계에 출시하기 위해 현재 적용 가능한 기술의 한계를 최대한 극복할 수 있도록 운동화의 디자인을 개선한다. 기술 보완을 위해 운동화 디자인을 고쳐나가는 햇필드를 보면서 기술을 알지 못해도 충분히 기술과 결합된 디자인을 해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뜬금없지만 햇필드가 기술 개발 팀과 디자인을 위해 기술을 사용하고 서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위해 지속적인 보완 과정을 거듭하는 과정을 보며 데이터 분석과 UX 디자인의 관계를 떠오르게 했다. 사내에서도 데이터 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프로젝트에서도 데이터 분석이 슬슬 사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UX프로젝트에서의 데이터 사용이 맞는 방향이라 생각하고 앞으로 사용 빈도가 높아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UX 디자이너가 데이터를 정성 인터뷰를 다루듯 데이터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Raw data를 보면 너무 날것이어서 행동 패턴을 보려면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의미 있는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해 가설 세우는 단계에만 참여할 수 없는 데이터 비전문가인 UX 디자이너가 데이터 전문가만큼 의미 있게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을지 계속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주어진 데이터를 이용한 과제에서 의미 있는 인사이트를 도출하려면 어떤 준비를 하면 좋을지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영상을 보며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모든 일에 만능일 수 없다. 할 줄 모르면 잘 하는 사람과 같이 하면 된다. 데이터는 사용자의 패턴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데이터가 모든 걸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객관적인 지표를 얻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왜 이 프로젝트에서 데이터가 필요한지, 데이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데이터 과학자와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의미 있는 데이터가 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계속 다듬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