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글쓰기 습관
연애할 때 양다리는 위험하지만 글을 쓸 때 양다리는 안전합니다.
오늘도 고민합니다. 먼저 블로그로 갈 것이냐, 브런치로 갈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블로그로 입장할 때 느끼는 포근함, 이건 좀 친정 같습니다. 대충 입고 아무 때나 찾아가도 맘 편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말이죠.
브런치에 입장할 때 느끼는 긴장감, 이건 좀 시댁 같습니다. 뭐라도 차려입고 사전에 연락을 드리고 갔는데도 대화를 할 때마다 긴장하게 되는 면에서 말이죠.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이런저런 이웃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기는 좀 고향 같다고 생각할 때가 많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이야기를 꺼내 놓고 실수해도 고향 친구들처럼 그냥저냥 넘어가 주거든요.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댓글이 달려도 긴장합니다. 이럴 때 여기는 도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잘 나가는 작가님들도 있고 글 좀 쓰시는 유명하신 분들이 많아 마음이 다급해지거든요. 화려함 속에 위축되는 거죠.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은 녹화방송 같아요. 뭐든 자유롭게 쓴 것을 내 맘대로 편집해서 올릴 수 있거든요. 딱히 뭐라 하는 사람도 없다 보니 요리조리 꾸며 봅니다.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건 생방송 같아요. 쓸 때도 긴장, 올리면서도 내심 떱니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이 마음은 뭘까요? 다른 생방송과 함께 실시간으로 시청률(하트)이 뜨다 보니 '아 이번에도 망했구나.' 하는 심정이 듭니다.
그런데도 브런치에 아침마다 출근하는 게 좋습니다.
브런치로 출근할 때는 널브러져 있다가도 괜찮은 옷을 꺼내 챙겨 입으면서 정신 무장을 하게 됩니다. 회사에 잠옷차림으로 가는 사람 없잖아요. 깔끔한 차림으로 옷을 입으면 정신도 저절로 따라오거든요.
블로그에 출근할 때는 세상 편한 평상복을 입고 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성장이 더디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뭐든 맘대로 하고 살면 좋은 점도 있지만 해이해져 배우려는 의지가 줄어들거든요.
브런치로 출근하면 괜히 있어 보입니다. 대기업 다니면 다 괜찮은 사람들로 둘러 싸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더 깊게 들어가 생각할 거 뭐 있나요. 기분 좋게 이렇게 생각하며 멋지게 사는 거죠.
블로그는 유명하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아주 작은 가게로 출근하는 거 같아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주어진 일을 하지만 알아주는 사람이 드문 곳. 가끔 대박 터트리는 작은 기업들도 있지만 그게 그리 쉬운 건 아니니까요.
브런치는 화장하고 나를 좀 멋지게 꾸미고 가는 곳 같아요. 여자들한테는 이런 게 기분 전환이 되거든요. 옷장에서 예쁜 옷 꺼내 입고, 화장도 곱게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갈 때 설레잖아요. 브런치는 참 저를 설레게 해서 좋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글이 펼쳐지려나 하면서.
블로그는 생얼이죠. 거울 가까이에 얼굴을 갖다 대고 기미와 주근깨를 보면서 실망도 하지만 생얼로 있을 수 있는 자유로움을 남자들은 잘 모를 거예요. 조금 더 예쁘게 태어났다면 고민이 덜 했을 것을. 다음 생에 기대해 봐야겠죠. (이번 생에 착한 일을 좀 더 하다 죽어야겠어요.)
블로그와 브런치 양다리 걸치면서 느낀 건데요, 인생이 다방면이어서 어느 것 하나 치우치게 좋다고 할 수가 없어요. 블로그는 개울가에서 노는 것 같고 브런치는 큰 바다에서 노는 것 같거든요. 개울가는 개울가 나름의 아담한 추억이 있고, 원대한 바다는 바다 나름의 거대한 매력이 있으니까요.
오늘도 이렇게 양다리를 걸치며 블로그에 출근했다 브런치에 출근했다 정신이 없네요. 양다리 걸치지 않게 확실하게 마음을 정하려면 눈에 띄게 성공해야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