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섬섬 산책
여수에 한 달 살기를 하면서 가장 먼저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은 오동도다. 초등학교 시절 여름방학에 여수에 놀러 오면 엄마는 항상 이 오동도를 찾곤 했다. 어린 나의 눈에는 단조로운 바다 뚝방을 걷는 것이 덥고 지루하게 느껴졌는데 엄마는 왜 오동도를 해마다 오는지 한 번도 묻지 못했다. 그 한 번도 물어보지 못한 질문들이 내 가슴속에 쌓여 가끔 오동도가 미치게 그리웠다.
"엄마는 왜 오동도가 좋아?"
"엄마는 어떤 소녀시절을 보냈어?"
"엄마의 20살은 어땠어?"
"엄마의 꿈은 뭐였어?"
이런 것들을 언젠가 물어볼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야속하게도 그런 시간이 나에겐 주어지지 않았다. 내가 19살이 되던 여름날, 엄마는 치매가 시작되어 나를 알아보지도 못하셨다. 나는 엄마의 기억 속에서 이미 존재하지 않은 딸이었다.
"엄마는 19세 때 행복했어?"
어는 여름날 점심을 먹다가 아들이 나에게 던진 질문이다. 대답하려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평생 짓눌러왔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화산처럼 폭발해 버린 것이다. 밥을 먹다 엉엉 우는 나를 영문을 모른 채 아들은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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