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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 Madigun Apr 05. 2016

Walkholic Couple in Japan(1)

긴길나그네 커플 in 일본(1)

사실 원래는 이런 계획이 아니었다. 그저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싫어서 던졌던 한마디의 칭얼거림이었고, 그에 대한 반응도 단순히 칭얼거림에 대한 귀여운 질타 정도를 예상했다. 하지만 사람의 앞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했었다. 너무나도 본격적인 여행 준비가 시작되었고, 그렇게 나에게는 세 번째의, 그리고 우리에게는 감격스러운 첫 일본 여행이 시작되었다.


한국을 떠나다


새벽 4시 30분 사당역 공항버스 정류장(엄청 추웠다)

수원 본가에 머물다가 여러 이유로 새롭게 봉천동에 보금자리를 마련한지도 고작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항으로 이동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예매한 비행기는 아침이었고, 늦잠까지 자서 허겁지겁 도착한 곳은 사당역 공항버스 정류장. 날은 추웠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는 새벽 4시 반의 정류장은 외로운 공간이었지만, 누군가를 만나러 떠나는 내 마음은 외로움보다는 설렘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나에게 있어 여행과 사진이란


사실 필자는 여행을 좋아한다. 새로운 곳을 찾아갔을 때의 그 두려움, 그리고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새로운 경치들을 보는 재미가 좋다. 특히,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과는 조금은 다른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새로운 행복함을 가져다준다.

나의 여행과 일상의 눈이 되어주는 친구에게 강탈(?)한 Canon 450D와 새로 구매한 Tokina 11-16 렌즈

그래서 내 여행에는 늘 카메라가 함께한다.


나의 여행을 기록해주고, 과거를 추억하게 해주는 사진은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이번에도 나의 동반자 카메라는 역시나 함께 했다. 아무리 요즘 핸드폰 카메라가 좋아졌다고는 하나 DSLR이 보여주는 그 고유의 모습을 따라올 수가 없다. 뭐... 일단 금액적인 차이가 엄청나니 어쩔 수 없지만.

하지만... 너무 이른 출발시간과 전날의 철야로 인해서 공항으로 가는 길의 풍경, 비행기의 이륙, 구름 위의 풍경... 그런 거 없다.


드디어 일본 도착


이야기가 삼천포로 잠시 빠졌지만 그렇게 도착한 일본에서의 첫 도착지는 나리타공항. 도쿄 나리타공항으로 도착지를 설정한 이유는 단순히 누피가 도쿄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한 번 왔던 도쿄이기에 자연스럽게 JR동일본 사무소를 찾아 넥스(NEX, Narita Express)를 구매하고 신주쿠로 이동했다.

NEX 구매 후 신주쿠까지 이동 중

최초의 계획은 신주쿠가 아닌 사무라이컵이 열리는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이 있는 도비다큐역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예상대로 둘째 날 경기의 성적이 저조함에 따라 경기가 오전 중에 모두 마무리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경기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은 남았지만, 만나는 시간은 급격하게 빨라질 수 있었다.


누피와의 재회


아쉬운 점은 사진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임에 따라 역시나 사진이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이 나오기는 하지만 처음에는 말 그대로 전무... 덕분에 만남이라는 가장 극적인 상황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가 않다. 게다가 신주쿠역에서 빈 코인라커를 찾다가 지쳐버렸다.


결국 누피는 짐을 가지러 숙소로 혼자 떠나고, 나는 외로이 가부키쵸의 거리를 헤맬 수밖에 없었다.

가부키쵸 TOHO Cinema Shinjuku Building 1층의 크리스피크림

헤매다 들어간 곳은 가부키쵸 TOHO Cinema Shinjuku 1층의 크리스피크림. 아메리카노 한 잔의 허세를 부리면서 새삼 내가 지금 일본에 와 있구나를 느끼고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나서 도착한 누피는 가람이와 함께였다. 친자매처럼 딱 붙어 다니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하고,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결국 저녁까지 함께 먹었다.

저녁은 같은 건물 1층의 꼬치집(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에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무한 리필집이다 보니 아주 양껏 먹은 것은 함정.


전날 여자 팀원들의 감기 기운으로 인해 긴급 요청받은 감기약도 전달하고, 힘들어하는 가람이도 실컷 먹이고 난 뒤 역시나 몸이 안 좋은 누피를 위해 일단은 Airbnb로 예약한 아키하바라 근처의 숙소로 이동.

사흘을 묵었던 아키하바라의 ウイン神田 703호

구글맵의 위치가 애매하게 찍히는 바람에 바로 앞에 숙소를 두고 골목을 한 바퀴 빙빙 돌았지만, 찾아서 올라온 숙소는 예상보다 매우 아담하고 포근한 느낌이었다. 누피를 만나서 기쁘고 반가운 마음에 여러 가지를 하고 싶었지만, 고된 경기 일정과 그동안 지속되었던 감기 기운의 재발 등 쉬어가야 하는 포인트라고 판단해서  첫날은 이렇게 조용히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부터 시작될 자신들의 본성을 깨닫지 못하고 잠에 들었다.




Routes & Steps

Day 01 | 10.92km / 14,556 steps | 신림 - 인천 - 나리타 - 신주쿠 - 아키하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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