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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ly Mar 25. 2022

일반 직장인의 첫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기

우리의 '첫' 사이드프로젝트 : 별명작명소


1. 사이드 프로젝트 시작 배경 : 사이드 프로젝트, 왜 하게됐어요?

2020년 겨울, 전 직장을 함께 다녔던 개발자와 만나 저녁을 먹으며 소소하게 담소를 나눴다.

나는 아직 전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상태였고, 그 분은 새로운 회사로 이직한 개발자였는데 이직한 회사는 어떤지, 이 곳(전직장)과 가장 다르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재미있는 이직썰을 듣다가, 서로가 어떤 서비스에 관심있는지를 알게되었고 둘 다 업무 외 시간을 투자해서 사이드프로젝트를 진행할 의지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실력있는 개발자와 사이드프로젝트라니!

시간을 더 주면 '다시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일이 좀 바빠서..' 라는 문장으로 연락이 올까봐 그자리에서 즉시 사이드프로젝트를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다. 개발자분은 바로 'ㅇㅋ'하고 쿨하게 수락했고 우리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2.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과정 :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까?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처럼 우리는 말 나온김에 어떤 서비스를 어떻게 만들어볼지에 대해 논의했다.

우선 각자의 시간을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는지, 어떤 생산성툴을 사용해서 같이 논의할 것인지, 각자 최대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얼마인지,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궁극적인 목적과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각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주 1회/ 2주 1회를 고민하다 주1회는 업무가 많을 땐 서로 부담스러울 수 있으므로 서로 업무에 지장되지 않으며 부담스러워 포기하고 싶지 않는 주기인 격주로 잡았다.

어떤 생산성툴을 사용해서 논의할 것인가? 이때 한참 노션에 빠져있던지라 우리는 협업에도 좋고, 쓰기에도 편한 Notion을 활용하기로 했다.

각자 최대 사용할 수 있는 비용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월 최대 5만원 이었던 걸로..(Risk 최소화 메모...)

어떤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지? 본인이 가진 개발 기술을 사용하여 구현할 수 있는,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부분의, 재미있는, 돈을 벌 수 있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등의 추상적인 수준의 서비스를 이야기하며 대략적인 방향의 Sync를 맞추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목적, 목표는? 본인의 직무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포트폴리오에도 기재하여 어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해보자가 목적이었고, 목표는 1개 이상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Live하자였다.


3. 아이데이션 : 어떤 아이템으로 어떤 서비스를 만들까?

노션에 각자의 아이디어를 정리해봤다.

일단 각자 만들고싶은 아이디어를 노션에 정리하고, 정리한 노트를 갖고 미팅을 하기로 했다.

나는 자본주의의 노예를 대표하는 기획자로서 최대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가 뭐가있을지에 포커스를 맞춰 아이디어를 작성했다. 개발이 되든 안되든 할 수 있든 없든 아이디어는 자유롭게 기재했다.

기획자와 개발자의 아이디어를 합쳐 우선순위를 선정하는 과정

개발자도 아이디어를 여러개 작성해왔는데, 우리 각자가 작성한 아이디어를 한 곳에 모아 실현가능성, 구현 난이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1순위로 선정된 아이디어를 디벨롭시키기 시작했다.


4. 아이디어 구체화 : 왜 이 서비스여야 하는가?

아이디어에 대한 구체적 논의

1순위로 선정된 아이디어는 '반려동물 옷 정기배송'였는데, 정말 이 아이디어가 시장성이 있는지, 우리는 어떤 부분까지 제공할 수 있는지, 고객이 어떤 가치를 얻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했다.

여러 질문을 반복하며 논의하다보니, 우리는 '본업이 있는 직장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본격적인 사업'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큰 규모를 꿈꾸고있었다. (IT의 노예들.. 꿈이 크다...) 우리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우선순위 변경하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 쉬운 서비스부터 만들어보자.
시작하기 어려운거 말고, 시작하기 쉬운거.

6. 아이디어 재선정 : 욕심으로 4주의 시간을 날리고...

우리는 큰 꿈과 끝이 없는 욕심으로 사업 모델을 구상하느라 약 4주의 시간을 날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 내 시간을 쓰게되니, 우리는 사실 시간에 대한 보상(돈)을 받고싶었다는 것을 자각했다. 욕심을 버리고 '돈을 당장 벌진 못하더라도, 쉽게 시작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 위주로 다시 고민했다.

수시간의 고민과 논의끝에 '별명작명소'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합의되었다.


별명작명소는 '간단한 친구의 개인정보를 넣으면, 자동으로 그 친구의 별명을 추천해주는 서비스'이다.

사람들이 심리테스트를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심리테스트를 하면 '공유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기때문에 충분히 쉽게 구축할 수 있으면서도 자연 바이럴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6. 기획&개발 진행

우리는 나름 데이터 흐름도와 로직을 정의하고 어떻게 테스트를 진행할 건지에 대해 고민했다.

Data흐름 & Logic (글씨는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악필..)

어떻게 이 페이지로 유입시킬것인지, 그리고 유입된 이후 테스트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흐름도로 간단하게 작성하고 논의했다.

또, 이 흐름도에 맞게 개발 구현이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걸리는지 불가능하다면 대체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 알아보고 다시 말해주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실제 디테일한 로직은 스프레드 시트를 이용했다.

각자의 역할에 맞게 개발자는 기술에 대한 검토를, 기획자인 나는 로직에 대한 검토와 테스트 포맷 등을 만들었다.


7. CBT (Close Beta Test) 진행 : 우리는 이것을 CBT라고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간단한 테스트 후 CBT를 진행했다.(ㅋㅋㅋㅋ) 각자 질문에 따라 어떻게 별명이 도출되는지 확인했고 이게 충분히 바이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아이디어를 디벨롭하면서 한창 인기있는 MBTI의 유형, 이름, 성격 테스트등을 조합해서 별명이 나오게 설정했는데 '이름'의 경우 국립국어원 API를 사용하여 이름 3글자 중 1자라도 일치하는 단어가 있다면 이어붙이기로 했다. 그래서 국립국어원 API, MBTI 테스트, 성격 테스트의 조합으로 랜덤 최대 5개의 별명을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게 근데 결과가 나오면 웃긴 것도 있는데, 전혀 쌩뚱맞고 모르는 단어가 나와 '어..? 이거 아닌데..?, 국립국어원 API 뺄까..?' 를 고민하다 결국에 빼버리고 로직도 수정했다.

질문지에 들어갔던 나의 그림 중 일부 (총 15개의 이미지가 있었다.)

또, 디자이너가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그나마 디자인적으로 나은(?) 내가 전체적인 톤과 질문지, 결과에 노출되는 이미지를 그렸고, 이것을 사용했다. 근데 테스트를 하는데 이미지 로딩 속도가 너무 느려서 속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개발자에게 피드백을 줬는데 개발자가 그냥 이미지를 빼는게 어떠냐고 물었다.

그래서 '혹시 제가 그린 이미지가 마음에 안드시는지...?' 라고 물었고, 그는 아무말 없이 바닥을 볼 뿐이었다.


그렇게 나의 소중한 그림들이 빠지고(눈물..), 훨씬 더 빠르고 간결해진 테스트지를 볼 수 있게되었다.


8. Live : 우리는 이것을 오픈한 것일까, 포기한 것일까


이제 내부 테스트는 끝났으니, 이 URL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어떤지 물어보는 Action Plan이 남았다.

각각의 지인들에게 이 링크를 뿌리거나, 만났을때 보여주며 물어봤다.

반응은 딱히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았다. 어떤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냐라는 질문을 통해 이 서비스를 어떻게 더 디벨롭시킬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려고 했는데 너무 다양하고 다른 의견들이 분분했다.


우리는 다시 논의했다. 이 프로젝트를 우리 둘의 공수를 들여 고도화 시킨다면 우리는 여기서 더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아예 판을 다시 짜보는건 어떨까? 이 아이디어는 이정도로 마무리하고 다른 서비스를 조금 더 퀄리티 있게 만들어서 배포해보면 어떨까? 등의 논의였다.


둘 다 이 프로젝트는 간단하게 이렇게 마치는 것으로 합의했고, 이제 두번째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지에 대해 계획을 구상하는 단계에 와있다.


허접한 첫 프로젝트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명작명소가 궁금하다면? 요기로 가보세요


9. 첫 사이드 프로젝트를 끝마치며...

우리는 이 작고 간단한 프로젝트에 장장 '반년'이라는 시간을 썼었다. 물론 각자의 업무가 바쁜 것도 있었겠지만, 뚜렷한 정량적 목표를 세워놓지 않았던 것이 우리를 루즈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2022년에는 2021년에 진행했던 사이드프로젝트보다는 조금 더 뾰족한 목표를 세우고, 오픈일도 서로 무리되지 않는 선에선 Fix해두는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원래 회고글 형태로 간단하게 작성하려고 했는데, 작성하다보니 새록새록 기억들이 떠올라 TMI처럼 긴 글을 쓰게되었다.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직장인들이 이 글을 본다면 사이드 프로젝트에 본인 시간을 투자하기 전 하기와 같은 부분을 꼭 짚어보고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목적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기간

사이드 프로젝트 투입 인원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정량/정성적 목표

사이드 프로젝트 오픈 후 Action Plan -> 잘 되었으면 고도화 시킬것인가? 만약 잘 안된다면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아니면 접을 것인가.


위와 같은 질문은 프로젝트 전 스스로 또는 같이 진행하는 팀원들과 Sync-up 하는게 필요하다.

이 부분들을 시작할때 맞춰놓지 않으면, 진행하면서 루즈해지거나(마치 나처럼)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거나 삐그덕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작년보다 더 발전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겠다.

(미리 Thanks to 저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개발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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