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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Mar 05. 2022

생각보다 괜찮아

아들의 새 학년 소감

  얼마 전에 최악의 반 배정 결과에 크게 낙담했던 아들의 이야기를 브런치에 쓴 적이 있다. 아들은 작년 반에서 남녀 학생 통틀어 유일하게 혼자 새로운 반에 배정이 되었고, 학원에서도 교회에서도 친한 친구들이 단 한 명도 같은 반이 안 되어 실망했었다.      


  3월 2일에 개학을 했는데 개학 첫날은 원격수업이었고, 그다음 날은 등교 수업을 했다. 아들의 중학교는 등교 방법에 대해 학부모의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1/3 부분 등교를 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나로서는 학교에 다녀온 아들의 반응이 당연히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반 분위기가 어땠는지 친구들은 어땠는지 질문을 여러 개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짧고 간단했다.     


  “생각보다 괜찮아.”     




  1학년 때처럼 ‘아주 좋았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별로였어.’나 ‘안 좋아.’보다는 백 배 나은 대답이라 안심을 했다.      


  담임선생님이 체육을 담당하시는 남자 선생님이신데 선생님도 좋으시고, 친구들도 괜찮다고 한다. 학교에서 좀 유명하다는(?) 친구는 결석을 했단다.      




  이것은 사족인데, 참 신기하게도 남자 선생님보다 여자 선생님이 훨씬 많은 우리나라 학교에서 우리 아들은 지금까지 남자 선생님을 더 많이 만나왔다. 지금까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2년, 총 여덟 분의 담임선생님 가운데 이번까지 합치면 다섯 분이 남자 선생님이시다. 그리고 이제껏 만났던 모든 선생님들이 정말 다 너무나 좋으신 분들이었다. 남자 선생님을 많이 만났던 것도 남자아이 입장에서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아들은 어제 등교할 때도 하교를 할 때도 1학년 때의 친구들과 함께 했다. 보통 새 학기 초반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러다 슬슬 현재 반에서 친한 친구들이 생기면 조금씩 변화가 생길 것이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이한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설렘 반, 긴장 반 속에서 아이의 반응을 기다리는 부모들. 나는 이러한 설렘과 긴장이 복합된 감정을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까지만 느끼겠지 생각했는데 웬걸, 중학생 부모가 되어서도 여전히 느끼게 된다. 오히려 ‘사춘기’라는 예측불가의 장벽이 생기는 시기라서 그런지 설렘보다는 ‘긴장’ 쪽에 치우쳐 더욱 신경을 쓰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대부분의 경우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진다. 대신 그 친했던 관계가 쉽게 사라지거나 약해지기도 한다. 1학년 때 절친이었던 친구도 2학년 때 절친이 생기면 금방 잊히기가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교 후에 집으로 돌아가서 따로 아이들끼리 연락을 하는 경우도 드문 것 같다. 딸을 안 키워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볼 때 아들들은 그런 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학생이 되고서는 확실히 아이들끼리의 연락이 잦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한 번 자기와 마음이 맞는 친구가 생기면 그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이것은 그만큼 자기와 성향이 맞지 않으면 친구 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중학생부터는 아이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하게 드러내기 때문인 것 같다. 자신과 색깔이 비슷한 친구에게는 호감과 친근감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굳이 친해지려 노력하지 않거나 무관심하게 대하고, 때로 멀리하려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요즘 청소년들은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굳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잘 모르는 친구와 가까워지려고 노력을 많이 안 하는 것 같다. 그럴 필요성을 별로 못 느낀다고나 할까.     


  아이들이 이렇게 된 원인은 스마트폰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혼자만의 세계, 인터넷 속의 세계, 혹은 가상의 세계빠져 실제 인간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즐거움을 느끼는 경우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 것이 아닌지.


     



  나는 아들이 올해 친구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새로운 노력과 도전을 많이 해 보고, 그 안에서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했으면 한다. 이미 친한 친구들이 있다고, 혹은 새 반의 친구들이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관계 맺기를 포기하거나 무관심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작년처럼 원격수업보다 등교 수업이 기다려지는 학교생활을 하기를 바란다.          


  ‘생각보다 괜찮다’는 것은 그래서 어쩌면 무척 좋은 출발이다. 워낙 처음에 기대를 내려놓았었기 때문에 이제는 기대할 만한 일만 남은 것이기 때문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아들의 중학교 2학년 생활을 격려하고 응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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