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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Mar 25. 2022

즐거운 수업, 선생님의 힘

아들의 즐거운 중학교 생활

   띠리리릭~


  4시가 조금 안 된 시간, 현관문이 열리는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아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 온 것이다.


  "아들, 잘 다녀왔어? 오늘은 어땠어?"

  "응, 오늘 아주 재미있었어."

  "뭐가?"

  "국어 시간에 토론을 했는데 아주 재미있었어."


  오늘 국어 시간에 춘향전을 배웠단다. 춘향전을 읽고 나서 조별로 질문거리를 만들고 각 조에서 만든 질문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아들은 국어 과목을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국어보다는 수학이나 과학을 더 좋아한다. 이런 아들을 보면 새삼 얘가 정말 내 아들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나는 이와 반대로 국어를 제일 좋아했고, 체육의 뒤를 이어 수학과 과학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국어'라는 과목 자체는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신기하게도 국어 시간의 수업은 재미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아들이 국어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년 중학교 1학년 때 아들의 담임 선생님이 국어 선생님이셨다. 나보다  더 연배가 있으신 여자 선생님이셨는데 성격이 무척 유쾌하시고 좋으신 분이었다.


  물론 나는 선생님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학기 초 학부모 총회 때 화상으로(당시에도 코로나로 대면 총회는 없었다.) 딱 한 번 얼굴을 뵈었었고, 그 이후에는 전화 상담 때 전화로 통화를 한 것이 다였다. 그런데 내가 선생님의 성격과 면면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들을 통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정말로 선생님이 재미있고 좋다고 했다. 1학년 때 아들이 제일 좋아했던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이었다.

 




  "너 1학년 때도 국어 시간이 재미있었다고 했잖아. 지금이 더 재미있어, 1학년 때가 더 재미있었어?"

  "음... 1학년 때가 조금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

  "그래? 왜?"

  "선생님이 좀 더 분위기를 확 잡으셨던 것 같아."

  "선생님이 엄격하셨다는 얘기야?"

  "아니. 1학년 국어 시간에는 평소 수업 안 듣는 애들까지도 다 같이 웃으면서 수업에 참여했거든. 선생님이 그런 애들까지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휘어잡으셨었어. 지금 선생님도 좋은데 너무 착하셔."

  "아, 정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진짜 대단하신 분이었구나."

  "그럼. 22년 차 국어 선생님이야~~"


  마치 자기 이야기를 하는 양 자랑스럽게 말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아들은 작년 1학년 담임 선생님이 22년째 교직 생활을 하고 계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아들의 말을 들으며 아들의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인 K선생님이 정말 훌륭한 분이셨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나 또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K선생님이 얼마나 우러러보이는지 모른다.


  수업에 관심이 없는, 말 안 듣는 사춘기 아이들까지 웃게 하며 수업에 동참시키셨다는 K선생님. 화를 내시거나 잔소리 폭탄을 터뜨리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아이들을 휘어잡으셨길래 한 명의 수업 포기자도 없이 수업에 참여를 시키셨을까.   


  "선생님이 어떻게 하셨길래?"

  "몰라."


  안타깝게도 우리 아들은 항상 내가 제일 궁금해하는 결정적인 것은 모른다고 한다. 아들의 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K선생님의 수업 비법을 살짝 전해 들으려 했건만... 영양가 있는 정보는 들을 수 없었다. 그래도 아예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소 수업 태도가 좋지 않은 아이들까지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애쓰셨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귀한 자극과 깨달음을 얻었으니까.


  학생들에게 미치는 선생님의 힘은 정말 대단함을 다시금 느낀다. 나 또한 K선생님 같은 멋진 선생님이 되도록 노력해야지.




  여하튼 이렇게 우리 아들은 감사하게도 작년에 이어 즐겁게 중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


  여전히 스마트폰도 없고, 반에 홀로 덩그러니 배정이 되어(작년 1학년 반에서 남녀 포함, 유일하게 혼자 떨어져 배정이 되었다. 학원 친구, 교회 친구도 일절 없이)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 반에서도 친한 친구들이 많이 생기고, 학교 생활도 무척 잘하고 있다.


  이제 한 달 뒤에는 중간시험이다. 다행히 아들은 중학교 첫 (정식) 시험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자신이 있어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시험이라고 질색하며 손사래를 치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하며 안심하는 중이다.

  

  이렇게 어느새 아들의 새 학년  한 달도 거의 끝나간다. 곧 4월이니 말이다. 시간이 참 빠르다. 엄마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계속해서 아들의 학교 생활을 응원하며 격려해줘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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