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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Apr 24. 2022

시험이 뭔지

중2 아들의 글을 읽고

  중학교 2학년인 우리 아들의 중간고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중학생이 되어 치르는 첫 시험이라 긴장 반, 설렘 반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지난 금요일에 아들의 논술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금요일에 논술 수업이 있는데 감사하게도 항상 수업을 마치고 나서 연락을 해 주신다. 그날의 수업은 신문 기사를 읽고 기사문 작성 요령을 배우고 직접 기사도 써 보는 수업이었다고 한다.


  'OO이가 다가오는 시험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관련 주제로 기사문을 논리적이며 기사문 형식에 맞게 잘 써주었습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아들이 쓴 글을 보내 주셨다. 아들이 쓴 기사문을 그대로 옮기면 아래와 같다.




 인천 J중학교, 중간고사 1주일 앞으로 다가와
 여러 학생들 시험 점수로 내기, 2학년 특히 더 긴장해

  오는 4월 23일을 기준으로 인천 J중학교의 중간고사가 5일 남았다. 여러 학생들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그중에 첫 시험을 치르는 2학년 학생들은 긴장을 더욱더 많이 하고 있다.
  2학년들은 중학교 입학이래 첫 시험이기 때문에 3학년보다 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2학년 중에서는 공부를 포기한 학생들도 더러 있다.
  인천 J중학교 2학년 4반의 공부를 포기한 김배추 학생은 "사람들이 포기는 배추나 세는 단위라고 하지만 이번 중간고사는 5과목이기 때문에 다 공부할 수 없어서 포기했어요."라고 말했다. 반면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이성공 학생은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해서 공부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시험 대비를 하는 동안 편하게 할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한편 2학년들 중에서는 내기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중 몇몇 학생들은 중간고사 평균이 낮은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간식을 사준다거나 하는 등의 내기를 벌이며 이번 시험에 대한 긴장을 풀거나 의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각반 반장들이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서 반별로 내기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중간고사 시험은 여러모로 중요해 보인다. 학생들이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의 학업 스트레스도 많다. 어떤 학생은 학원에서 시험 대비를 하는데 숙제가 60장이 넘는다고 한다.
  시험 결과가 학생들의 노력과 마음을 대신해줄 것이다. 지나치게 긴장을 하고 있는 학생들도 긴장을 풀고 시험에 임하는 것이 좋다. 조금의 긴장은 좋지만 너무 지나친 긴장은 오히려 공부에 더욱 집중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학생들을 응원한다.

 

  조금 어설프긴 하지만 시험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는 아들의 심경이 나름 잘 담긴 기사문이라 흥미 있게 읽었다. 2학년 아이들이 시험을 앞두고 내기까지 하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아들이 그동안 "아무래도 우리 반이 꼴찌 할 것 같아서 걱정이야."라는 말을 몇 번 했었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렇게 반의 등수를 걱정하나 이해가 안 됐었다. 이 기사문을 보니 왜 그런 걱정을 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반별로 내기를 했으니 이기고 싶은데 반에 공부에 진심인 아이들이 생각보다 별로 없나 보다. 하긴 이제껏 한 번도 시험을 치러보지 않았으니 어떻게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본격적인 입시가 뭔지 체감이 되지 않으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엄마, 꿈속에서 산신령이 나와서 '시험 망해라~~'라는 말을 했어."


  아들이 며칠 전에 자신의 꿈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산신령이 도끼는 안 찾아주고 시험 망하라는 저주의 말을 퍼부었단 말이야?"  

  "응. 그래서 옆에 플라스틱 금도끼가 있길래 그걸로 산신령을 쫓아 버렸어."

  "아, 그래? 산신령을 쫓아버렸으니 됐지, 뭐. 괜찮아!"


  이야기 속에서는 나무꾼에게 도끼를 찾아주고 은도끼, 금도끼까지 서비스로 선사했던 인자한 산신령이 우리 아들 꿈속에서는 왜 그렇게 막말을 하고 갔는지 의문이다. 물론 이 짝퉁 산신령은 아들의 긴장감이 빚어낸 산물이라는 것을 아들도 알고 나도 안다.



 

  시험이 뭔지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에게는 참으로 높고 가파른 벽인 것 같다. 이제 막 그 벽 앞에 선 아들이 안쓰럽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잘 넘어가 보겠다고 심호흡을 하며 애쓰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다.


  아들이 쓴 기사의 마지막 부분처럼 지나친 긴장은 해롭지만 약간의 긴장은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아들이 그런 정도의 긴장을 가지고 시험에 잘 임했으면 좋겠다. 아들뿐만 아니라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학생들을 응원한다. 특히 첫 정식 시험을 앞두고 더욱 걱정되고 혼란스러울 우리 중2 학생들에게 힘찬 파이팅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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