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책임
열정과 책임..
그리고 안전… 비행 교관(LIP)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회사에 입사하는 신입 조종사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다.
어제까지 그라운드 스쿨(지상학술 교육)과 시뮬레이터 훈련과 평가를 마쳤다.
처음 회사에서 비행교관을 제안받았을 때 잠시나마 고민했던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그동안 배움의 위치에서 누군가에게 배움을 전달해야 하는 위치"로 가야 하기에 다가오는 책임감과 다른 하나는 “학생에게 과연 난 좋은 교관이 될 수 있을까?” 의 내 스스로에 대한 물음이었다.
누구나 다 처음과 시작이 있기에 비행을 배우는 첫 발을 내딛는 그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교관이라는 존재를 통해 비행을 배운다.
나 또한 그랬다.
사관학교를 갓 졸업한 나에게 첫 비행을 가르쳐주셨던 초등 비행 훈련 교관님을 시작으로 비행대대에서 후방석 조종사 전환 훈련을 시켜주셨던 교관님과 김포공항에서 비행 면장을 취득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교관님들 그리고 지금 몸 담고 있는 항공사에 입사해서 민항기 비행을 가르쳐 주셨던 교관님들~
되돌아보면, 20여 년 전 공군에서 내 한 몸 실은 단발 프로펠러 비행기 조종을 힘들어하며 시작한 첫 비행부터 지금 수많은 승객을 태우는 제트 항공기의 기장이 되기까지 수많은 교관님들과 인연을 맺었다.
수많이 스쳐 지나간 교관 중에서 어떤 분이 과연 기억에 남을까?
나에게 첫 날갯짓 비행을 가르쳤던 교관님 아니면 나를 혹독하게 가르쳤던 혹은 항상 친절만 했던 교관님일까? 다들 하나같이 좋으셨지만, 아직도 40이 넘은 이 나이에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과 훈련방식으로 마음과 몸에 상처를 남겨준 교관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교관님들은 모두 한결같이 학생인 나를 가슴속 깊이 열정으로 가르치고, 때론 내 기량이 부족함을 보았을 때는 애정을 가지고 아끼는 마음으로 가르쳐 주셨던 분들이었다.
또한 에어라인 비행교관은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항공기 안에서 교육을 위해 한없이 기다리며 늘어지거나, 위험한 상황의 직전까지 몰아가면 절대 안 되기에, 그 적절하고 명확한 기준선이 있어야만 한다.
훌륭한 교관으로서의 역할과 명확한 규정과 절차를 기준으로 훈련을 진행해야 하며, 언제나 훈련에 집중한 나머지 승객분들을 모시고 있음을 잊어서는 절대 안 되는 게 에어라인 조종사 훈련이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고, 규정과 절차를 바탕으로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가르쳐야 하고~
안전에 위배되지 않는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학생의 느린 발걸음을 기다려줘야 하고~
무엇보다 승객분들을 모시는 항공기이기에 언제나 안전은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최종적으로 비행교관으로 임용될 때까지 교관훈련과정을 통해 그동안의 나의 비행지식과 습관을 정리해 보고 무엇보다 내 자신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차분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어쩌면 교관은 배움의 위치에서 배움을 전달하는 위치로 가는 것이 아닌, 명확한 훈련과 안전 운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해야 하기에 이전보다 더욱더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 자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막 새로운 길로 접어드는 나에게 작은 바람이 있다면,
먼 훗날 나도 누군가에게 기억으로 남는 교관보다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교관이 되기를 마음속 깊이 소망해 본다.
ref. LIP(Line Instructor Pilot)
; 항공사에서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능숙하게 항공기를 운영하는 조종사 양성을 위해 교육대상(신입)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비행훈련을 담당하는 교관 조종사를 의미
ref. 비행훈련(or 운항경험, OE-Operating Experience)
;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능숙하게 비행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 위해 훈련 조종사가 교관 조종사와 함께 항공기에 탑승하여 항공사 절차에 적응해 나가는 훈련과정의 마지막 단계임. OE 중 훈련 조종사는 교관 조종사의 감독하에 안전하게 비행 임무를 수행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