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는 어째서 어른이 된 걸까 하루하루가 참 무거운 짐이야 더는 못 갈 거야
80년대 후반에 태어났지만, 나는 늘 나보다 앞선 세대의 노래를 즐겨 들었다.
김광석, 유재하, 오아시스, 비틀스, 앨튼 존
라디오에서 나오는 그들의 노래를 녹음해서 듣고 또 들었다.
지금은 타자 몇 번이면 그들의 오래된 영상까지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라디오 속 지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녹음된 그들의 노래를 기억한다.
나이가 들면 익숙함이 새로움보다 먼저가 된다.
노래를 듣는다는 건,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힐링이자 기쁨이다. 어떤 날엔 노래 한곡도 듣지 못하고 지나가는 날도 있으니, 노래 한곡의 선정은 꽤나 진지하다. 잘 모르는 노래를 들으려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 힘든 나이가 된 것이다. 기존에 듣던 음악 어플은 내가 만들어놓은 플레이리스트들을 나에게 들려주었다. 거기서 벗어날 수도 벗어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접하게 된 유튜브 뮤직은 알고리즘이라는 무기로 나에게 새로운 노래를 소개해줬다. 에이아이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듣던 음악이랑 비슷한 음악 내가 들려줄게 어디 믿고 한번 들어봐'
그렇게 만나게 된 게 잔나비이다.
단념, 그 일은 어려운 것도 아녜요 나는 아주 잘해서 이토록 무던한 내가 좋아질 때도 있어요
그땐 난 어떤 마음이었길래 내 모든 걸 주고도 웃을 수 있었나 그대는 또 어떤 마음이었길래 그 모든 걸 갖고도 돌아서 버렸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러나 단단하게 위로해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가사 하나하나가 나를 위한 것 같았다. 아마 그 노래를 듣는 모든 이들도 나와 같았을 것이다.
가사보다 멜로디 위주로 듣곤 했던 내 음악 철학은 잔나비로 무너졌다.
어떤 날은 잔나비 노래를 듣다가 흥겨워졌고, 어떤 날은 한없이 위로받았다.
김광석의 시대, 오아시스의 시대, 비틀스의 시대를 겪어보지 못해서 아쉬워했지만 지금 나에겐 잔나비의 시대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내 기준으로 잔나비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 여름이 왔다.
창문을 열면 선선한 바람과 함께 옆집의 말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기분 좋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켜보자.
오늘 제 신청곡은 잔나비의 "여름 가을 겨울 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