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지음, 임진아 그림
아이는 뒷물이 조금만 뜨겁거나 차가우면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동그래진 눈으로 날 쳐다본다. 평소와 다른 물 온도에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는 것 같다. 세돌을 바라보는 지금이야 '너무 뜨거워'라고 말을 하지만 아기 때에는 일그러진 눈빛과 표정으로 전했다. 물 온도를 다시 미지근하게 맞춘 나는 아이를 안심시킨 뒤 다시 내 앞으로 끌어다 앉힌다.
몇 년 전 11월의 추운 바다에서 세 살 아이와 엄마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아이가 먼저 발견되고 며칠 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엄마도 나타났다. CCTV에는 새벽에 택시를 타고 바닷가에 내린 아이 엄마가 이불로 감싼 딸을 안고 바다로 이어진 계단을 따라 내려간 모습이 찍혔다고 한다. 내려간 계단을 다시는 올라오지 못한 모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멀리 떨어진 바닷가까지 가서 죽음을 선택한 엄마의 삶에 대해 나는 더이상은 알지 못한다. 모녀가 그리 될 동안 아빠는 어디에 있었는지, 그것도 모른다. 얼마나 고단한 삶이었을지 짐작만 할 뿐이다.
중요한 건 나에게 삶과 죽음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삶을 선택했다 _ 삶을 선택한다는 것(161쪽), <어린이라는 세계>.
이불에 감싸 엄마에게 안겨 있었다던 세 살 아이가 자꾸 떠올랐다. 차가운 겨울 바다에 몸이 닿는 순간 아이는 엄마를 더 세게 껴안았을까, 아니면 벗어나려고 애썼을까. 엄마는 아이가 떨어지지 않게 더 세게 안았을까, 아니면 아이를 놓아줬을까.
뒷물이 조금만 차가워도 벌떡 일어나는 아이가 있다. 11월의 차가운 밤바다에서 선택할 수 없는 삶을 마감한 아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