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8일...자문위원과 카카오가 브런치를 이야기하다
2018년에 네 번째 열리는 카카오 미디어자문위원회가 지난 11월 8일 서울 용산구 소재의 사운즈한남 세컨드키친에서 열렸습니다. 행사는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이번 회의는 카카오의 콘텐츠 퍼블리싱 플랫폼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질의 응답으로 채워졌습니다. 미국 출장으로 불참한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 교수 외, 4명의 자문위원(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어스학과,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름 가나다 순)가 참석했습니다. 카카오에서는 임선영 서비스부문장(부사장), 이병선 대외협력 담당 부사장, 손정아 포털서비스팀장(이사), 황선아 창작자플랫폼팀장(이사), 김귀현 창작자플랫폼기획파트장, 김대원 정책담당 이사, 전수민 대외정책팀 매니저가 참석했습니다. 이번 위원회는 카카오 주도의 별도 설명 없이, 브런치를 주제로 한 자유로운 질의 응답으로 이뤄졌습니다. 주요 발언 내용은 Q&A 방식으로 정리됐습니다(존칭 생략).
“브런치는 진지하게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
이준웅: 브런치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이용자들도 많은가요?
황선아: 처음과 달리, 상업적으로 전환하는 이용자들도 있습니다.
이준웅: 브런치의 상업적 활용은 제재 대상인가요?
황선아: 브런치에 작성한 글이 단순 홍보/상업적인 글 일 때 작가 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고 공지되어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들이 브런치의 글 퀄티티가 낮아지는 것을 우려하여 신고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습니다.
손정아: 검색결과로 브런치 글이 뜨면, 해당 글이 신뢰가 간다는 피드백이 많습니다. 이슈에 대한 여러 글이 있을 때, 브런치 글이 오면 그 길을 믿고 본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준웅: 브런치 글의 퀄리티 콘트롤(quality control)이 잘 된 결과로 생각합니다.
김장현: 브런치 서비스는 이제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
황선아: 모든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가 각자의 철학에 기반해 만들어 집니다. 우리 서비스는 ‘왜 글 쓰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서비스의 발전이 없을까?’라는 문제 의식에서 시작됐습니다. 마음놓고 글을 쓸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김장현: 우리나라 독자를 위해, 우리 글로 쓸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란 측면에서 브런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일한 글이라도, 눈에 띄게 보여지는 서비스 특성이 매력적입니다.
황선아: 블로그는 근황과 일상 정보를 공유하는 채널로, 브런치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풀어놓는 플랫폼으로 이분화해서 사용하시는 이용자분들이 많습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브런치는 명함 같은 공간이 되길 희망”
이준웅: 편집 기능이 담긴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s Management System)이 직관적인 형태인가요?
황선아: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블로그에 비해 에디터 기능이 브런치에는 반도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폰트 크기는 제목형, 본문형과 같은 형태의 옵션을 제공합니다. 12포인트, 15포인트와 같은 수치가 어떤 글자 크기를 말하는지 어려워하는 사용자도 있기 때문입니다. 폰트 색깔 역시도 팔레트를 다양하게 구성하기 보다는 브런치에 썼을 때 괜찮은 색깔을 저희가 골라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변 구성 요소의 선택 폭을 좁게 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사용 편의는 높아질 것이며, 글쓰기에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장현: 티스토리(TISTORY)와 브런치 간의 서비스 측면의 충돌은 없나요?
황선아: 티스토리의 지향점은 '나만의 웹사이트를 쉽게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이트’는 특정 공간으로 이해됩니다. 이에 반해, 브런치에서는 한 장 한 장의 콘텐츠가 중요합니다. 종이 한 장만으로도 완성도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브런치의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박재영: 어제 오늘 브런치를 보니까, 특정 글이 몇 번 읽혔는 지는 보이지 않더군요.
황선아: 작가 개인은 자신의 글이 읽힌 횟수를 ‘통계’란에서 볼 수 있습니다. 글 조회 수 공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분야 별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기에, 조회 수라는 단일 기준으로 모든 글을 평가 받게 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아무래도 글의 소비 횟수를 알고 싶어하는 반면, 글을 쓰는 사람들은 글의 조회 수를 의식하면 글 자체에 집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브런치의 이용자 사용 용이성 개선 계획"
박재영: 이용자 사용 용이성(manageability)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용자 입장에서, 현재의 브런치는 너무 망망대해라는 느낌도 들어요.
황선아: 저희가 독자 측면에서의 발전이 더딘 편입니다. 현재 브런치의 글로 유입되는 주된 경로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그리고 검색입니다. 브런치 자체를 찾아오는 독자는 많지 않습니다. 내년도 이 부분의 취약성을 개선할 계획입니다.
박재영: 브런치는 개인의 에세이가 강한 플랫폼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에세이 쓰는 기법을 공개 강의 형식으로 열 면 어떨까요? 미국에는 장르 별로 글쓰기 책이 수백 종류입니다. 조금의 교육으로도 브런치 작가 수준은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겁니다.
황선아: 최근에 설립된 저희 카카오 임팩트 재단에서 창작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 10월에 글쓰기 교육을 3회 열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러한 행사를 꾸준히 열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김장현: 디바이스 프렌들리(friendly)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상당수 앱 개발 업체는 삼성전자가 출시할 폴더블(foldable) 디스플레이에 맞는 인터페이스로 디자인을 이미 하고 있을 것. 폴더블 화면을 펼쳤을 때 브런치의 콘텐츠가 바로 나올 수 있게 최적 폰트 사이즈 줄간격 등 a/b테스트 해서 준비하는 것은 어떨까요? 그리고, 브런치는 위젯이 없습니다. 매일 다른 글을 랜덤으로 노출하는 위젯을 만들면 글의 노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재영: 뉴스를 모바일에서 어떻게 읽는지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이슈여서 실험과 연구가 참 많이 이뤄졌습니다. 뉴스의 경우 독자에게 가장 영향 끼치는게 폰트 사이즈 등 가독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브런치도 이 부분에 대해 유념했으면 합니다.
황선아: 말씀주신 부분 고민하겠습니다.
“브런치만의 철학을 유지시켜 나가려고 한다”
김민정: 브런치 글로 실제 책을 내신 이용자가 몇 명이나 되나요?
황선아: 브런치 통해 나온 책은 200여 권입니다. 브런치는 최근 트렌드를 빠르게 출판 시장에 반영할 수 있는 장이 됩니다. 브런치북 프로젝트 수상으로 나온 책들을 보면 트랜드가 약간씩 빠르기도 합니다.
임선영: 요새 출판사 분들이 브런치에 와서 검색을 하시곤 합니다. 아이템을 찾거나, 작가를 섭외하시려는 목적으로 생각됩니다.
황선아: 그러한 모습은 출판사로 직접 들어오는 원고가 많기는 해도 해당 글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알 수는 없지만, 브런치의 글은 글의 느낌과 함께 독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고, 브런치 글이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준웅: 작가에 대한 직접적 보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김귀현: 보상이 없는데 독자들이 글을 쓰는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보상이 없으면 이용자들이 장기적으로도 계속 글을 쓸까?’는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황선아: 섣불리 보상 기능을 붙이면,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섬세하게 준비하려고 합니다.
김장현: 브런치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아직은 없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브런치는 카카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황선아: 브런치 콘텐츠는 카카오톡이나 다음 앱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발견하게 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은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브런치의 간접적 기여라고 생각합니다.
임선영: 카카오 내부에서는 현재 브런치가 갖고 있는 철학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지켜주고자 합니다.
김민정: 브런치가 전자책 리더를 활용하는 방식은 어떠한가요?
황선아: 전자책 리더에 단순히 브런치 글을 넣는 것 이외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브런치 글의 접점을 늘리는 측면에서는 좋지만, 좀 더 의미있는 유통을 하려면 콘텐츠의 구성 형태나 인터랙션과 같은 부분까지도 검토해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