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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돋보기> 시리즈
'요즘 핫한 경제 이슈' 재밌게 들여다볼까요?
전기차와 그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그와중에 미국은 전기차 세액공제 방안을 포함한 인플레이션감축법, 일명 IRA를 도입했어요. 전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법이기에 여러 나라가 주시해왔죠.
그리고 지난달 31일, IRA 세부 내용이 발표됐어요. 때문에 최근 관련 업계와 주식시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는데요...
■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란?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미국 내 급등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으로, 기후변화 대응, 의료비 지원, 법인세 인상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사실은 4차 산업인 태양광 채널,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으로부터 우위를 점하고, 미국이 패권을 쥐기 위한 법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죠.
규모도 크고 내용도 방대한 IRA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받는 건 전기차 세액공제 방안. 전기자동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의 세금을 공제해주는 건데요. 자동차 가격에서 약 1,000만 원을 깎아주는 셈. 따라서 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전기차 매출, 그리고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매출이 크게 달라지겠죠.
문제는 세액공제의 조건이에요. 미국에서 팔리는 수많은 전기차 중에서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한 기종만 7,500달러의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요. 그 조건을 대략 살펴보면...
■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할 것
■ 배터리 주요 부품: 일정 비율을 북미에서 제조 및 조립할 것
■ 배터리 핵심 광물: 일정 비율을 미국 또는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추출 및 가공할 것
광물을 조달하고, 그걸로 배터리로 만들어내고, 배터리와 여타 부품을 합쳐 완성차로 조립하는 각각의 과정을 어느 나라에서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건데요. IRA를 추진한 바이든 정부의 의도는 분명해요. 미국에서 보조금 받으며 자동차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부품과 자동차를 생산하라는 거죠.
사실 IRA가 도입된 건 작년이지만, 최근까지도 세부적인 지침이 나오지 않았어요. 미국과 무역하는 수많은 국가와 기업이 엮인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인데요. 협상 테이블에 앉은 미국 정부와 각국 정부,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의 줄다리기 끝에 최근에야 세부 지침이 발표된거죠.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의 공정은 대체로 ① 중국에서 리튬 등 원재료 조달 ② 한국에서 원재료를 활물질로 가공 ③ 미국에서 활물질로 양극판과 음극판 생산의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요. 다행히 이 공정이 이번 발표된 지침에 딱 들어맞는 모양새예요. 지침에서 주목할 건 크게 두 가지인데요.
첫째, 배터리 핵심 광물을 추출하거나 가공하는 두 과정 중 하나만 미국 및 미국과의 FTA 체결국에서 해도 인정한다는 것. 즉, 중국(=FTA 미체결국)에서 추출한 리튬을 한국(=FTA 체결국)에서 가공해도 조건을 충족해요. 만약 두 과정을 모두 해야 한다는 지침이었다면 당장 부랴부랴 광물 수입처를 바꿔야 하는 골치 아픈 일이 생겼겠죠.
둘째, 배터리의 주 소재 중 하나인 활물질을 배터리 부품이 아니라 광물로 분류한다는 것. 앞서도 살펴봤지만 배터리 부품 생산의 지리적 조건은 북미이고, 배터리 광물 생산의 조건은 미국 또는 미국과의 FTA 체결국인데요. 활물질이 광물로 분류된 이상 한국(=FTA 체결국)에서 가공해도 조건을 충족하는 셈이에요. 활물질이 배터리 부품으로 분류됐다면 ②번 공정을 미국으로 옮기는 엄청난 수고를 들여야 했겠죠.
결론적으로 K-배터리 업계는 당분간 지금의 공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하던 대로만 해도 적어도 1년 동안은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거죠.
반대로 우리나라 완성차 업계의 표정은 좋지 않아요. 세액공제 요건 중 북미에서 전기차를 최종 조립해야 한다는 조건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세액공제를 받지 못해 가격 경쟁력에서 손해를 보게 된 완성차 기업으로선 속이 쓰린 상황이죠. 이미 올해 1분기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매출도 5% 이상 감소할거란 소식도 있죠.
당장 완성차 기업에게 뾰족한 수는 없어요. 결국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요. 현대차 그룹은 연 30만 대 규모의 미국 현지 대형 전기차 생산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구축하고 있어요. 원래는 2025년부터 가동할 계획이었지만,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겠다고 해요.
현지 생산이 활성화될 때까지는 리스와 렌탈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에요. 자동차 구입이 아닌 리스, 렌탈에서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데요.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전기차도 리스와 렌탈 시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으니, 미국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해보겠다는 생각이죠.
■ 오늘의 돋보기 요약
전기차 세액공제 제공하는 IRA. 단, 충족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 편
이번 세부 지침에 따르면 한국의 배터리 업계는 대체로 현재 공정 유지할 수 있어
완성차 업계는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는 데 열중, 양산 전까지는 리스 시장 공략 예정
세부 지침 발표 이후 한국이 한숨을 돌렸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았어요. 물론 정부와 배터리 업계의 요청 사항이 꽤나 반영된 건 사실이지만, 이제 한고비를 넘었을 뿐. 배터리 업계는 당장 내년, 내후년부터 중국 외의 공급처에서 광물을 조달할 방법을 강구해야 해요. 완성차 업계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는 기간 동안 미국 시장에서 버텨내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가 넘어야 할 파도는 유럽에서도 밀려오고 있어요. EU의 핵심원자재법(CRMA)이 미국의 IRA만큼의 위기가 될지도 모르는데요. 급변하는 세계 경제, 한국 산업은 격동의 시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을까요?
※ 이 콘텐츠는 2023년 4월 10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