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언제까지 찾아봐야 할까?

by 카카오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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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이 사람이 정말 내게 맞는지 고민될 때, 수학적 의사결정 이론과 심리학의 선택 원리를 활용해 보세요. 37% 법칙은 불안과 후회를 줄이고, 내 기준을 명확히 세워 탐색을 멈출 가장 합리적인 시점을 안내합니다. 더 나은 대안에 대한 끝없는 고민에서 벗어나, 관계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해 보세요.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상대와 대화를 나눠야 하는 '로테이션 소개팅'에 참여해 본 적 있나요? 5분, 10분 남짓한 시간에 상대를 파악하고, 한정된 기회를 누구에게 사용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로테이션 소개팅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만족스러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현상, 바로 ‘선택의 역설’입니다.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우리는 왜 더 좋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불안해하는 걸까요?



탐색과 선택의 딜레마, 37%의 법칙


37% 법칙은 제한된 기회 속에서 최적의 선택을 할 확률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 이론입니다. '비서 문제'라는 수학 문제에서 유래했죠. 비서 문제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한 명의 비서를 뽑는 면접관이 되어 총 100명의 지원자를 한 명씩 차례로 면접 본다고 상상해 보세요. 면접이 끝나는 즉시 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한번 지나간 지원자는 다시 선택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첫 번째 지원자가 마음에 든다고 섣불리 채용했다가, 뒤에 더 뛰어난 지원자가 나타나면 어떡하죠? 반대로 너무 오래 기다리다가 인재를 놓치고, 결국 마지막에 남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언제 탐색을 멈추고 최종 선택을 할 것인가'를 다루는 수학 이론을 ‘최적 멈춤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수학자들이 계산해 낸 이 이론의 가장 유명한 해답이 바로 37% 법칙입니다. 이 법칙의 핵심 전략은 간단합니다. 전체 기회의 37%를 '탐색 구간'으로 삼고, 이후에 나타나는 첫 번째 최적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년 동안 10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기로 결심했다면 처음 3.7명, 즉 3~4번째 사람까지는 아무리 좋은 사람이 나타나더라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신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좋구나' 혹은 '이런 가치관은 나와 맞지 않네'와 같이 자신만의 기준점을 세우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쌓는 것이죠.


그렇게 탐색 구간이 끝나고 만나는 다음 상대부터, 이전에 세운 기준점을 넘어서는 첫 번째 사람이 나타나는 순간이 바로 망설임 없이 선택해야 할 최적의 시점, 이른바 ‘골든 타임’입니다. 이는 너무 일찍 선택해서 더 나은 사람을 놓칠 후회와 너무 늦게 선택해서 좋은 사람을 다 놓칠 후회 사이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가장 합리적인 균형점입니다.



왜 우리는 37%에서 멈추지 못할까?


하지만 우리는 기준점을 넘어서는 사람이 나타나도, 다음엔 더 괜찮은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유혹에 흔들립니다. ‘혹시 더 좋은 선택지가 남지 않았을까’라며 모든 가능성을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마음, 이것이 바로 우리가 37%에서 멈추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경제학에서는 바로 이런 성향을 ‘최대화’라고 부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허버트 사이먼은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을 ‘최대화’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여기는 ‘만족화’ 성향으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최대화 성향을 예를 들어 살펴볼까요. 스마트폰 하나를 사더라도 모든 제품의 사양과 후기를 비교·분석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최대화 성향이 강한 유형이죠. 이들은 연애에 있어서도 모든 가능성을 확인하고 최고의 상대를 찾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하지만 선택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나머지, 선택한 후에도 "다른 사람을 만났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후회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족화 성향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그 기준을 넘는 선택지가 나타나면 만족하고 탐색을 멈추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들은 선택에 들이는 에너지가 적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입니다.


이제 왜 우리가 37%에서 멈추지 못하는지 명확해집니다. 바로 우리의 '최대화 성향'이 '더 나은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끊임없이 부추기기 때문입니다.


37% 법칙은 최대화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구체적인 도구입니다. '이전에 만난 사람들 중 최고'라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넘는 순간 "이제 탐색을 멈춰도 좋다"는 합리적인 신호를 보내주는 것이죠. 즉, 이 법칙은 우리 안의 '만족화 인간'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등을 떠밀어주는 현명한 장치인 셈입니다.



탐색의 끝, 관계의 시작


우리 안의 최대화 성향은 더 나은 대안을 기대하며 우리를 끝없는 탐색의 단계에 머무르게 합니다. 하지만 탐색은 그 자체로 비용이며, 관계가 될 수 없습니다.


37% 법칙의 진정한 가치는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수학적 근거를 통해 미련을 끊어내고, '이제 멈춰도 괜찮다’는 합리적인 명분을 제공하는 데 있습니다. 그렇게 아낀 탐색의 에너지를, 비로소 눈앞의 사람에게 쏟을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제 '더 나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는 탐색의 질문을 멈추고, '어떻게 이 사람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까'라는 관계의 질문을 시작해 보세요.



나를 위한 37% 법칙 사용법


1단계: 나만의 '탐색 기간' 설정하기

"앞으로 6개월간 5명의 사람을 만나보겠다"와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보세요. 당신의 탐색 구간은 5명의 37%, 즉 약 2명이 됩니다. 처음 만나는 두 사람과는 연애를 하겠다는 생각보다, 내 연애의 기준을 세우는 시간으로 삼는 겁니다.


2단계: '최고 기준점' 구체화하기

탐색 기간에 만난 사람들 중에서 '이 사람의 이런 점은 정말 좋았다'고 생각되는 최고의 순간을 기억해 두세요. 외모, 유머 감각, 가치관, 라이프스타일 등 나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최고 기준점'을 구체화하는 과정입니다.


3단계: 결단의 순간, 과감하게 선택하기

탐색 기간이 끝난 후, 나의 최고 기준점을 넘어서는 첫 번째 사람이 나타나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마세요. '더 나은 대안이 있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감은, 눈앞의 확실한 행복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큰 기회비용일 수 있습니다.



• 저자 조원경 :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공공정책대학원장으로 조선일보, 헤럴드경제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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