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왜 나한테는 이상한 사람만 꼬일까? 내 안목을 탓하기 전에 시장의 구조부터 의심해 보세요. 좋은 것은 숨고 부족한 것만 넘쳐나게 만드는 경제학적 원리, 그리고 그 속에서 진짜 인연을 찾아내기 힘든 이유를 알려드릴게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분명 괜찮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닐 텐데, 왜 내 주변에만 없을까?" 단순히 운이 나빠서일까요? 아니면 내 안목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좋은 사람은 사라지고 별로인 사람만 남은 것 같은 이 현상은 시장의 독특한 구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경제학자 조지 애커로프는 정보가 불투명한 중고차 시장을 ‘레몬 시장’이라 불렀습니다. 구매자가 차의 내부 결함을 정확히 알 수 없으니, 판매자는 결함이 있는 차(레몬)를 겉만 번지르르하게 닦아 비싼 가격에 팔려 한다는 이론이죠. 결국 시장에는 복숭아처럼 달콤하고 좋은 차는 사라지고, 시고 맛없는 레몬만 남게 됩니다.
연애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상대가 진지한 만남을 원하는 ‘복숭아’인지, 아니면 가벼운 즐거움만을 원하는 ‘레몬’인지 데이팅 앱의 프로필이나 첫 만남의 대화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정보의 비대칭이 극대화된 이 시장에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상대를 레몬일지 모른다고 의심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시장 전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립니다. 상대를 온전히 믿지 못하니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한 시간과 감정의 투자를 주저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관계의 ‘질’은 급격히 하향 평준화됩니다. 정보가 가로막힌 곳에서 진짜 복숭아를 찾는 일은, 중고차 시장에서 완벽한 차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험난한 여정이 되는 셈입니다.
문제는 정보가 부족할 때 우리가 내리는 합리적인 결정이 시장 전체를 망가뜨린다는 점입니다. 구매자는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적당히 낮은 기대치만 지불하려 합니다. 좋은 차인 줄 알고 비싼 값을 치렀다가 알고 보니 불량품일까 봐 겁이 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신중한 행동이 뜻밖의 결과를 부릅니다. 제값을 받지 못하게 된 좋은 차 주인들은 차라리 시장을 떠나기로 마음먹습니다. 반면 하자 있는 차 주인들은 그 낮은 기대치에도 차를 팔기 위해 시장에 끝까지 남습니다. 결국 시장에는 좋은 차는 사라지고 불량품들만 가득하게 되는 역선택의 비극이 벌어집니다.
연애 시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이들은 가벼운 만남이 판치는 시장 분위기에 실망해 일찍 자취를 감추거나, 신뢰할 수 있는 지인들의 네트워크 속으로 숨어버립니다. 결국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에는 선택받지 못하고 쌓여 있는 ‘재고 상품’들만 넘쳐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유독 '재고상품'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데는 또 다른 경제학적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회전율’의 차이입니다.
품질이 좋은 '복숭아'들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금방 선택되어 품절됩니다. 한 번 관계를 맺으면 시장에 다시 나오는 주기도 매우 길죠. 반면, 결함이 있는 ‘레몬’들은 시장에서 쉽게 주인을 찾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도 금방 결함이 드러나 시장으로 되돌아오기를 반복하죠.
결국 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짧은 복숭아는 발견하기 어렵고, 시장을 계속해서 떠도는 레몬은 우리 눈에 띌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안목이 없어서가 아니라, 애초에 재고만 가득한 매장에서 찰나의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신상품을 찾고 있었던 셈입니다.
정보가 투명하지 않은 시장에서 달콤한 '복숭아'를 찾는 일은 중고차 시장에서 완벽한 차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험난한 과정이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마주하는 수많은 '재고 상품'들은 사실 우리가 안목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장이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죠.
당신이 지금 느끼는 막막함은 구조적 결함이 만든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몰라요. 시장의 수많은 '레몬' 사이에서 달콤한 복숭아를 한 번에 찾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보가 가로막힌 곳에서 진짜 가치를 발견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그만큼의 시간과 인내를 요구하는 일이니까요.
• 저자 조원경 :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이자 공공정책대학원장으로 조선일보, 헤럴드경제 등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