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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YourFarmer Feb 16. 2017

맛있는 충격이 온다

멜젓!

'삼춘! 어드레 감수광?'

제주에서는 가까운 이웃 또는 동네 어르신들을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삼춘' 이라고 합니다. 제주도 섬 속의 섬, 추자도의 바다가 내어준 생명력 넘치는 싱싱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도록 추자도의 '삼춘'들이 힘과 마음을 모았습니다.

추자도에서 저마다의 바다를 꾸리며 살았던 추자도의 삼춘들. 그래서 색깔만 봐도, 물결만 봐도 바다의 기분을 알 수 있을만큼 추자도를 더 잘 알고 그 바다가 기꺼이 내어주는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압니다. 그렇게 잡은 '삼춘'들의 추자도 꽃멸치는 오랜시간을 거쳐 추자삼춘네 멜젓이 됩니다.

바다가 내어준 보물섬,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도 북쪽 53km 지점, 뱃길로 두어시간 달려서 도착하는 섬입니다. 제주도와 육지의 경계에 위치한 추자도는 두 지역의 문화가 만나 제주와는 또다른 이색적인 풍경과 독특한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곳입니다.

바람과 바다가 허락해야지만 들어갈 수 있는 추자도는 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만큼 풍부한 어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그 황금 어장에서 삼춘들이 낚아올리는 싱싱한 수산물은 제주도 섬 속의 섬, 추자도가 선사하는 보물입니다.

멜젓, 옛 제주로부터

온난한 기후 덕분에 사철 신선한 농작물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싱싱한 어패류를 언제든 얻을 수 있었던 제주는, 그래서 저장음식이 다양하지 않은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와 멜은 제주 바다에서 어획량이 넘쳐날 만큼 풍부해 저장의 방편으로 젓갈을 담가 먹기 시작했고 한겨울의 김치 못지않은 저장 음식이 되었습니다.

옛 제주인들은 밥을 지을때 밥솥에 멜젓 담은 종지를 함께 넣어 따뜻하게 만든 후 삶은 배춧잎 등을 찍어먹기도 하고 쌈장처럼 지져서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먹기 시작한 멜젓, 지금은 제주도 흑돼지를 먹을때 빼놓을 수 없는, 멜젓 없이 먹는 흑돼지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고기와 함께 끓여 찍어먹으면 환상적인 맛의 신세계로 안내하는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멜=꽃멸치

'멜'은 꽃멸치를 뜻하는 제주사투리입니다. 유난히 맑고 깨끗한 제주의 바다는 해수면 가까이 서식하는 멜 무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추자도 근해에서 잡히는 큰 멸치는 백색과 회색 비늘의 색이 선명해 꽃멸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비리지 않고 신선한 멜

다른 지역에서 그물로 멸치를 낚아채듯 어획하는 방식과는 달리 추자도에서는 바다에서 멜 무리를 쫓아다니며 밤에 환한 불빛을 이용해 들망으로 멸치를 한번에 들어올리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제주도 멸치는 비늘이 다치지 않아 비리지 않고 신선합니다. 그래서 제주도 멜젓은 멸치로 젓을 담근 후 오랜 시간 숙성을 시킨 후에도 멸치살이 비교적 온전히 남아있어 더욱 고소한 특징이 있습니다.

뼈째 먹는 영양식품

살과 뼈 등 통째로 전부 먹을 수 있는 멸치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과 인을 섭취할 수 있는 좋은 식품입니다. 각종 무기질과 단백질이 풍부하며 타우린 성분이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춰 동맥경화 예방에도 도움됩니다. 그래서 제주도에서 흑돼지를 먹을때 멜젓에 찍어먹는 방법은, 실제로 동물성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오메가3 지방산과 DHA, EPA 등 영양소가 풍부하며, 항암작용이 있는 니아신과 핵산의 함량도 풍부한 영양식품입니다.

깜짝 놀랄만큼 맛있어져요

한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는 제주도 멜젓의 매력. 밥과 함께 멜젓을 쌈에 싸서 먹으면 짭조름한 감칠맛과 함께 밥의 고소함이 살아나고 마지막에는 달큰함까지 맴돌아 밥이 입에 착착 달라붙게 하는 밥도둑입니다.

제주도에서 흑돼지를 먹을때 필수인 멜젓. 지글지글 구운 돼지고기를 함께 끓인 멜젓에 찍어서 먹으면 깜짝 놀랄만큼 고기가 맛있어집니다. 따로 간을 하지 않은 고기라도 멜젓과 함께 먹으면, 간간하게 짭조름한 맛과 특유의 감칠맛이 고기의 육즙과 만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바로 그 맛있는 충격이 멜젓의 매력에 빠져들게 합니다.

오래도록 숙성되는 기간 동안 미생물과 자가분해효소로 인해 특유의 감칠맛을 내게 되는 젓갈은, 숙성기간이 길어질수록 이런 감칠맛이 더욱 풍부해집니다. 추자 삼촌네의 멜 액젓은 꽃멸치에 소금만을 넣어 4년 동안 숙성시킨 액젓으로 어떤 요리에 넣더라도 깊은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고랑몰라, 먹어봐사 알주

사실 멜젓의 이 맛은 말로 다 표현하기란 힘듭니다. 먹어봐야만 알 수 있는 멜젓의 맛과 그 매력을 직접 한번 느껴보세요. 맛에 있어 '환상의 궁합'이라는게 바로 멜젓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요? 어떤 요리와 만나도 예상치 못한 깊은 맛을 내게 해주는 제주의 음식 멜젓이 지금 추자도에서 익어가고 있습니다.

제주도 섬 속의 섬 추자도, 그 속에서 삼춘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지는 진짜 제주의 맛.
멜젓이 전해주는 깊은 감칠맛을 만나보실 마음의 준비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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