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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벤처스 Jul 25. 2022

KV 제1회 Digital-Healthcare Talk

1_1편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에서 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투자심사를 담당하는 정주연(Jade) 심사역입니다.

이번 상반기 김치원 파트너와 함께 창업에 관심있는 의료인 및 의료전공자를 대상으로 Digital Healthcare Talk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당 행사에서 나온 내용들을 추려 브런치에 공유하고자 정리해 보았습니다. 대면이 아닌 줌으로 진행한 행사였지만 많은 분들의 참석과 질문 등을 통해 뜨거운 관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4월의 웨비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 날의 기록을 공유하여 드립니다.



Session #1: 놓치기 쉬운 헬스케어 산업의 특징은?  

                                                                                     _김치원 파트너님의 발언 정리하였습니다.


투자자로써 의대나 공대 교수님, 연구자, 의료인 등 다양한 분야의 창업자를 만났봤는데요. 본인의 아이템을 선정하실 때 많이 혼란스러워하시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오늘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준비할 때 쉽게 빠지는 함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예방/스크린단계의 아이템은 매우 어렵습니다.

건강검진에 해당하는 스크리닝을 자꾸 하려는 분들이 많으신데 이건 정말 힘듭니다. 차라리 아예 하드코어한 의료기기가 쉬울 정도입니다.


위 도표는 새로운 환자 1명이 왔을 때 이 사람이 병원에서 어떤 프로세스를 겪게 되는지를 간단하게 정리한 도표입니다. 증상이 있기 전에 환자를 찾아내는 것을 보통 스크리닝 또는 건강검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병원에 오면 진단을 위해 확진 검사가 필요한데요. 사실 확진 검사는 기본적으로 매우 위험한 경우도 많고 비싼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면 암이라고 하면 저희가 보통 확진 검사는 조직 검사인데 몸 어딘가를 찔러서 조직을 얻어야 되니까 당연히 위험하고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죠.


그렇기 때문에 모든 환자가 처음부터 확진 검사를 하지 않고, 그 전 단계로서 이 환자에게 확진 검사를 꼭 해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를 따지는 위험도 구분 검사를 하게 됩니다. 확진이 되고 나면 치료를 하게 되죠. 그리고 모든 경우는 아니지만 그 이후에 환자가 얼마나 상태가 좋은지, 재발했는지를 보는 모니터링이라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럼 한번 직관적으로 생각을 해보겠습니다. 

이 중에서 과연 어느 단계에서 새로운 걸 넣었을 때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기가 쉬울까요.?

이 치료 결과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입증하기가 쉬울 겁니다. 


새로운 건강검진 방법, 예를 들면 아무 증상도 없는 사람한테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특히 '뭔가'를 더 잘 찾아내는 방법을 만들었다면 그걸 잡아낸 게 꼭 그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요?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안 될 확률도 꽤 높습니다. 아무 쓸데없는 걸 잡아냈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앞 단계로 가면 갈수록 기껏 뭔가를 해줬지만 결과적으로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지만 뒤로 오면 뒤로 올수록 환자 결과랑 딱 맞닿아 있기 때문에 적어도 결과를 입증하는 것은 훨씬 쉬울 겁니다. 


결론적으로 최종 결과에서 멀리 떨어지면 멀리 떨어질수록 입증하기가 힘듭니다.


위 내용을  디지털 헬스케어에 해당하는 의료 인공지능와 연결지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의료 인공지능 회사들은 기본적으로 FDA나 식약처로부터 의료기기 허가를 받을 때 판독 보조 용도로 허가를 받습니다. 예를 들면 "전문의 혼자 판독하면 정확도가 91-92%인데 우리 제품을 같이 쓰시면 94-95%쯤 정확해져요"라고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이 효과를 입증하려면 결국 환자의 치료 결과로 입증을 해야하는데요, 과연 엑스레이 판독을 할 때 인공지능을 써서 3-4%쯤 더 정확해지면 환자들은 실제로 오래 살게 될까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인공지능 의료 영상 인공지능에 대한 보험 가이드라인이 이미 나와 있는데요, 


요양급여비용을 받기 위해서는 이 새로운 인공지능이 '세부내역' 항목들처럼 환자의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의료보험이 마찬가지입니다.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해서 가져와야 하고, 그것이 없으면 보험 적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속된 기조였고 똑같은 논리를 의료 인공지능에 적용하고 있을 뿐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보험 적용은 대부분 못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세계에서도 판독 보조 용도의 의료 영상 인공지능이 의료보험 수가를 인정받는 경우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환자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아무도 입증을 못했거든요.


예외적인 경우로 수가를 받은 케이스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당뇨 환자는 기본적으로 매년 망막 사진을 찍도록 권고합니다. 왜냐하면 당뇨병은 기본적으로 혈관질환이고 망막에는 혈관이 많기 때문에 당뇨 환자들은 망막이 본인도 모르게 망가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망막 사진을 찍어서 더 나빠지기 전에 미리 레이저 치료를 받아야 시력이 떨어지거나 심지어 실명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기존 진료지침에 입증이 되어 있는 겁니다.

 

그럼 이 인공지능은 무엇을 해주었을까요? 사실 대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이 장비는 환자가 망막 사진을 찍고 나면 딱 두 가지 - '지금 당장 안과 의사한테 가야 될 건지' 아니면 '1년 뒤에 망막 사진을 찍으면 될 건지' 그 두 가지만 알려줍니다. 1년 뒤에 찍어도 된다고 했다고 해서 망막이 완전히 정상이라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당뇨성 망막 병증이라는 병만 놓고 봤을 때 내년에 찍어도 되냐 기다려도 되느냐 당장 가야 되느냐 딱 그 얘기만 해줘요. 


그럼 이런 제품을 어디다가 설치해야 될까요. 바로 내과입니다. 환자분들께서 당뇨는 관리하려고 맘 먹고 내과까지는 찾아오셔서 약을 받아갑니다. 근데 안과도 가야한다면 여차저차해서 검사 잘 안 받는 분들이 되게 많은데, 내과 오신 겸사 사진을 찍으면 편리하겠죠. 이 제품의 가치는 진단을 정확하게 해주는 게 요점이 아닙니다. 이 제품의 가치는 예전에 꼬박꼬박 망막 사진을 찍는 당뇨 환자가 몇 명 안 됐는데 그 비율을 우리 제품을 통해서 많이 끌어올릴 수 있다라는 가치를 만들어낸 겁니다.


같은 가치를 보험의 입장에서 보겠습니다. 당뇨 환자가 망막 사진을 찍는 것은 이미 입증되어 있는 방법이고 이 비율을 끌어올려주면 중증으로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치료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보험 적용을 해주기가 쉬워집니다. 실제로 작년부터 국가 보험인 메디케어에서 보험 적용을 받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정식 수가를 받고 있는 몇 안 되는 인공지능 중에 하나입니다.


다음 이야기는 B2C, 그러니까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헬스케어는 비즈니스 모델이 정말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비즈니스가 b2c 헬스케어입니다'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제시된 분류는 헬스케어에서만 쓰는 개념은 아니고 모든 종류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분류하는 하나의 기준입니다. 


경험재는 내가 사서 직접 써봐야 판단이 되는 제품들입니다. '사서 써보니까 나랑 잘 맞는구나, 내 용도에 잘 맞는구나'가 판단이 되는 제품들입니다.

탐색재는 굳이 써보지 않아도 알 만한 친구한테 물어보거나 네이버 지식인한테 물어보면 '아 이거 나한테 잘 맞는 거구나'라고 판단해서 살 수 있는 제품들이 탐색재입니다. 

신용재는 심지어 내가 사서 한번 써 봐도 이게 나한테 맞는지 좋은지 판단이 힘든 제품들입니다.

제일 대표적인 게 바로 의료입니다. 수술을 예로 들어볼까요. 좋은 수술을 받았는지, 나쁜 수술을 받았는지 환자는 판단하지 못합니다. 교수님이 수술 잘 되었다고 말씀하시면 믿을 수 밖에요. 이렇게 의료 자체 또는 많은 의료기기들은 기본적으로 신용재고요 그렇기 때문에 신용을 부여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의사들이 될 겁니다.


물론 B2C 헬스케어가 전혀 없냐?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제품들이 안마의자, 홍삼입니다.

이 제품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사실 안마 의자를 쓰면 장기적으로 내 허리 디스크가 좋아질지 안 좋아질지 데이터가 별로 없습니다. 근데 환자 입장에서는 당장 저 마사지 의자가 한 20분 주물주물해주면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경험을 했으니 어떡할까요? 삽니다. 300만 원짜리 겁없이 사죠.


B2C는 고객에게 즉각적인 효능감과 경험을 줄 수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헬스케어 제품들은 당장 좋아지는 걸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의료 서비스, 제품들은 비용 부담 구조상 가격에 민감합니다. 의료는 보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본인 부담금이 대개 한 20-30% 정도밖에 되지 않지요. 때문에 보험적용을 못받고 비급여로 접근해야 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3배에서 5배가 된다는 이야기예요. 소비자는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B2C 헬스케어는 매우 특정한 영역에서 그 돈을 낼 만한 이유를 확실하게 찾으셔야 합니다. 단순히 막연하게 '이거 건강에 도움 되는 거니까 소비자가 돈 쓸 거야'라고 생각하시면 어렵습니다. 홍삼은 사서 드시지만 서비스에 돈 잘 안 쓰시더군요, 뭔가 결정적인 이유나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서 B2C 가능성을 보여주지 않으면 이후의 투자 유치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며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회에서는 세션2회 장원열 수석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분 구조는 이렇게> 편에 대해 공유하겠습니다. 




#카카오벤처스 #디지털헬스케어 #창업 #김치원 #정주연 #장원열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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