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원 (Anne) 심사역의 집착투자 이야기-프릿지크루
안녕하세요, 카카오벤처스 투자팀 안혜원 심사역(앤)입니다. 2020년 7월 정식 합류해 서비스 영역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딜팀으로 투자를 진행한 곳은 MZ향 지식컨텐츠 플랫폼 뉴닉, 러닝스테이지를 위한 지식컨텐츠 타임앤코, 반려동물 CRM 솔루션 프릿지크루, 알뜰폰 비교검색 플랫폼 모요, 하이퍼로컬 원격진료 플랫폼 ‘메듭'운영사 메디르, 글로벌 k-뷰티 제조 중개 플랫폼 메이코더스, 캠핑 플랫폼 룬샷컴퍼니, 장례 컨시어지 서비스 ‘고이장례연구소',모바일 예능 방송 플랫폼(현재 피벗) 라이브하이브 등입니다. 훌륭한 KV 파트너님, 이사님, 수석님 덕에 함께 딜팀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TMI:KV는 팀 단위로 투자합니다.)
투자를 진행한 곳을 보고 짐작하셨을 수도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는 피부에 와닿는 Consumer Tech 영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1) 맨땅에 헤딩하는 투지를 가지고, 2) 고객에게 집착하며, 3) 빠르게 실행해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에 강한 호감을 느낍니다. 잘 와닿지 않으신가요? 이해를 위해 투자 에피소드를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 이야기는, 반려동물 미용샵 예약관리 솔루션 운영사 '프릿지크루'에 투자하게 된 이유입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투자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기에, 개인의 경험이 모여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제 이야기가 중간에 계속 나와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Y Combinator의 모토인 “Make Something People Want”는 심사역이 되기 전에도 한때 마케터를 꿈꿨던 저에게는 당연한 명제였습니다.
경영학 전공하면 너무 자주 뵙는 피터 드러커는 마케팅의 이상을 “고객을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맞춤으로서 제품이 저절로 팔려나가도록 하는 것" 이라고 말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고객에게 필요한 걸 만들면 굳이 사라고 안 해도 알아서 잘 팔린다는 이야기지요.
피터 드러커에게 세뇌당해서일까요?(농담) “사람들이 계속 쓸 이유가 뭘까?” 를 일터에서 항상 고민했습니다. 짧게나마 온라인 광고대행사의 AE 생활을 거치면서 이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제품이 근본적으로 고객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면 광고를 아무리 최적화시켜도 매출이 올라가는 데 한계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창업가가 본인의 고객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정성적 / 정량적으로 체크합니다. 평소 팀이 고객과 소통하는 방식, 정의하는 문제, 프로덕트에 반영하는 방식, 실제 출시했을 때의 초기 결과지표(MAU, DAU, CAC 등)와 과정지표(리텐션), 앱스토어 리뷰까지 다양하게 살펴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패밀리사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반려동물 미용샵 예약관리 솔루션 운영사 '프릿지크루'에 투자하게 된 이유입니다.
반려동물 미용샵 등 매장에 특화된 고객 예약관리 프로그램 ‘티피(TeePee)'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시는 분이라면 한 번쯤은 미용샵을 예약해보신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전화와 디엠, 카톡으로 예약하는 과정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왜 네이버 예약이나 캐치테이블처럼 원클릭으로 예약할 수 없을까요? 아무도 미용샵의 기존 고객 예약 내역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프릿지크루는 서비스 사용자와 운영자가 겪고 있는 불편에 주목했습니다. 매장 운영자가 효과적으로 고객을 관리하면 더 효율적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고객은 매장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반려동물 미용샵에 예약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향후에는 실시간 예약이 가능한 반려동물계의 캐치테이블이 되고자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프릿지크루 서비스 분야인 오프라인 기반 B2B SaaS는 고객의 니즈를 알고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참 어렵습니다. 비슷한 예시 : 레스토랑, 네일샵, 헤어샵
첫번째로 초반엔 고객을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우린 안 산다고 문전박대를 당할 가능성 높습니다.
두번째로 기획자가 고객(매장의 환경)을 잘 알지 못하면 엉뚱한 UI가 탄생하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상승합니다.
매장에서는 a→b→c로 넘어가는 것이 편한데 UX 전문가는 a→c로 바로 넘어가는게 효율적이라 생각해 현장에서 안 쓰는 기능이 만들어집니다.
영업 : 아니 이렇게 만들면 매장에서 안쓴다니까요
디자이너 : 영업이 디자인에 대해 뭘 압니까! (아름답게 만든다)
매장 : 응 안씁니다~
세번째로 B2C vs B2B : 린하게 제품을 테스트하기 어렵고, 초반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와 기능을 구현해야 합니다.
한두푼이 아까운 상황에서 돈 내고 쓰는 제품이 기능이 제대로 안 갖춰진 mvp인데다가 a/b testing을 한다고 하면 화가 납니다.
마지막으로 프로덕트의 사용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A 기능 도입해주면 우리도 쓸게요 → 그렇게 기능이 100가지가 됩니다.
이외에도 영업 난이도, 사용성 지표 등 어려운 점은 참 많지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위 문제를 해결하는 프릿지크루 팀의 방식은 명확합니다. “고객에게 답이 있다” 입니다. 첫 만남 때부터, 팀의 답변 형식은 “매장은 그걸 원하지 않아요 / 원해요” 로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계속 뵈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프릿지크루 팀에는 반려동물 업계 종사자 출신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앤트리나 쁘띠숑과 같은 유명한 반려동물 미용샵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영업을 잘해서, 지인이 있어서일까요? 아닙니다.
프릿지크루의 고객 중심적 DNA 덕분이었습니다. MVP를 만들기 위해 단 세명의 팀이 서울 / 경기권의 182개의 매장의 문을 일일이 두드렸습니다. (TMI : 대표님은 미약한 강아지 공포증이 있음) 소통하면서 그들의 업무 방식을 온전히 파악했습니다. 그 결과 나온 대표적인 기능이 반려동물에 특화된 예약 구조입니다
사람이 1:1 예약 구조라면, 가족이 여러 마리를 관리할 수 있는 반려동물은 예약자와 동물이 수시로 바뀝니다. n:1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말입니다. 티피에서는 이러한 예약 구조가 가능하도록 구현됐습니다.
혹자는 말했었습니다. 반려동물에 특화된 기능이야 경쟁사들이 금방 따라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저는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반려동물 CRM 솔루션들은 왜 그런 기능을 먼저 내놓지 못했냐고요. 가장 큰 차이는 고객에게 얼마나 집중했는지라고 봅니다. 이 DNA가 없다면, follower들이 프릿지크루와 격차를 줄이긴 어려울 것입니다.
진정한 고객 집착은 고객의 목소리를 다 들어주는 게 아니라 기준점을 잡고 걸러 듣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봅시다. 어떤 서비스를 만드는데, 하루에 200건씩 피드백이 들어옵니다. 200개의 요청을 보니, 누구는 매출 기능이 좀 더 강화됐으면 좋겠다, 누구는 매출은 필요 없으니 예약 상품권 발매 기능을 붙여 달라. 누구의 말을 들어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하라는 대로 다 해주면 어떤 상황이 생길까요? 끔찍한 혼종이 탄생했다고 하네요. B2B SaaS에서는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합니다. 안 들어주면, 안 쓰겠다고 하니까요.
프릿지크루는 무엇을 더 만들까 보다는, 무엇을 덜 만들까를 고민하는 팀입니다. 1) 한 기능을 도입하기 전에 매장을 돌아다니며 해당 기능에 대한 수요조사를 하고 2) 해당 기능이 만들어낼 KPI의 Incremental을 고려해서 최종 결정합니다.
프릿지크루의 탁월한 기준은 방향성 조율 방식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투자 검토 당시 한 팀원에게 방향성 충돌은 어떻게 조율하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TMI : KV 투자팀은 투자검토 중 팀원 인터뷰를 꼭 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팀원도 대표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팀원의 답은 제가 투자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종종 충돌하죠. (저도 UI/UX 경험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근데 제가 보통 집니다. 대표님이 고집이 세서가 아니에요. 대표님의 강력한 무기는 시장의 의견을 대변한다는 거에요. (제가 주장하는 바에 대해) “그게 시장이 요구하는게 아니에요". 라고 말하면 저는 다음 날 매장 5곳에서 그렇게 얘기하면 포기하겠다고 하죠. 실제로 대표님이 5곳을 돌며 확인받아 오면, 제가 포기하는 거죠. -프릿지크루 팀원
이렇게 만들어진 프로덕트는, 베타 출시 직후 98%의 매장(커뮤니케이션 완료 기준)이 사용하겠다고 답했고, 출시 7개월 만에 가맹점 수는 7배 성장했습니다. 업계 TOP 선생님들의 선택을 받아 미용업계에서 fomo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단순히 가맹점 수만 확보한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매장이 기능을 잘 쓰고 있다는 지표인 예약 건수와 알림장, 동의서 발송 건수는 월 80%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프릿지크루는 캐치테이블이 그러하였듯, B2B 예약 솔루션으로 확보한 매장들을 대상으로 B2C 실시간 예약 앱을 런칭하고, 이후 커머스를 붙여 본격적인 매출을 만들 예정입니다.
“여기도 결국 반려동물 커머스냐…” 라고 하실 수 있겠습니다. 당연히 커머스란 테마만 보고 투자하진 않았고, 다르게 잘해볼 수 있을 것 같아 투자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커머스의 성공 방정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고,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 다른 곳보다 더 좋은 상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빨리 전달하면 됩니다. (뒷단에서 수요예측 재고관리 등의 운영 역시 중요하지만 공급자 측면의 이야기이므로 패스하겠습니다.) 이 본질을 충족한 뒤에 큐레이션과 콘텐츠가 작동합니다.(인스타에서 본 브랜드 옷 최저가를 찾으려 여러 플랫폼을 전전한 기억이 있으시겠죠).
지금까지 대부분의 커머스 플랫폼은 이 가치를 전달하려 대대적인 비용을 투자하며 성장했습니다. 펀딩 상황이 좋았던 때까지는 이 전략이 유효했습니다.
다만, 불황에서는 확고한 유저 베이스를 가지고, 최소한의 비용으로도 이 가치를 줄 수 있는 대안적인 모델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릿지크루는, 지속가능한 커머스를 전개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프릿지크루의 커머스는 앞으로 점점 윤곽이 드러날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대표님과 커피챗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KV의 투자 철학은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찾고, 나머지는 채워준다"입니다. 오세일 대표님의 첫 커리어는 배우이십니다.(네이버 검색하면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개발자나 IT 기획, 전략컨설팅을 했었던 스타트업 대표님들과 경험의 폭이 다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투자할 당시 딜팀은 팀이 되는 이유 한 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레스토랑 예약 솔루션 ‘캐치테이블’의 초기 영업 멤버들이 창업한 팀이기 때문이죠. 캐치테이블 때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고객에게 답이 있다는 모토도, 또 어떻게 고객 중심적이어야 하는지 감을 잡기는 어려웠을 겁니다.(TMI : 프릿지크루의 법인명은, 그동안의 경험을 냉장고에 잘 보존하자는 취지에서 지어졌다고 합니다)
오세일 대표님을 감히 스펀지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가장 어린 나이임에도 캐치테이블 영업 총괄을 역임하며 증명해낸 빠른 성장 속도, 인재를 끌어당기는 능력, 고객과 동고동락하며 답을 찾는 Street-Smart함은 팀에 대한 믿음을 더욱 키워주었습니다.
오 대표님은 투자자의 질답에 막힐 경우 그다음 날 매장을 돌아다니며 답을 찾아오셨습니다. 내부 지표 세팅부터 영업, 사업 전략까지 Input이 있으면 다음 월간미팅 때 개선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KV가 소개한 선배 창업가에게 ‘린 고객 개발'을 추천받고 내부에서 영업전략, 고객 인터뷰 방식을 정비해, 그 다음달에는 두달 간 2배가 넘는 가맹성장을 만들어왔던 것도 기억나네요. (감사합니다 Dan!!)
프릿지크루는 마일스톤 중 이제 한 단계를 막 이뤄가고 있습니다. KV 투자팀으로서, 저는 프릿지크루의 나머지를 채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되는 이유 한 가지를 잘 알아보기 위해 맨땅에 헤딩하면서 경험의 밀도를 높이고, 끊임없이 공부해 창업자와의 공감의 폭을 넓혀나갈 것입니다.
프릿지크루는 현재 펀딩 중이며, 좋은 분들을 모시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프릿지 크루에 대해 궁금하신 부분이 있거나 관심 있으신 분들은 anne@kakao.vc를 통해 안혜원 심사역에게 연락주세요. 대표님과 바로 연결시켜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벤처캐피털 #심사역 #스타트업투자 #카카오벤처스 #프릿지크루 #반려동물스타트업 #펫스타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