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불행을 견디려는 자의 미소

by 기록 생활자

등을 돌리고 머리카락으로 옆모습조차 가린 채 서 있는 여성의 모습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표지에 눈길이 갔던 책이었고, '쇼코의 미소'라는 알쏭달쏭한 제목으로 인해 궁금증이 일었던 책이었다.

'쇼코는 누구이며 어떤 미소를 가졌을까?' 나는 궁금했다. 쇼코의 미소를 통해 만나본 쇼코의 미소는 불행을 견디려는 자의 미소였다. 또한 불행을 견디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를 건네려는 미소이기도 했다.

눈물 대신 미소를 지었던 쇼코. 미소로 눈물을 감춘 쇼코의 미소. 미소로 눈물을 감추려고 했던 쇼코의 미소. 슬픔을 들키기 싫어 쇼코는 애써 미소를 지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쇼코의 미소의 한 문장이 나와 있다.


"어떤 연애는 우정 같고, 어떤 우정은 연애 같다. 쇼코를 생각하면 그애가 나를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까봐 두려웠었다."

나는 이 책을 덮을 때 이 문장이 이 책의 뒤표지에 선명하게 실려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쇼코의 미소라는 최은영 작가의 소설집에는 나이를 초월한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 실려 있다. 그러니 아마 저 문장을 뒤표지에 선명하게 새겨넣은 것이리라.

예전에 우리 엄마가 친구도 서로 좋아해야 되는 거라고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좋아한다는 것'. 사람이 사람을 만나 좋아하는 것. 그 감정만큼 예쁜 것도 없을 것이다. 편견없이 누구를 좋아해본 적이 얼마나 될까. 어릴 때의 우정일수록 더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지는 건 우리가 성장하면서 편견없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잃어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연애 같은 우정에 관한 이야기.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소설을 읽었다. 읽는 동안 행복했고 조금 위로 받는 기분이었다. 좋았다.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어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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