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탐정 오랜턴 5화

탐정의 일

by 기록 생활자

잭 오랜턴 : 도대체 얼마나 베야 하는 거야?

잭 오랜턴은 파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유채꽃밭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를 베며 투덜거렸다. 잭 오랜턴 옆에 쪼그려 앉은 자세로 풀을 베고 있던 최고로핑크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최고로핑크 : 형님, 가슴이 너무 쉴새 없이 두근거려서 쓰러질 것 같아요.

그때 다른 쪽으로 갔던 김데스가 전화통화를 하며 잭 오랜턴과 김데스가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김데스 : 네, 신입 사원 연수차 밖에 나와 있습니다. 지금 바로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잭 오랜턴은 김데스의 말을 들으며 어리둥절했다. ‘신입사원 연수?’ 언제부터 풀 베기 노동이 신입사원 연수가 됐는지?

김데스는 전화를 끊고 잭 오랜턴과 최고로핑크에게 말했다.

김데스 : 그만 회사로 복귀하도록 하지.

최고로핑크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최고로핑크 :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김데스 : 왜 그렇게 반기지?

최고로핑크 : 가슴이 너무 쉴새 없이 두근거려서 쓰러질 참이었거든요.

김데스 : 그래? 그러면 내가 자네를 위기에서 구한 건가? 하하하하!

잭 오랜턴 : 그게 그렇게 되는 거였나…?

‘자기 좋을대로 생각해버리는 녀석이군.’ 잭 오랜턴은 김데스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사무실로 복귀하기 위해 탄 지하철은 채용 담당자 김데스네 유채꽃밭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좌석이 꽉 채워져 있어 앉을 자리가 없었다. 쪼그려 앉아서 풀을 베느라 다리가 아팠는지 내내 서서 가다가 자리가 생기자 최고로핑크는 그것만으로도 기쁜 것 같았다.

최고로핑크 : 역시, 지하철은 앉아서 가는 게 개꿀띠네요.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최고로핑크를 보며 잭 오랜턴은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단순한 놈이군’

자리에 앉은 김데스는 풀을 베느라 피곤했는지 꾸벅 꾸벅 졸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잠에서 깬 김데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는지 최고로핑크와 잭 오랜턴에게 말했다.

김데스 : 공지사항이 있었는데 깜박했군.

최고로핑크 : 공지사항이요?

김데스 : 오늘 인턴이 올 거야.

잭 오랜턴 : 인턴도 있나요?

김데스 : (고개를 끄덕이며) 인턴 밖에 할 수 없다고 하는 놈이라 인턴으로 채용했지.

잭 오랜턴 : 네? 그게 무슨?

김데스 : 아직 학업이 안 끝난 학생이거든.

잭 오랜턴 : 네? 미성년자라는 말씀인가요?

김데스 : 미성년자는 아니야. 학업이 좀 밀린 학생이지.

최고로핑크 :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서 가슴이 최고로 두근거리네요.

‘저 녀석은 대체 뭐가 좋다고 웃는 거야?’ 잭 오랜턴은 최고로핑크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마법사 모자에 마법사 망토를 입은 분명 20대로 보이지만 교복을 입고 있는 남학생이 삐딱하게 서 있었다.

김데스 : 좀 늦었네. 많이 기다렸나? 이매직?

잭 오랜턴 : 매직? 본명인가요?

이매직 : 네, 본명인데 그건 왜 물으시죠?

김데스 : 신입사원 잭 오랜턴은 실명 확인 담당 업무를 자처해서 맡고 있지.

이매직 : (지갑을 꺼내며) 민증 보여드려야 하나요?

잭 오랜턴 : 아, 아뇨. 그런 업무는 맡고 있지 않습니다.

잭 오랜턴이 손사래를 치자 김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김데스 : 농담이네.

이매직 : 왜 그런 농담을 하시죠?

김데스 : 이유가 알고 싶나?

이매직 : 아뇨, 딱히…

김데스 : 그렇다면 나도 딱히 알려줄 이유는 없네. 그건 그렇고 자네, 풀 잘 베나?

이매직 : 풀이요?

어리둥절한 모습의 이매직을 보며 최고로핑크가 웃으며 말했다.

최고로핑크 :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이매직 : 뭐가 두근거려요???

김데스 : 천천히 알게 될 테니 김칫국부터 마시면서 너무 기대하진 말고.

잭 오랜턴은 김데스의 뻔뻔함에 실소가 터졌다.

‘김칫국이라니…누가 그런 일을 원한다고.’

잭 오랜턴은 아침 일찍부터 끌려 나가 풀 베기를 하느라 욱신거리는 팔을 주무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이매직 : 일은 언제부터 하나요?

김데스 : 곧바로 시작하지. 의뢰 받은 건이 있어.

이매직 : 어떤 일이죠?

김데스 : 실종 사건이야.

잭 오랜턴은 드디어 탐정 본연의 업무에 들어가는 건가 싶어 처음으로 가슴이 뛰었다. 김데스와 최고로핑크, 잭 오랜턴, 인턴 탐정인 이매직은 곧바로 의뢰인이 사는 동네로 향했다.


의뢰인은 나묘묘라는이름의 20대 여성이었다. 그녀는고양이를 찾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데스 : 아직입니까?

김데스가 나묘묘에게 다가가 물었다. 나묘묘라는 여성은 김데스의 물음에 고양이처럼 앙칼지게 대답했다.

나묘묘 : 이제 오시면 어떡해요.

김데스 : 성스런 의식 때문에 정확히 20분 지각했네요.

나묘묘 : 아무튼 빨리 사건에 착수해주세요.

김데스 : 네, 늦은만큼 추가 연장 근무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잭 오랜턴은 어이가 없었다. ‘추가 연장 근무? 아니? 누구 마음대로?‘

김데스 : 찾아.

최고로핑크 : 네?

이매직 : 뭘 찾으라는 말씀이시죠?

잭 오랜턴 : 고양이겠지요.

체념한듯 내뱉는 잭 오랜턴의 말에 김데스가 활짝 웃으며말했다.

김데스 : 빙고! 역시 고급 인재야.

이매직 : 이게 탐정이 할 일입니까?

김데스 : 그럼, 찾는 건 탐정의 일이야. 그러니까 찾아! 난 저쪽으로 가서 찾아볼 테니까 자네들은 이쪽을 맡게. ​

김데스는 최고로 핑크와 이매직, 잭 오랜턴을 두고 혼자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최고로핑크 : 형님, 일단 찾죠?

잭 오랜턴 : 그래…고양이나 찾자.

될대로 되라지,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더는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고양이를 찾아야 하는 하루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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